[한마당] 양녕대군의 언행 불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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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녕대군은 조선 3대 임금인 태종의 장자다.
왕비 원경왕후 사이에 얻은 여섯 아들 중 넷째지만 형들이 모두 어린 나이에 숨져 10살 때 세자에 책봉됐다.
태종은 세자의 교육을 담당하는 관리인 서연관에게 "세자가 식사하거나 가만히 있을 때도 좌우를 떠나지 말고, 장난을 일체 금하여 오로지 학문에만 힘쓰도록 하라. 말을 듣지 않으면 곧바로 알려라"라고 특명을 내린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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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녕대군은 조선 3대 임금인 태종의 장자다. 왕비 원경왕후 사이에 얻은 여섯 아들 중 넷째지만 형들이 모두 어린 나이에 숨져 10살 때 세자에 책봉됐다. 효령·충녕대군 외에 후궁이 낳은 9명의 왕자가 있었지만 세자로서의 지위는 확고했다. 왕자의 난을 일으켜 왕이 된 태종은 세자가 흔들리지 않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태종은 스스로 세자를 폐위하고 막내 충녕대군을 후계자로 택한다. 술과 여자를 탐한 잘못을 도저히 묵과할 없었기 때문이었다.
양녕대군은 사냥을 좋아하고 활쏘기를 즐겼다. 아버지가 신뢰하니 거칠 것도 없어 틈만 나면 대궐 밖으로 나갔다. 태종은 세자의 교육을 담당하는 관리인 서연관에게 “세자가 식사하거나 가만히 있을 때도 좌우를 떠나지 말고, 장난을 일체 금하여 오로지 학문에만 힘쓰도록 하라. 말을 듣지 않으면 곧바로 알려라”라고 특명을 내린 적도 있다. 하지만 양녕대군은 멈추지 않았다. 16살에 첫 스캔들을 일으켰고, 궁에서 매를 키우다가 들켜 동궁의 내시가 모두 교체된 일도 있었다. 폐위도 스캔들 때문이었다. 전직 고위관료의 첩을 궁으로 불러 정을 통하고 자식까지 낳은 사실을 태종이 알게 된 것이다.
양녕대군은 사고를 칠 때마다 반성문을 썼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양녕대군이 태종 17년(1417년) 2월 22일에 올린 ‘종묘에 고한 글’과 ‘주상전에 상서한 글’이 수록돼 있다. 세자의 신분이니 대군들의 스승이 작성했다고 적혀 있지만 내용은 구구절절하다. 앞으로 충효의 도리를 다하고, 형제들과 우애 있게 지내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술과 음악을 멀리하겠다는 다짐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 속에서 “이미 말을 내었으면 반드시 지키고 언행이 일치하기를 기약하겠습니다”라는 구절이 유독 눈에 띈다. 지난해 가을 아버지의 꾸중을 듣고 다시는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로 맹세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행일치. 조선시대뿐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다른 어떤 것에 앞서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 아닐까.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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