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줄도산 막아라” 정부 대책… 특정 금융사 일조했나

김진욱,임송수 2023. 9. 2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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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도 사업 무산 땐 큰 피해 입어
고위 공무원 출신 인사 잇따라 영입
줄줄이 만기… 건설사, 자금 마련 분주
게티이미지


대기업 A건설사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20년 직전부터 관련 사업을 무리하게 키우다 위기에 봉착했다. 자체 시행(개발) 사업에 뛰어들거나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지급 보증액을 8배 가까이 늘렸다. 특히 지방 사업장 비중이 커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꺾인 뒤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의 ‘A건설사 살리기’ 정책이 마련되는 데는 A건설사와 함께 많은 사업을 벌였던 B금융그룹이 일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구명 로비’에 성공한 특정 기업에 나랏돈을 들여 살려주는 것이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발 채무’에 해당하는 A건설사의 PF 대출 지급 보증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4조3240억원에 이른다. 2015년 PF 대출 지급 보증액은 5460억원에 불과했는데 8년 반 새 4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이 중 800억원어치의 만기가 이달 말, 1670억원어치가 오는 12월 말 도래한다. 해당 PF 대출 만기가 연장되거나 금융 시장에서 원만히 차환되지 않으면 A건설사가 떠안아야 한다. A건설사는 이달 중순에도 부동산 시행 자회사가 1530억원 규모의 PF 대출 유동화 증권을 차환하는 데 실패하자 직접 매입한 바 있다. 이후에도 A건설사가 지급 보증한 PF 대출 만기는 2024년 8990억원, 2025년 1920억원 등 줄줄이 돌아올 예정이다.


무리하게 벌인 자체 시행 사업이 A건설사의 발목을 잡았다. 자회사나 관계회사를 통해 벌인 총사업비 1조5300억원 규모의 강원권 관광단지, 1조2000억원짜리 경북 민간 공원 조성 사업이 현재까지 삽을 뜨지 못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대전권 주상복합(5600억원), 서울 금천구 호텔(3800억원), 충남권 산업단지(3700억원) 등 사업이 미착공 상태로 묶여있다. 이 중 지방 사업장은 금리와 인건비,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이라 미착공 기간이 길어질 우려가 있다.

A건설사는 지난 1월 사모펀드(PEF) 운용사로부터 4000억원을 빌려온 데 이어 3월에는 대형 증권사와 28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약을 맺었다. 이달에는 은행계 증권사 2곳으로부터 1900억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말 A건설사의 장기 차입금은 6787억원까지 불어난 상황이다. 같은 시기 부채 비율은 462%에 이른다. 이마저도 막대한 자금 소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A건설사는 돈을 빌리기 위해 알짜로 꼽히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A건설사(A-)와 신용 등급이 비슷한 건설사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우건설·신세계건설(A), DL건설·SK에코플랜트(A-), 계룡건설·동부건설·한양·HL한라(BBB+), 한신공영·IS동서·쌍용건설·이수건설(BBB)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건설사 다수가 사정권이다. 이 중 대기업 그룹에 속하지 않아 뒷배가 없는 건설사는 A건설사발 위기가 발발하면 쓰러질 수 있다. 실제로 냉랭한 시장에서 급전을 구하던 금호건설은 최근 금리가 연 10%에 육박하는 무보증 사채로 100억원을 끌어왔다. 이달 초에는 2022년 시공 능력 평가액 상위 15% 안에 들었던 국원건설이 최종 부도 처리됐다.

금융당국은 증권가를 통한 간접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증권사 건전성 규제를 풀어 더 많은 PF 대출이 집행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현재 증권사는 PF 대출을 내준 금액 전체(100%)를 순자본비율(NCR) 위험치로 반영해야 하는데 이 비율이 8~32%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배경에는 B금융그룹이 있다는 후문이다. B금융그룹은 A사와 함께 전국에서 대규모 부동산 시행 사업을 벌이고 있다. 총사업비 6조3000억원 규모의 경기 성남시 도시 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B금융그룹 주도로 이 사업 컨소시엄이 꾸려졌는데 A건설사가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다. A건설사가 흔들리면 B금융그룹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는 구조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B금융그룹이 최근 몇 년 새 영입한 정부, 청와대 출신의 힘 있는 인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A건설사는 “금융당국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없고, PF사업 관련 자금 조달은 자구노력을 통해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욱 임송수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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