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매파 Fed·국채금리 상승에 장초반 하락세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1일(현지시간) 고금리 장기화를 예고한 전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여파로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장 초반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전 10시31분께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1.54포인트(0.38%) 떨어진 3만4309선을 기록 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9.09포인트(0.89%) 낮은 4363선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53.28포인트(1.14%) 하락한 1만3315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현재 S&P500에서 11개업종 모두 하락세다. 특히 통신, 임의소비재, 부동산 관련주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브로드컴은 구글 알파벳 경영진이 이 회사를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업체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장 대비 3% 안팎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KB홈은 예상을 상회한 실적에도 4%가까이 밀렸다. 지난주 상장한 Arm은 2.8% 하락해 상장가(51달러)에 근접했다. 시스코는 스플렁크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3%이상 떨어졌다. 반면 스플렁크는 20%이상 뛰었다. 페덱스는 전날 장 마감 후 공개한 실적이 예상을 웃돌면서 4.5%이상 상승 중이다.
투자자들은 전날 오후 공개된 FOMC 결과를 소화하며 국채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전날 회의에서 예상대로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5.25~5.5%로 동결했다. 동시에 정책결정문과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아직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파월 의장은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올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연내 한 번 더 인상할 수 있다"면서 "한 번 더 인상하자는 것이 (FOMC) 다수 의견"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적절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보고 싶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완화했으나 2% 목표까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전미자동차노조 파업, 연방정부의 셧다운 가능성,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고유가 등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경계감을 표했다.
Fed는 전날 공개된 점도표에서 올해 연말 금리 전망치(중앙값)를 직전과 동일한 5.6%로 유지했다. 다만 2024년 말 금리 중앙값은 기존 4.6%에서 5.1%로, 2025년 말 금리 중앙값은 3.4%에서 3.9%로 상향했다. 이는 Fed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더라도 예상보다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것임을 보여준다. 내년 중 금리 인하폭 역시 기존보다 축소된 0.5%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Fed의 전망은 당초 예상보다 매파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위험회피심리를 한층 강화했다. 최근 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로 작용했다. 국제유가는 이날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이상 뛰어 배럴당 90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94.3달러 안팎까지 올랐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4분기 공급부족 우려를 지적하며 브렌트유가 1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역시 8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고함을 확인시켰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9월 10일∼16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2만건 줄어든 20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 넷째주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월가 전문가 전망치인 22만5000건도 밑돈다. 같은날 발표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9월 제조업지수는 -13.5를 나타내 다우존스 추정치(0)을 크게 밑돌았다.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상승했다. 벤치마크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4.48%를 돌파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 역시 5.19%를 웃돌았다.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보합권인 105.2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 남은 FOMC는 11월, 12월 등 두 차례다. 11월 FOMC 회의 이전까지 주요 경제 데이터로는 9월29일 PCE가격지수, 10월6일 비농업 고용보고서, 10월11일 생산자물가지수(PPI), 10월12일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이 남아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11월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11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71%이상 반영 중이다.
FOMC 이후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금리 결정도 뒤따르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날 금리를 5.25%에서 깜짝 동결했다. 당초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기정사실로 여겨졌으나 전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8개월래 최저를 기록하면서 동결 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증시도 하락세다. 독일 DAX지수는 1.08%, 프랑스 CAC지수는 1.42% 내렸다. 영국 FTSE지수는 약보합을 나타내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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