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달팽이 에센스…美서 대박 낸 회사는? [영업이익 강소기업] (79)
매출액 2043억원, 영업이익 510억원. 지난해 K뷰티 업체 ‘코스알엑스’가 올린 성과다. 국내 K뷰티 대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뉴스와는 대조적이다. 물론 이 회사. 생소해 보일 수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고 잘 팔려서다. 코스알엑스의 ‘아크네 핌플 마스터 패치’는 전 세계 누적 판매량만 4300만개에 달한다. 한때 국내에서 유행했던 달팽이 크림을 업그레이드한 ‘어드밴스드 스네일 96 뮤신 파워 에센스’ 역시 누적 판매량이 1200만개를 넘겼다.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해시태그 챌린지 ‘Slap, Snail !(탁탁 쳐봐, 달팽이크림을)’을 전개해도 한국보다 미국,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스네일 에센스가 품절될 정도다. 참고로 이 챌린지는 스네일 에센스를 손에 덜어 얼굴에 바를 때 마치 슬라임처럼 늘어지는 현상을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영상으로 올리는 이벤트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을 진지하게 풀어내는 콘텐츠보다 틱톡커들이 흥미롭게 제품을 인지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브랜드가 마련했을 때 진정한 고객 참여가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 4000억 노려
창업자는 전상훈 대표.
코스알엑스는 2002년부터 화장품 사업을 해오던 전 대표가 2013년 창업했다. 회사명이자 브랜드명인 코스알엑스는 ‘Cosmetics(화장품)’와 ‘Rx(프리스크립션·처방)’의 합성어다.
전 대표는 업계에 오랜 기간 종사하면서 ‘한국보다 해외에서 각광받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회사 설립 초기부터 아마존, 이베이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전략을 썼다. 당시 여타 화장품 회사는 한국, 중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코스알엑스는 부지런히 미국, 북미권 시장 문을 두드렸다.
이런 과정에서 전 대표가 특히 집중한 것은 리뷰(고객 평가) 읽기다. 아마존, 이베이 등 플랫폼은 리뷰 횟수, 만족도 점수가 높은 리뷰가 많을수록 노출 빈도가 많아진다. 이는 판매로 이어진다.
전 대표가 주목한 것은 이뿐 아니다. 고객의 불편, 불만족 리뷰를 더 꼼꼼히 챙겼다.
회사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전 직원이 고객이 남긴 리뷰를 하나하나 읽어보고 거기서 찾아낼 수 있는 제품 개발 단서(인사이트)를 찾아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이 과정에서 종전 제품을 보완하거나 신제품에 반영해 출시하면서 점점 고객 신뢰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적 판매량 1400만개를 돌파한 ‘약산성 굿모닝 젤 클렌저’가 대표적인 예다. 북미권 1020 여성 사이에서는 여드름, 뾰루지 등 유분기 많은 피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피부 트러블 사례가 많이 발견됐다. 그래서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고 화학물질을 최대한 배제한 약산성 클렌저를 개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전상훈 대표는 “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확장된 지금은 매주 생성되는 리뷰를 하나하나 다 확인할 수가 없어 전 세계 리뷰를 수집하고 그 안에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플랫폼을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이라며 “이렇게 발굴한 인사이트는 상품과 마케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끝에 최근 코스알엑스는 ‘아마존 톱(TOP) 브랜드 셀러 어워드’에서 아마존 챔피언 셀러를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코스알엑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4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아모레퍼시픽이 2021년 지분 38.4%를 1800억원을 들여 투자하기도 했다. 콜옵션 행사 조건까지 합하면 2024년 이후 아모레가 지분 57.6%를 확보할 수 있다.

TV CF도 직접 기획…내재화
2020년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이때도 코스알엑스는 매출액 802억원, 영업이익 222억원을 올렸다. 이듬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계속 증가했다. 당시 IB(투자금융), 증권업계에서는 외출 자제령으로 화장품 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 우려했던 때였다.
코스알엑스는 어떻게 이런 실적을 계속해서 올릴 수 있었을까.
전 대표는 우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시장 공략’을 일 순위로 꼽았다.
“평소 경영할 때 ‘가능하면 남들보다 먼저 해보자’는 태도로 임하고 있다. 재화를 생산, 판매하는 입장에서 경쟁이 없는 시장에 포지셔닝(안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쟁이 과소해 진입이 용이한 시장이 어디인지를 빠르게 파악해내고, 상대적으로 경쟁이 없는 시장에 먼저 진입한다면 경쟁을 위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창 중국 화장품 시장이 뜨겁던 때 미국에 진출했더니 딱 이런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전 대표 설명이다.
더불어 ‘가능하면 어떤 분야든 직접 운영하자’는 전략을 병행했다. 마케팅, 해외 영업 등 가급적 대행사를 쓰지 않고 직접 진행, 비용을 절감하고 역량을 내재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TV CF가 대표적인 예다. 통상 TV CF는 광고 대행사를 쓰기 마련. 물론 코스알엑스도 3년 전 배우 김수현 씨를 기용, 광고 대행사에 의뢰해 CF를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내부에서 ‘스스로 진행해볼 수 있겠는데?’라는 인식이 퍼졌다. 그래서 최근 가수 전소미 씨와는 CF 기획을 코스알엑스 내부에서 직접 했다. 순수 내부 인력이 만든 콘셉트를 바탕으로 매체, 제작사와 소통, CF가 방영 중인데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더해 고객 재구매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상품 기획, 마케팅 전략을 펼쳐나갔던 것도 높은 영업이익률 비결이다. 전 대표는 “신제품 출시 초기에는 홍보, 첫 구매를 위해 미디어·마케팅에 전략적으로 큰 예산을 베팅할 수 있다. 하지만 제품 판매를 위해 지속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는 것은 영업 이익 관리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확률이 크다. 그래서 제품 설계부터, 고객이 한번 구매한 후 지속적으로 재구매가 일어날 수 있도록 품질, 가격, 상품 접근성까지 고려하며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낮은 인지도 극복 과제
무엇보다 화장품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러다 보면 대형 유통 채널이 가격 할인 경쟁을 부추기면서 이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비슷한 제품, 디자인을 찍어내는 일명 ‘짝퉁’ 문제에도 늘 노출돼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도 있다. 국내 시장에서 좀 더 인정받으면 그만큼 해외 시장에서 전개할 수 있는 마케팅 소재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상훈 대표는 “위기 때마다 코스알엑스를 살린 것은 고객의 피드백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의견을 통해 성장하는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7호 (2023.09.20~2023.09.2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잊혀지는 메타버스...전력투구하던 컴투스, 결국 구조조정 돌입 - 매일경제
- [단독 인터뷰]‘전지적 독자 시점’ 싱과 숑 “10년 집콕...불규칙한 일상에 병원행 잦아” - 매일
- 여의도 한양 초호화아파트되나… 디에이치vs오티에르 대결 - 매일경제
- 美서 난리 ‘올곧김밥’…美 품절 행진에 구미 김밥 공장 ‘즐거운 비명’ - 매일경제
- 배당 쏟아지는 ‘우선주’...LG화학우, 현대차우 인기 - 매일경제
- 성수동서 100억 아파트 쏟아지겠네…3대장 중 어느 APT? - 매일경제
- 잘나가던 나이키 시총 반 토막…도저히 극복 안 되는 ‘이것’ - 매일경제
- 동작·강서 한강변 재건축 바람 우르르...안전진단 통과한 아파트 어디? - 매일경제
- 이명희 회장發 대폭 물갈이 인사...실적부진 참아오다 ‘경고장’ [재계 TALK TALK] - 매일경제
-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별세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