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실권자 빈살만 "이란이 핵무기 가지면 우리도 가져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38) 왕세자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 가진 영어 인터뷰를 통해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우리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동의 라이벌인 이란이 핵개발을 계속하는 만큼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사우디는 최근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 기술을 포함한 민간 핵개발 허용을 미국에 요구한 상태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사우디의 신달라 섬에서 진행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떤 나라든지 핵무기를 갖게 되는 걸 염려한다"며 "그건 나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무기는 가져봤자 쓸 수 없기 때문에 소용없는 노력일 것"이라면서도 “만약 이란이 이를 갖게 된다면, 중동의 세력 균형이라는 안보상 이유에서 우리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빈살만은 2018년에도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다면 우리도 가질 것"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빈살만은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진행 중인 수교 협상에 대해선 “우리는 매일 가까워지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으로 좋은 협상을 계속하고 있으며,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자”고 말했다. 지난 16일 사우디 현지 매체발로 ‘빈살만이 협상을 중단시켰다’는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대신 “우리에게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우디가 미국 측에 이스라엘·사우디 수교의 전제 조건으로 한·미 동맹과 유사한 상호방위조약을 요구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우디와 미국은 이미 많은 안보, 군사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사우디뿐 아니라 전 세계, 특히 중동에서 미국의 입지도 강화하는 것”이라며 “그게 변화하는 걸 바라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0일 게재한 관련 보도에서 “사우디와 미국의 방위조약은 끔찍한 생각”이라며 “미군이 사우디 왕실의 경비원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빈살만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018년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사건과 관련해 “그것은 끔찍한 실수였다”며 “관련자들이 대가를 치렀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는 보안 체계를 개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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