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배진교 "정치멸종의 시대, '민주주의 사수 긴급시국회의' 제안"

오마이뉴스 2023. 9. 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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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섭단체 대표발언] "더 이상 윤 정권 폭주 두고 볼 수 없어"... 병립형 선거제 회귀 반대·민생회복기금 조성 등 제안

[오마이뉴스 기자]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존경하는 김진표 국회의장님과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한덕수 국무총리님과 국무위원 여러분, 정의당 원내대표 배진교입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어제 국민의힘 윤재옥 대표님은 민주주의 지수 조사 결과를 두고 우리 정치문화의 일신을 호소하셨습니다. 대한민국 순위가 여덟 단계나 하락한 것은 '정치문화' 점수 때문이라며, 야당 책임이 크다고 주장하셨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여당 의원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정치문화가 이렇게 망가지기까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대통령의 지난 광복절 경축사는 박정희의 '5.16 혁명포고문'을 쏙 빼닮은 '이념전쟁 선전포고문'이었습니다. 공산 전체주의와 싸우겠다면서, 야당과 시민단체, 노동계 등, 정치적 반대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지목했습니다. 매카시즘 광풍에 홍범도 장군까지 사상검증의 제물이 됐습니다. 여당 의원님 여러분, 공산주의 이분법은 친일파 이분법보다 깨끗하고 온당한 것입니까?

윤석열 정부는 민주정치의 근본인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사면으로 사법부를 무력화했습니다. 시행령 통치, 거부권 통치로 국회를 무력화했습니다. 장관들에게 국회와 싸우라고 부추기고, 절대 청문회를 통과할 수 없는 부적격 내각 후보자들을 보란 듯이 내세우며, 입법부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습니다. 먼지털이식 수사로 노조·시민단체·언론까지 가리지 않고 탄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내각과 집권 여당은 제 목소릴 내기는커녕 충성경쟁, 공천경쟁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것이 정치 회복을 호소하는 태도가 맞습니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정치 실종을 넘어 정치 멸종의 시대를 보고 있습니다.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이 20일을 넘겼다는데, 정치는 여전히 없습니다. 자제하지 않는 야당이나 관용 따윈 없다는 여당이나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저열합니다.

그러나 국정의 책임자는 정부·여당입니다. 민생위기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는데 어떻게든 활로를 풀겠다는 포부는 조금도 보이지 않고, 어떻게든 지지 않겠다는 옹졸함만 가득한 모습입니다.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여당의 이런 태도가 올바른 것인지 정말 묻고 싶습니다. 입으로 외치는 협치는 허망합니다. 집권 세력의 책임감과 포부를 행동으로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정의당은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제 민주-진보 야당 및 시민사회/학계/노동계 등을 아우르는 <민주주의 사수를 위한 긴급시국회의>를 제안합니다. 더이상 윤석열 정권의 반헌법적 반민주적 폭주를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정의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에 강력하게 맞서 수많은 시민의 희생과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거대양당의 병립형 선거제도 회귀 시도는 선거 민주주의 파괴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토록 거리낌 없이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는 이유는 어떻게 되든 민주당보다 한 표만 더 받으면 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승자독식 게임이 계속되는 한, 민주주의는 점점 더 위험해질 것입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 승자독식의 병립형 선거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의당이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얻어낸, 소중한 희망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병립형보다는 훨씬 민주적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는 위성정당을 핑계삼아 다시 예전의 병립형 선거제도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퇴행입니다.

민주화 이후 역사를 되짚어 보면, 양당의 의석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우리 정치는 퇴보했습니다. 더이상 과반수 이상을 독점하는 정당이 나와선 안 됩니다. 위성정당이 그렇게 문제라면 현행 선거법에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조항을 추가하면 됩니다. 한국 정치를 더 많은 민주주의로 확대하라는 국민의 열망에, 원내 제1당과 집권 여당은 무거운 책임을 다해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윤석열 정부는 핵발전을 탑재한 최악의 기후악당 정부입니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녹색기후기금에 4천억 원을 공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을 돕겠다', '원자력발전을 통해 청정에너지로 전환을 주도하겠다' 말했습니다. 앞뒤가 맞는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핵발전이 어떻게 청정에너지입니까? 핵폐기물 없는 핵발전은 없습니다. 따라서 청정한 핵발전이라는 말도 있을 수 없습니다.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돕겠다는 말도 어불성설입니다. 우리 탄소도 제대로 못 줄이면서 대체 누굴 돕겠다는 말입니까?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2억 톤인데, 2027년까지 목표는 5천만 톤 밖에 되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은 탄소 감축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실제로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시급을 다투는 문제'가 아닌 '중장기적 문제'로 분류됐습니다. 산업계의 탄소배출 감축률은 14.5%에서 11.5%로 규제를 대폭 풀었습니다. 

핵발전 예산을 15배 늘리면서 재생에너지 예산은 42%, 약 4천억 원을 삭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녹색기후기금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금액과 비슷합니다. 독일은 기후대응을 위해 2026년까지 250조 원에 달하는 기금을 편성하고,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만으로도 500조 원을 조달하는데, 대한민국 환경부 전체 예산은 14조 원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댐 건설이나 하천관리 같은 치수 예산에 편중돼 있습니다. 우리 코가 석자라는 말입니다.

애초에 온실가스 배출을 우리나라만큼 많이 하는 나라도 별로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입니다. 지금 상황이 이런데, 국내 청정에너지 예산은 반 토막 내놓고, 그 돈을 외국에 공여하겠다는 것이, 대체 누구를 위한 에너지 정책입니까?

기후대응은 이미 국제질서의 거스를 수 없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것이 외교의 기준이 되고, 무역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쓸데없이 핵발전에 힘을 쏟을 때가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는 미래 없는 원전 르네상스 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재생에너지와 산업전환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어제 여당은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를 제안해주셨습니다.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인구위기만큼 중요한 일이 기후위기입니다. 정의당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를 이미 여러 차례 주장해왔습니다. 국회 인구특위와 기후특위를 함께 상설화할 것을 제안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윤석열 정부 2년 차, 민생경제는 파탄났습니다.

수출 마이너스 기록이 12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역적자 행진은 불황형 흑자로 진화해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2분기 가구당 실질소득이 3.9% 줄면서 2006년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습니다. IMF에선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대한민국 성장률 전망은 하향 조정했습니다. 5회 연속 하향 조정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살인적 물가상승률은 내년 말은 되어야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증권사 부동산PF 연체율은 17%대까지 치솟았고, 경제위기의 뇌관이 도처에 깔려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아직도 '상저하고'를 주문처럼 외우면서 마치 10월이 되면 나아질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전제조건이었던 중국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우리 경제는 L자형 장기침체를 향해 직진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하향 조정된 성장률 1.4%조차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경제가 장기침체기 '잃어버린 n년'에 접어들었다는 데에 많은 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위기를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2024년 예산안은
재정 포기, 미래 포기, 지방 포기의 3포 예산입니다.

첫째, '재정 포기 예산'입니다. 예산증가율 2.9%는 올해 3%대로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실질적으로 예산이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선진국들은 이 어려운 시기에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고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교육과 복지에 사력을 다해 투자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자기 역할을 포기해버린 듯합니다.

감세는 감세대로 하고, 긴축은 긴축대로 했지만, 결국 적자는 적자대로 늘고, 물가도 제대로 잡지 못했고, 가계부채도 도리어 늘어났습니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건전하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가계부채는 100%를 넘겨서 세계 최고를 다투고 있는데, 국가부채만 조절하는 것이 건전한 재정이란 말입니까? 재정정책의 균형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둘째, 나라 기둥뿌리 뽑아먹는 '미래 포기 예산'입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만 보겠다'던 대통령이 R&D 연구개발 예산, 교육 예산부터 긴축의 제물로 삼았습니다. R&D 예산이 16% 넘게 줄어서 전체 예산의 4%에도 못 미칩니다. 과학기술 5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며 5년간 170조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불과 지난 3월인데, 대통령이 연구 관행을 문제 삼으며 연구개발 카르텔을 지목하자, 한 달 사이에 예산이 뭉텅이로 날아간 것입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입니다. R&D 예산은 실패를 통해 역량 있는 연구자를 키우는 과정이고, 이 과정 없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어리석은 과잉 진료를 당장 철회해야 합니다.

국가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예산도 긴축의 제물이 됐습니다. 유아 및 초중등교육의 근간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7조 원, 전년 대비 10% 삭감됐습니다. 세입이 줄어드니, 교부금도 덩달아 줄어든 것입니다. 사회적 안전망인 고용장려금 8000억, 실업소득 5300억, 고용서비스 1500억, 고용예산도 1조 5800억 원을 줄였습니다. 참으로 대책 없는 예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셋째, 지방재정 악화시키는 '지방포기 예산'입니다. 내년에는 종부세 세수도 반토막 나고, 전체 국세 수입도 줄어듭니다. 지방교부세 등 지방행정·재정지원도 6조 3천억 원 감소할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는 국세와 연동된 지방교부세만이 아니라 공정시장 가액비율 인하와 공시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재산세 수입과 같은 자체재원도 감소할 것입니다.

지자체마다 사회복지와 같은 기존 지출 예산을 확보하기가 심각하게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래와 지방을 희생해서 투자한다는 곳이 고작 가덕도신공항과 SOC 토건 사업, 그리고 핵발전입니다. 완전히 거꾸로 가는 예산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당은 5년간 100조 원의 민생회복기금 조성을 제안합니다. 
야당이 제안한 국가재정운용협의체를 즉각 가동합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법인세·소득세·종부세·조특법 등에 의한 감세만 5년간 82조 원입니다. 거기에 대기업 투자세액공제 4년간 11조 원, 유류세 인하 등을 합하면 감세만 100조 원에 달합니다.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그 재원을 바탕으로 5년간 100조 원의 민생회복기금을 조성합시다.

이 기금으로 고금리 피해자와 전세 피해자를 구제하고, 고용지원금과 실업급여를 확대하고, 대출 연장과 원리금 부담이 큰 중소상인들의 코로나 부채 이자를 탕감하고, 농민과 어민들의 농어업 피해를 보상하는 데 씁시다. 이것이 민생을 지키는 국회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입니다.

정의당은 정부가 제출한 파멸적인 긴축재정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핵발전-토건 등, 불필요한 예산을 견제하고, 민생 중심의 예산안을 만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안보'는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강 대 강 대결 정책, 미일 편중 외교의 결과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보는 엄중한 도전 앞에 섰습니다. 지난 8월 한미일 정상은 미국 워싱턴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통해 반북·반중국 지역동맹으로 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정례적 3자 훈련 연 단위 실시는 물론, 한반도에서 남북 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일본이 군사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동맹 강화 전략이 거의 완벽하게 달성된 것입니다. 

한미일 3각 동맹은 북중러 밀착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되며 군사기술 협력뿐만 아니라 사상 첫 북러 합동군사훈련 가능성까지 제기되었습니다. 그토록 굴욕적으로 일본에게 모든 것을 내주면서까지 국민과 대립한 대가로 고작 이런 결과를 원했던 것이 맞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 환경이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외교안보 국정운영 기조를 전면 전환할 것을 요구합니다. 노골적인 친미 반중 편향외교, 굴욕적인 대일외교를 중단하고,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평화외교, 다자외교, 균형외교로 전환해야 합니다.

북러의 연합군사훈련과 이어질 본격적인 군비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남북 상호 간에 일체의 군사적 행위를 한시적으로 중단할 것을 제안합시다. '한미연합훈련 중단-북의 핵과 미사일 실험의 모라토리엄'선언으로 고조된 긴장을 풀고,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갑시다. 한미일 진영동맹이 아니라 남북미중 4자 평화회담 추진을 선언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주동자로 나섭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의 안전과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참혹한 젠더폭력과 신림역, 분당 서현역, 군산의 칼부림 사건 등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범죄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이 세간을 뒤덮었습니다.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국가의 역할이 절실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투입하고, 강력히 응징하고 초기 진압하겠다는 전시성 대책을 내놓는 데 그쳤습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발생 1년이 지난 지금, 올해에만 스토킹 범죄가 벌써 7천 건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합니다. 정치가 무너진 자리에 끔찍한 증오와 테러가 돋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처벌보다 중요한 것이 예방입니다. 형량 강화와 강력한 치안 대책도 필요하지만 사회 구조적 원인과 본질적 문제를 함께 들여다봐야 합니다. 

가장 먼저, 심각한 사회적 단절과 고립 속에서 혐오와 차별의 정당화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여성과 여성주의에 대한 혐오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낳고, 장애인과 장애인 인권운동에 대한 혐오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낳습니다. 특히 최근 벌어진 이상동기범죄들은 분노의 대상을 특정했다는 점에서 사회문화적 맥락의 접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그동안 혐오 문화를 활용하고 부추겨 온 정치권 역시 통렬한 반성을 통해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없다면서 앞뒤 없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나서는 정치문화가 바로 그렇습니다. 보편적 가치인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왜곡하고, 헌재도 인정한 임신중지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치문화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절규하는 장애인들을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하는 정치문화도 생각납니다. 편견을 낳는다는 점에서 모든 혐오가 나쁘지만, 그중에 제일 나쁜 것은 약자에 대한 혐오입니다. 부디 성찰과 반성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로 응답해야 합니다.

12년 전, 노르웨이의 한 작은 섬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기난사 테러로 77명의 청소년들이 희생됐습니다. 최악의 참사 앞에서 당시 노르웨이 총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응답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개방, 더 많은 인도주의이다"

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단절, 반칙과 특권 앞에 소외된 개인들의 분노와 절망을 방치하고, 갈등과 혐오, 대결을 주도하는 정치, 극단적 불평등을 외면하고, 책임과 민주주의의 원칙은 무너뜨린 채 정당성을 잃은 권위와 불통으로 일관하는 정부. 탐욕과 분노로 가득한 이 지옥같은 현실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우리의 대안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평등, 더 많은 다양성입니다. 이 모두가 공존의 미래를 가리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당은 공존의 미래를 위해 당당히 싸우겠습니다.

시민과 시민을 연결하는 정치, 불평등과 갈등을 해결하는 정치, 민주주의와 평등을 확대하고 다양성을 확장하는 정치를 향해 정의당은 국민과 함께 당당히 나아가겠습니다. 끝내 이기는 것은 더 많은 민주주의입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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