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동 네타냐후·남미 룰라 잇따라 만나 ‘중국 포위 외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대 다자회의 무대인 유엔총회를 계기로 대중국(對中國) 포위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제78차 유엔총회가 열린 미 뉴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을 잇따라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중동과 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외교 행보로 풀이됐다.
우선 지난해 12월 네타냐후 총리 재집권 이후 9개월 만에 성사된 이날 미ㆍ이스라엘 정상회담은 중동의 지정학적 정세와 맞물려 여러 면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의 전통 우방국인 이스라엘은 새 정권 출범 초기에 미 백악관의 초청을 받아 대면 회담을 갖는 게 오랜 관례다. 그러나 극우 연립 정권인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부 무력화 정책,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 등 강경 노선을 바이든 대통령이 “극단주의”라고 비판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며 양국 관계는 냉랭해졌다. 그러다 이스라엘이 중국에 다소 기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백악관 초청 의사를 밝혔는데, 두 사람의 첫 대면 회담이 백악관 대신 유엔총회 무대인 뉴욕에서 이뤄진 것이다.
네타냐후에 “연말 이전 백악관 초청”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1시간 넘게 진행된 양국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논의하는 몇 가지 어려운 문제는 우리 파트너십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을 포함한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고 협상을 통한 두 국가 해법으로 가는 길을 보존하며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획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견제와 균형’은 이스라엘 강경 우파 정부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합의가 없는 이스라엘의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변화에 대한 우려를 재차 강조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끊을 수 없는 유대 관계를 거론하며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철통 같다”고 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올해 말 이전 워싱턴 DC(백악관) 방문을 초청했다고 백악관은 알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불확실한 시대,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스라엘의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견제와 균형’ 원칙에 대응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역사적인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한 평화는 아랍과 이스라엘 분쟁 종식을 앞당기고 이슬람 세계와 유대 국가 간 화해를 이루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진정한 평화 진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물밑에서 추진 중인 이스라엘ㆍ사우디 관계 정상화 작업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이다.
양국 비공개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법 개혁의 타협 방안을 찾을 것을 압박했다고 한다. 백악관 한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 이슈에 대해 매우 분명하게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이번에도 다시 말했다”고 전했다.
‘노조위원장 출신’ 룰라 만나 친노동 행보
바이든 대통령은 “서반구에서 가장 큰 두 민주주의 국가가 인권 옹호를 위해 서 있다”며 “여기에는 노동자의 권리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우리의 새로운 이니셔티브가 근로자 가족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여기서 구축하는 동등한 파트너십은 두 나라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했다. 양국이 맺은 이니셔티브는 강제 노동, 아동 노동력 착취, 여성 및 성소수자에 대한 직장 내 차별 문제 등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노조위원장 출신 룰라 대통령의 친노동 정책에 적극 호응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브라질은 전략 경쟁 관계인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는 균형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2월 워싱턴 DC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이후 두 달 만인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다자주의 강화’에 공감대를 이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맞춤형 어젠다’를 고리로 룰라 대통령을 다시 만난 것은 브라질과 중국의 밀착을 견제하고 브라질을 좀 더 미국 쪽으로 결속시키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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