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K웹소설 산업 지도’
결제 매출만 한 해 1조원이다. 이제 웹소설은 그야말로 ‘산업’이 됐다. 단순히 덩치만 커진 것은 아니다. 창작-지원-유통-2차 저작에 이르는 ‘밸류체인’이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웹소설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한 ‘웹소설 생태계’가 조성된 모습이다.
20년 전 단순히 ‘B급 문화’로 치부됐던 웹소설이 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기업이 제 역할을 해왔다. 웹소설 생태계 속에서 맹활약 중인 주요 기업과 플레이어는 누가 있을까.
콘텐츠 유료화 이끈 네이버·카카오
웹소설에 기꺼이 ‘쿠키’ 굽는 사람들
하나의 산업이 형성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수요’와 ‘공급’ 그리고 ‘수익 모델’이다. 수요·공급은 1990년대도 있었다. 다만 체계적인 수익 모델이 없었다. 제대로 된 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 보니, 뛰어난 작품은 가뭄에 콩 나듯 나왔다. 그때마다 반짝 인기를 누릴 뿐, 시장이 형성되지는 않았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2013년 이후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이 시장에 뛰어들면서다. 이들은 ‘콘텐츠 유료화’를 안착시키며 체계적인 수익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우수한 작가와 작품이 쏟아지면서 자연스레 수요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구축됐다. 웹소설업계 종사자 A씨는 “웹소설 성장 일등 공신은 단연 ‘플랫폼’이다. 낯선 작품을 한데 모아 제공하는 플랫폼이 기존에 친숙한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점이 웹소설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기업은 ‘콘텐츠에 돈 쓰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웹소설 이용자 총 587만명 중 “유료 결제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456만명으로 80%에 육박한다. 1회 평균 결제액은 1만4476원으로 나타났다. 웹소설이 ‘유료화의 무덤’이라 불리는 글자 콘텐츠라는 점, 또 국내 소비자 사이에 팽배했던 ‘온라인=무료’ 인식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다.
무엇보다 영리한 수익화 전략이 빛을 발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기다무(기다리면 무료)’다. 기다무는 2014년 카카오페이지가 선보인 수익 모델이다. 일정 주기마다 작품 무료 이용권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지급 주기는 12시간, 2~3일 등 다양하다. 콘텐츠를 바로 읽고 싶은 이용자는 캐시를 결제해야 한다. ‘다음 회차부터 유료’라며 이용자에게 통보하는 방식보다 유료 결제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네이버는 2013년부터 누구나 작품을 연재, 무료로 볼 수 있는 ‘챌린지리그’를 운영 중이다. 웹툰으로 따지면 ‘도전 만화’ 같은 시스템이다. 챌린지리그에서 인기를 끄는 작품은 정식 연재 기회를 받는다. 네이버웹소설과 시리즈 등에 올라가는 형태다. 정식 연재 작품을 ‘막힘없이’ 보려면 유료 재화인 ‘쿠키’를 구입해야 한다. 연재분을 미리 보거나 과거 완료된 작품을 몰아 볼 수 있다. 종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쿠키 굽는다’는 표현이 여기서 등장했다.
지금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소설 유통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다. 지난해 국내 웹소설 총매출 1조390억원 중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새롭게 치고 올라온 리디가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다.

만 개 팔린 화산귀환 ‘매화향’ 향수
웹소설 IP는 콘텐츠 시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 잡았다. 최근 인기를 끈 ‘재벌집 막내아들’ ‘신입사원’ ‘사내맞선’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 등은 모두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웹소설이 원천 IP로 각광받는 이유는 ‘스토리 라인’의 힘이다. 웹소설 특유의 발칙한 상상력과 빠른 전개, 적나라하게 드러난 스토리 라인이 콘텐츠 주 소비층인 2030에게 먹혀들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평가다. 최근에는 웹툰 제작사들이 초기 단계부터 웹소설과 웹툰을 함께 기획해 만들어내는 ‘노블코믹스’도 늘어나고 있다.
노블코믹스 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확장 중인 플랫폼도 다수다. 전자책 플랫폼으로 잘 알려진 ‘리디’는 노블코믹스 등 웹소설 기반의 2차 창작에 집중하고 있다. 성과도 있었다. 노블코믹스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9% 넘게 증가한 2210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설립 이후 첫 2000억원대 매출이다.
네이버웹툰도 완전 자회사 ‘스튜디오엔(N)’을 통해 수백 편가량의 웹소설 IP 영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스튜디오N이 선보인 2차 콘텐츠만 25개에 달한다. 향후 웹소설 원작 웹툰 ‘재혼황후’ ‘우리 오빠는 아이돌’ 등도 영상화할 계획이다. 스튜디오N은 지난해 웹툰·웹소설 영상화 콘텐츠 흥행에 힘입어 전년 대비 6배 가까이 늘어난 473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웹소설 IP를 활용한 2차 창작은 콘텐츠 외 영역으로도 확장 중이다. 2019년부터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소설 ‘화산귀환’은 웹툰뿐 아니라 단행본과 오디오 드라마, 향수로까지 제작됐다. 지난 1월 만화책으로 정식 출간된 화산귀환은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종합 10위권에 올랐고 오디오 드라마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는 약 7억원이 모였다. ‘화산귀환 향수’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화산파의 상징인 ‘매화향’을 본떠 만들어졌는데, 만 개 넘게 팔려 나갔다. 콘텐츠 굿즈로는 이례적인 숫자다.
아이돌 전유물로 불리는 ‘팝업 대박’ 사례도 나왔다. 카카오페이지 등에서 연재되는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데못죽)’이 대표적이다. 올해 6월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 행사에 1만5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오픈 첫날에는 2000여명이 새벽부터 오픈런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팝업 스토어에서는 향수와 인형, 포스터 등 굿즈 43종이 판매됐는데, 팝업 참가자의 구매 전환율은 약 50% 정도로 알려졌다. 1인당 평균 구매 금액은 50만원에 달했다.

귀한 몸 ‘작가님’…연예인처럼 관리
웹소설이 독자에게 전달되기 전까지 ‘유통 과정 앞단’을 담당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먼저 귀한 몸이 된 웹소설 작가를 연예인처럼 관리하는 곳이 생겨났다. ‘웹소설 작가 매니지먼트사’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작가 영입부터 작품 계약, 작가의 집필 활동을 위한 전반적인 지원을 하는 곳이다. 제작된 작품이 웹소설 형태로 서비스될 수 있도록 표지, 타이틀을 제작하는 등 웹소설 플랫폼 유통 제반 업무를 담당하기도 한다.
네이버 자회사 ‘작가컴퍼니’는 설립 5년 만에 웹툰·웹소설 작가 600여명과 직원 100여명이 일하는 거대 소속사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웹소설·웹툰뿐 아니라 영상, 교육, 강의 등의 콘텐츠 사업과 20여개의 웹소설 플랫폼과의 공급 계약을 통해 시장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작가컴퍼니 관계자는 “600명 넘는 작가들을 지원·관리하며 다양한 IP를 개발해나가고 있다”며 “2017년 회사 설립 시점과 비교하면 현재 약 1000배로 외형 성장을 이뤘다”고 귀띔했다.
대원미디어 자회사 ‘스토리작’도 유사한 서비스를 펼친다. 스토리작 관계자는 “요즘은 원작이 되는 웹소설을 활용해 웹툰, 영상화, 굿즈 사업까지 확장한다. 다각화 가능성이 큰 웹소설 작품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전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의 스타 작가를 육성하는 ‘웹소설 아카데미’ 사업도 활발하다. 웹소설 연재 플랫폼 ‘문피아’는 프로 웹소설 작가 육성을 위한 ‘문피아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300종 이상 출간작과 200명 이상 유료 연재 작가를 배출했다. 손제호 문피아 대표는 “문피아 아카데미는 웹소설 아카데미의 선두 주자로, 기초 입문부터 실전 연재 이후 작가 데뷔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의 작품 활동을 도와주는 플랫폼도 각광받는다. 이른바 ‘웹소설 지원 툴’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작가들 사이에서는 ‘스크리브너(Scrivener)’가 인기다. 집필에 필요한 자료를 함께 보관할 수 있다는 점, 여러 원고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 웹소설 환경에 맞춰 만들어진 ‘노벨라’도 유명하다. 노벨라는 글감을 추천하거나 줄거리를 만들어내는 등 창작자 고통을 덜어주는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됐다. 작품 설정과 작가의 스타일을 반영해 개인화된 생성 결과까지 출력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까지 탑재됐다. 노벨라 운영사 노벨라스튜디오는 AI 기반의 창작 기능 서비스를 올해 4분기 중 추가할 예정이다. 노벨라 관계자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한국 웹소설만의 특성을 살린 ‘미니멀리즘 에디터’ 기능에 중점을 뒀다. 현재는 국내 소설 작가를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지만 이후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작가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7호 (2023.09.20~2023.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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