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깨고 시진핑 직접 공격한다…미국판 '전랑외교' 이매뉴얼
‘오바마의 비서실장’, ‘바이든 정부의 실세’로 꼽혀 온 람 이매뉴얼(63) 주일 미국 대사가 미국의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은 최근 중국 외교 스타일과 꼭 닮은 이매뉴얼 대사의 거침없는 행보를 집중 조명했다. 전랑 외교 또는 ‘늑대 전사 외교(wolf warrior diplomacy)’는 중국의 호전적인 외교 방식을 일컫는다.
WSJ는 이매뉴얼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을 “무능한 경제 관리인인 동시에 외교 정책은 실패하고 정부는 엉망인 마키아벨리주의자(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위주의 지도자)”의 이미지로 굳히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이매뉴얼은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 문제가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자, 트위터에 “폭력 행위를 도덕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국가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피 묻은 칼을 함께 쥐고 있는 것”이라며 “시 주석?(President Xi?)”이라고 적었다.
최근 리상푸(李尚福) 중국 국방장관이 실종된 것 같다고 처음 알린 것도 그였다. 15일 X(옛 트위터)에 “시 주석의 내각은 이제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슷해지고 있다.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실종됐고, 이제 리상푸 장관이 2주 동안 공개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올렸다. 이어 “중국의 실업(실각도 의미) 경쟁에서 누가 이길까. 청년들 아니면 장관들?”이라며 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까지 함께 저격했다.
이에 앞서 그는 “시 주석의 플레이북은 분명하다. 희생된 생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 뻔뻔하게 인간의 비극을 이용한다”, “시 정부가 미국이 하와이 산불을 만든 것이란 거짓 주장을 퍼뜨리고, 코로나19를 미군이 중국에 가져왔다며 비난하고, 후쿠시마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린다” 등의 글도 올렸다.
통상 외교관이 외국 정상을 직접 공격하는 건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여겨진다. 주재국 내정 간섭 금지는 빈 협약상 의무다. ‘원조 전랑’ 중국 외교관들의 거친 행보가 국제적으로 논란이 된 건 그래서다.
중국식 전랑 외교를 구사하는 이매뉴얼의 화법은 그가 험난한 미국 워싱턴·시카고 정치판을 수십 년간 누벼온 노련한 정치인 출신이라 가능하다는 평도 나온다. 현역일 때도 전투적인 언행으로 ‘싸움닭’ 소리를 자주 들었다.
2008년 미 대선에서 초선 상원의원이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큰 공을 세웠고, 이듬해 오바마 정부의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됐다. 이후 텃밭인 시카고에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재선 시장을 지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선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 핵심 파트너인 일본 대사 자리에 낙점됐다. 상원 인준을 거쳐 지난해 1월 부임했다.
주일 대사로 지명된 이매뉴얼은 미·일 동맹의 호위 무사역을 자처하고 있다. 최근 시 주석에 대한 그의 비판 수위가 높아진 것도, 중국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비판해 온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이매뉴얼은 지난달엔 후쿠시마현의 식당을 찾아 ‘회 먹방’을 연출했다.
이처럼 '튀는' 행보에 “적과 똑같아 지는 건 진흙탕 싸움 밖에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도쿄의 정치 분석가 룰리 미우라는 그를 향해 “우리는 적과 닮을 수 있다는 위험을 인지해야 한다”며 “그들은 자기들이 건 싸움에 우리가 말려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매뉴얼은 WSJ에 “나를 비판하는 건 중국 문제라는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카고 트리뷴도 20일 사설을 통해 “이매뉴얼이 '백 채널'(악역)을 자처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고급스러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며 그에게 힘을 실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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