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수액 단식' 중 병상 SNS 역효과 나나…체포안 당론 채택 시도 불발 [정국 기상대]

정도원 2023. 9. 21. 0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식으로 동정론 확산되던 중 李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체포안 부결 요청 SNS
단식 취지 퇴색시키고 비명계 결집 역풍
정당사에 길이 남을 '자충수' 될 우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12일차였던 지난 11일 국회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거치된 휴대기기를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인 가운데, 민주당은 3시간에 걸친 의원총회를 진행하며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이 대표 체포안에 대한 당론 채택 시도는 불발됐다.

장기 단식으로 동정론이 확산되던 중에 돌연 이 대표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체포안 부결을 요청하면서 단식 취지를 퇴색시키는 한편 당내 동요를 일으키고 있어, 자칫 '수액 단식' 중 병상 SNS가 정당사에 남을 자충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20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21일 있을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부결 당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가결 당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어, 끝내 당론 채택 시도는 불발되고 민주당 의원들은 각자 헌법기관으로서 양심에 따른 자율 투표에 나서게 됐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 부결하는 게 적절하지만, 이것을 당론으로 하지는 않고 각각의 의원들에게 이를 고려해 결정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며 "각자 의원들이 숙고하고 그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체포동의안에 대한 당론 채택 시도 자체가 부질없기는 했다. 체포동의안은 인사에 관한 안건이라 국회법 제112조 5항에 의거, 무기명투표를 하게 된다. 무기명투표를 하는데 누가 당론을 지켰는지 어겼는지 구분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재선 의원은 이날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무기명 비밀투표인데 (부결 당론 채택은)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라며 "(부결 당론 채택은) 국민들에게 '우리는 방탄정당'이라고 만세 부르는 것밖에 안될 뿐, 아무 실효가 없다"고 혀를 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의총이 3시간 가까이 진행되며 30여 명의 의원들이 발언에 나선 것은, 녹색병원에서 '수액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가 의총 직전에 장문의 '병상 SNS'를 통해 사실상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녹색병원에 입원한 이후 첫 SNS를 통해 "체포동의안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 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멈춰세워달라"고 요구했다. 단식 중인 당사자가 직접 부결을 촉구한 셈이다.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영장실질심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 직접 부결을 요구한 것을 놓고 당내에서는 파장이 일고 있다. 장기 단식으로 확산되던 동정론이 멈칫 하면서, 오히려 비명계가 결집하는 등 역풍이 불고 있다는 관측이다.

294명 전원 표결 참여한다면 148표 可
나와야 가결…확실한 찬성표는 121표
민주당에서 28표 이상 '소신표' 나와야
"가결 찍으려던 분들, 더 강하게 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신에 대한 첫 번째 체포동의안이 상정되자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비명계 재선 의원은 "당대표가 단식을 해서 몸져 누워있는데 거기다 대고 뭐라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잖느냐"라면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은 무슨 근거로 뒤집느냐. 부결을 대놓고 (본인이)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냐. 무슨 낯으로 정치를 하느냐"고 질타했다.

오신환 국민의힘 전 의원은 이날 YTN TV '더뉴스'에 출연해 "말도 할 수 없는, 대화도 할 수 없는 21일차의 단식을 하고 있는 당대표가 어떻게 (SNS에) 저런 장문의 글을 써가면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호소를 했겠느냐"라며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면, 죽기보다 싫은 구속이 반드시 된다는 것을 본인이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같은 당 소속이라 정치도의상 드러내놓고 오 전 의원처럼 말하지는 못하지만, 장기 단식 중이라 전날 병문안을 왔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대화를 제대로 이어가기 어려운 듯한 모습을 보였던 이 대표가 유독 자신의 체포동의안 부결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장문의 SNS까지 써가면서 적극적으로 나선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민주당 내에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 이후 첫 SNS가 대정부·대여 투쟁 선언도, 현 정부의 실정에 관한 비판 메시지도 아니고,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부결 호소라는 점에서 그간의 단식에 대한 동정론이 희석되고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비명계 3선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입장에서 '역시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개딸 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오늘의 메시지는 개딸에게 던진 것"이라면서도 "가결을 찍으려 했던 사람들은 더 강하게 주장하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재 국회의원 재적 인원은 297명으로 그 중 21일 본회의에는 장기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 본인,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 그리고 입각한 채 해외 출장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 등 3명은 표결에 참석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94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한다고 보면 148표의 가표가 나와야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 국민의힘(110석, 박진 장관 제외)·시대전환(1석)·한국의희망(1석)과 국민의힘 출신 하영제·황보승희 무소속 의원, 그리고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는 가결을 당론으로 하고 있는 정의당(6석)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면 120표다.

따라서 민주당에서 28표 이상의 '소신표'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까지는 이재명 대표 단식에 따른 동정론 확산으로 이 정도 규모의 '소신표'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오후에 이 대표의 부결 호소 '장문 SNS'가 나온 뒤로는 분위기가 일변했다는 게 중론이다.

비명계 3선 의원은 "지난 2월 27일 (이재명 대표의 첫 번째 체포동의안을) 표결할 때 18표가 찬성을 했고, 기권과 무효가 20표였다. 기권·무효 20표 중에 절반(10표)이 가결로 넘어가면 딱 28표"라며 "이번에 그런 (기권·무효를 했던) 사람들한테 들으니까 '이번에는 가결해야지' 이런 의원들이 꽤 있더라"는 분위기를 전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