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비슷하게 살았어요”…반복되지 말아야 할 ‘네버 어게인’

유채리 2023. 9. 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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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이 제가 살아 온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수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경기지부 상담팀장은 미혼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네버 어게인'(감독 강소명)에 대한 공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네버 어게인'은 다섯 살 아들 준(채자운)을 키우는 미혼모 유나(이민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네버 어게인'을 연출한 강소명 감독은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가 갖는 어려움을 조명하기 위해 영화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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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영화 ‘네버 어게인’ 내부 시사회 및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유채리 기자

“영화 내용이 제가 살아 온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수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경기지부 상담팀장은 미혼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네버 어게인’(감독 강소명)에 대한 공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삶을 살아왔고 이제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을 돕고 있다”며 “앞으로 고민하는 과정에 ‘네버 어게인’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2시30분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네버 어게인’ 내부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미혼모가족협회 회원 20명과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강소명 감독, 영화의 투자자이자 각본가인 강바울 대표 등이 참석했다.

‘네버 어게인’은 다섯 살 아들 준(채자운)을 키우는 미혼모 유나(이민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유나는 월세가 이미 수개월 밀렸지만, 주민센터를 찾아가도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한다. 직접 만든 비즈를 플리마켓 등에 판매하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다. 유나는 계속 세상의 거센 폭풍에 맞설지, 이대로 포기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영화 시사 이후 이어진 간담회는 참석자들이 울먹이는 소리로 가득했다. 말은 자주 끊어졌고, 눈물이 섞여 있었다. 미혼모 당사자인 이은정(44)씨는 “서울에서 살다 지방으로 내려가 아이를 갖게 됐다”라며 “연고가 없어 막막해 주민센터를 방문했지만, 영화 내용처럼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화 ‘네버 어게인’ 포스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강소명 감독

이은정씨 외에도 영화 내용을 자신의 얘기처럼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신림동 고시원에서 아이를 양육했다는 엄보미(37)씨는 “‘네버 어게인’을 보면서 화장실만 한 크기의 고시원에서 모유 수유하고, 아이를 씻기기 위해 밖을 계속 오간 기억이 났다”고 말했다. A씨 역시 “과거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며 “당시 사회의 여러 차별을 겪었고 생계 부담은 물론, 원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힘들었다”고 했다.

미혼모를 보는 사회 시선이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도 컸다. 이미경(48)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이사는 “아이가 커가며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며 “아이가 커서 결혼도 할 텐데 내가 미혼모라고 할 때 상대 가족이 결혼을 거절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나 역시도 아이가 데려온 상대가 미혼모의 아이라고 했을 때, 흔쾌히 받아줄 수 있을지도 고민이 된다”라고 털어놨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어려움을 나눌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아이 키울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라며 “영화도 나오고 점차 변해가지 않을까 믿어 본다”고 말했다

‘네버 어게인’을 연출한 강소명 감독은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가 갖는 어려움을 조명하기 위해 영화를 기획했다. 영화가 끝나면, 다시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의미의 제목 ‘네버 어게인’과 함께,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반복되는 ‘불평등’ ‘차별’ ‘낙인’ ‘자살’ 같은 단어가 화면을 채운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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