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이런 치료'로 재발률 낮출 수 있어

신은진 기자 2023. 9. 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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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전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치료 병행으로 재발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치료를 잘 마친 후에도 재발을 걱정해야 하는 폐경 전 유방암 환자의 걱정을 한결 덜어줄 연구결과가 나왔다. 항호르몬제(타목시펜)와 난소기능 억제 치료제를 함께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무병생존율(특별한 질환이 발생하지 않고 생존)은 높아지고 재발률은 낮아진다는 걸 국내 연구진이 밝혀낸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팀은 수술과 항암제 치료를 받은 45세 이하 폐경 전의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 1200여 명을 약 9년간 분석했다. 그 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치료를 함께 받은 환자들의 무병생존율이 높고 재발률은 낮았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굉장히 흔하다. 유방암 환자 3명 중 2명은 여성 호르몬 수용체와 관련된 호르몬 양성 유방암이다. 예후가 좋아 '착한 암'이라고도 불리지만, 완치 판정(진단 후 5년) 후 재발률이 높아 환자를 힘들게 하는 병으로 알려졌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특히 폐경 전 환자를 불안하게 한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르몬 양성 유방암 재발 방지 치료는 폐경기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폐경기거나 항암제 치료로 생리가 멈춘 환자들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 호르몬 생성이 활발하지 않아 재발 방지를 위해 호르몬 영향을 줄이기 위한 항호르몬제만 사용해도 된다.

반면, 여성 호르몬 생성이 활발한 폐경 전 유방암 환자 또는 치료를 통해 다시 생리가 시작된 젊은 유방암 환자는 항호르몬제만으로 재발을 막기 쉽지 않다. 그 때문에 항호르몬제와 더불어 호르몬 생성 자체를 억제하는 난소기능 억제 치료를 같이 시행해왔다.

그간 폐경 전 젊은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치료를 시행하고 약 5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는 있었다. 하지만 다른 유방암 유형인 HER2 양성 유방암이나 삼중 음성 유방암보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시간이 지나도 재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지 않다보니,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치료에 대해 더욱 장기적인 추적 관찰 연구 결과가 필요했다.

이에 연구팀은 폐경 전 1~3기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를 단독 치료군과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군으로 나눠 두 집단의 치료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항호르몬제 ‘타목시펜’ 치료는 5년간 진행됐으며, 난소기능 억제 치료는 항호르몬제 치료와 병행해 2년간 진행됐다. 전체 환자 중 621명은 항호르몬제 치료만 받았으며, 610명은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치료를 함께 받았다.

연구팀이 8년 무병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은 약 80.2%이지만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군은 85.4%로 5.2%나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 재발률도 큰 차이가 났다.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의 8년간 유방암 재발 없이 생존한 비율이 82.4%이지만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군은 86.3%였다.

45세 이하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들을 5살 단위로 나눠 집단별로 분석한 결과에선 40~45세 환자들의 경우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 결과 차이가 가장 컸다.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의 8년 무병생존율이 80.1%,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군은 89.1%였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그중에서도 HER2 단백질 과발현 여부에 따라 HER2 양성과 HER2 음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HER2 음성인 경우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군의 8년 무병생존율이 85.2%로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이 80.9%인 것보다 크게 높았다.

김희정 교수는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유방암이다보니, 젊은 환자의 경우 재발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최근 난소기능 억제 치료가 시행되면서 재발률이 낮아졌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도 치료 효과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45세 이하 호르몬 양성 유방암의 8년 생존율은 95~96%였다”며,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진단되면 좌절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지속적으로 치료법도 발전하고 있어 의료진과 함께 포기하지 않고 치료 과정을 밟아 나간다면 매우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유방암학회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2022년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에서 발표됐으며, ‘미국임상종양학회지’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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