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찌르고 강탈한 명품시계…알고 보니 ‘짝퉁’

광주 광산경찰서. ⓒ연합뉴스

인터넷 도박에 빠져 거액을 탕진한 40대 무직자 A씨가 평소 재력이 있다고 생각한 사행성 게임장 손님의 손목시계를 빼앗아 도망쳤다. 하지만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인 줄 알았던 시계는 모조품으로 판명됐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강도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3시 23분께 광주 광산구 장덕동 한 상가 건물 화장실 안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남성 B씨를 흉기로 찌르고 손목시계를 빼앗아 달아난 혐의다.

그는 당초 해당 상가에 있는 사행성 게임장 업주를 대상으로 강도 계획을 세웠다.

불법 도박사이트 환전 수수료를 받아 챙기던 게임장 업주로부터 돈을 빼앗아 그간 잃었던 도박 자금 일부를 벌충하려 했다.

인터넷 도박에 빠져 직장까지 그만둔 A씨는 도박 자금으로 수천만원을 탕진했다.

흉기를 챙겨서 게임장에 온 A씨는 업주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자 상가 화장실에 숨어 기회를 엿봤다.

대변 칸 문을 걸어 잠근 채 초조하게 시간을 보낸 A씨는 화장실에 들어온 B씨를 문틈 사이로 발견했다.

B씨는 중고 가격만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알려진 값비싼 손목시계를 착용하는 등 평소 재력이 있어 보였다.

판돈 투자를 약속하는 등 도박에 빠져들도록 부추긴 책임이 B씨에게도 있다고 생각한 A씨는 그를 흉기로 찌르고 손목시계를 빼앗아 도망쳤다.

A씨는 이때 B씨에게 흉기를 9차례나 휘둘렀다.

B씨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경찰은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해 강도상해가 아닌 강도살인미수 혐의를 A씨에게 적용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판돈 투자를 약속했다가 번복했다. 받을 게 있다"며 B씨를 원망했다.

범행 직후 명품 중고 매장으로 이동한 A씨는 빼앗은 시계가 모조품이라는 감정 결과가 나오자 낙담했다.

그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털어놨고, 지인의 설득 끝에 범행 약 50분 뒤 경찰에 위치를 밝히며 자수 의사를 전했다.

경찰은 A씨가 지목한 골목 일대를 수색해 그의 신병을 확보했으며, 사행성 게임장 업주를 상대로도 불법 도박사이트 환전 혐의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