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탕" 음주운전 차에도 실탄 6발 쐈다…총기 주저않는 경찰

김민정, 조수진 2023. 9. 20. 16: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11시 20분쯤 안산 단원구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8발의 총성이 울렸다. 만취 상태로 차량을 몰고 14㎞를 도주한 A씨(28)가 주차된 차량 17대(오토바이 2대)와 순찰차 2대를 잇따라 들이받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차량 타이어에 공포탄 2발과 실탄 6발을 발사했다. 차량이 멈추자 경찰은 운전석 유리창을 깨고 테이저건을 발사해 A씨를 검거했다.

2023년 9월 19일 오후 경기남부 안산단원경찰서 관내에서 A(28)씨가 만취 상태로 SUV 차량을 운전하자 경찰관들이 실탄 6발 등을 발사해 제압했다. 연합뉴스


잇따른 흉기난동 사건 이후 경찰이 범인 검거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총기를 꺼내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4일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흉기를 든 80대 남성이 난동을 부리자 테이저건을 쏴 제압했다. 지난달 27일 청주에선 경찰이 흉기를 든 남성을 향해 권총을 꺼내며 “칼 버려! 엎드려!” 등을 외치고 피의자를 검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윤 청장 지시 이후 현장에서 범인 제압 시 적극적으로 총기를 사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저위험 권총을 신규 지급하는 등 총기 보급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3년 안에 지구대·파출소 경찰관 5만명 가량이 ‘1인 1총기(저위험 권총 2만 9000정가량, 기존 권총 2만 2000정가량)’를 보유하도록 만들겠다는 게 경찰청의 목표다. 특히 저위험 권총은 플라스틱 탄두의 저위험탄을 사용해 살상력을 기존의 주력 총기인 ‘38구경 리볼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현장 경찰관들도 이런 총기 사용 장려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다. 서울 한 경찰서의 과장(경정)은 “범인 검거에 확실한 제압 방법은 총기 사용”이라며 “적극적으로 총기를 사용하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파출소장도 “피의자가 흉기를 들고 있는 경우 총기를 써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위급 상황에선 과감하게 총을 사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총기 사용에 따른 소송 리스크 등 위험성이 주로 부각되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위급 상황에서의 총기 사용에 대한 시민들의 우호적인 반응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8~9월공식 유튜브 채널에 피의자 제압 상황에서 총기·테이저건을 사용한 영상을 4건 올렸다. 대체로 “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 “테이저건이 아니라 실탄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등의 긍정적인 댓글이 많았다. 파출소에서 공익 근무를 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이모(25)씨는 “총기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불필요하게 오랜 시간 투입되는 경찰 인력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며 “범인 입장에선 ‘실제로 총을 맞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면서 범죄 발생이 감소할 듯하다”고 말했다.

2023년 8월 29일 경찰청이 ‘저위험 권총’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다만 총기가 살상도 가능할 정도로 위험성이 큰 무기인 만큼 “항시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5일 중랑경찰서 먹골파출소에서는 B경위가 격발 연습을 하다 실수로 실탄을 발사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예기치 못한 사고는 총기를 사용한다면 감수해야 하는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총기 사용을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지휘부가 총기 사용을 권장한다고 해서 따랐다가 사고가 나면 결국 책임지는 건 현장 경찰관들”이라며 “면책 범위를 과감하게 넓혀야 비로소 자신감 있게 총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