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등 공공기관발 위험의 외주화, 매우 우려"
[윤성효 기자]
▲ 민주노총 경남본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경남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은 20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지자체 발주 공사 실태와 책임"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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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기자체)나 공공기관에서 발부했던 공사·작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선업재해로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노동·시민사회·변호사단체가 토론회를 열어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본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경남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이 20일 오후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지자체 발주 공사 실태와 책임'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건설 공사 발주에 대해서는 원청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발주 공사라는 이유로 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은 '공공기관발 위험의 외주화'가 될 우려가 매우 높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와 올해 사이 경남에서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잦았다. 김해 오수관로 준설, 도로관리 공사, 도서관, 마산수출자유지역 내 벌목, 마산어시장 천막 추락, 합천고속국도 공사장을 비롯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토론회는 안한진 변호사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김태형 변호사는 '도급' '발주' 등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하면서 "발주자인지 여부는 규범적으로 시공을 총괄, 주도, 관리할 의무가 있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라며 "자체의 기본 사업의 일부 또는 그 부분이나 단순 외주화한 것인지, 특수한 위험요소가 있는지, 수급인의 안전과 보건 의무 수행능력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5일 김해 오수관 준설 작업 도중 2명이 사망한 중대재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김해시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으로도 건설공사 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에 해당한다. 중대재해법 본문의 명문 규정에 따라 책임을 진다"라고 부연했다.
여러 중대재해 사례를 언급한 김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의 입법을 통해 지자체장에게 산업재해 예방의 의무를 지운 것은 입법자의 명백한 의도"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법 현실은, 중대재해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의 규정에 따라 충실히 적용하고 이행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기본이며,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의 적용 여부 관련해 건설공사 발주자와 도급인을 구별한다고 발주자의 경우 무조건 그 적용이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특수 지자체장의 경우 관련 시설에 대한 지배가능성이 통상 인정될 수 있다는 면에서, 초기 조사부터 이를 달리 볼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라고 말했다.
정영훈 부경대 교수는 "지자체장은 지자체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경우에 따라서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직무를 수행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이행해야한다는 점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장은 지방자치법상 집행기관이지만, 그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고 법령과 조례·규칙으로 정한다. 임면, 교육훈련, 복무, 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할 권한이 있다"라며 "지자체장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을 명확히 하고, 법 위반 책임을 단호하게 물어야만 소속 공무원들의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인식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장이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이해와 실천을 위해 전문적 식견을 쌓고 수시로 확인해야 소속 공무원들도 지자체 직접 수행 사업이나 도급 수행 사업에서 감독관으로서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채룡 건설노조 경남건설기계지부 사무국장은 토론에서 "공사 현장을 관리감독할 감리원, 안전관리자, 전문건설인 인력 확인과 자재 품질 관리, 불법 다단계 하도급, 노동자의 안전관리 규정이 지켜지는지를 확인하는 게 미흡하다보니 부실공사, 임금체불, 임대비체불이 발생한다. 이는 노동자의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라고 설명했다.
여러 공사 현장의 재해를 사례로 든 그는 "건설 노동자의 사고 유형은 추락, 끼임, 절단, 낙하사고에다 건설기계와 노동자의 충돌이 많다"면서 "현장 사고시 책임을 회피하거나 시공사 책임과 현장 노동자의 부주의로 떠넘기고 늑장 대응으로 인해 모든 피해는 힘없는 건설 노동자들의 몫이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환춘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는 "발주자라고 해도 건설공사 기간 동안 해당 공사 또는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괸리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다면, 중대재해법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자체가 발주하는 건설공사는 지자체가 해당 시설에 대해 소유권 등 관리권을 가지고 있거나 담당 공무원이 관리 책임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김해 오수관 준설 사망사고를 보면, 중대재해법 적용에 있어서는 지자체가 발주자임에도 지자체장은 경영책임자로서 책임을 진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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