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대통령 글씨 쓴 격"…희경루에 자신 글씨 새긴 시장

황희규 2023. 9. 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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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가 지역 대표 누각인 희경루를 복원하면서 현판에 강기정 시장 서체와 낙관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오전 광주 남구 구동 광주공원 인근에서 희경루의 중건식이 열렸다. 희경루 뒤편에 강기정 서체로 쓰인 한글 현판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60억원 들여 157년 만에 복원

광주시는 20일 오전 남구 구동에서 희경루(喜慶樓) 중건 기념식을 열었다. 희경루는 1451년(문종 원년) 무진군사(茂珍郡事) 안철석이 건립한 누각이다. 무진군으로 강등됐다가 광주목으로 복권되자 ‘기쁘고 경사스럽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전남 나주 출신 문인 신숙주는 ‘희경루기’에서 ‘동방에서 제일가는 루’라고 했다. 희경루는 소실과 복원을 반복하다 1866년 완전히 사라졌다.

광주시는 2018년 60억원을 들여 중건에 나섰다. 원래 희경루가 있던 동구 충장우체국 일원에서 광주공원으로 옮겼기 때문에 복원 아닌 중건이라고 한다. 광주시는 동국대에 소장 중인 보물 제1879호 ‘희경루 방회도(榜會圖)’를 바탕으로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 희경루는 4992㎡ 부지에 팔작지붕·중층누각 형태로 만들었다. 희경루 현판 가운데 정면은 한자, 뒤쪽은 한글로 제작했다.

20일 오전 광주 남구 구동 희경루에서 열린 중건식에서 강기정 광주시장, 정무창 시의회 의장 등 참석자들이 현판을 제막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면 현판은 한국학호남진흥원에 보관 중인 조선왕조실록 영인본에 있는 喜慶樓를 집자했다. 반면 한글 현판은 강 시장 서체다. 강 시장은 필문(畢門) 이선재 선생 후손인 이남진 서예가 지도를 받아 썼다고 한다.

“과거 지방관 격 시장이 써도 돼”
또 현판에 '광주광역시장인' '강기정인' 등 낙관 2개를 새겼다. 그러나 오랫동안 보존할 새로운 역사 유산에 현직 시장 글씨체와 낙관을 새기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광화문에 대통령 낙관을 찍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있다.

당초 희경루건립자문위원회는 ^한자 현판처럼 집자하는 방안 ^유명 서예가에게 의뢰하는 방안 ^과거 지방관 격인 시장이 직접 쓰는 방안 등 3가지 안을 제안했다.

강 시장 역시 부담감을 표하면서 다른 방안을 찾아보라 했고, 호남 서예계를 대표한 학정 이돈흥 서예가에게 현판 글씨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2020년 별세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자문위가 "시장이 직접 쓰는 것도 괜찮다"는 의견을 밝힘에 따라 강 시장이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20일 오전 광주 남구 구동 희경루에서 중건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문위원회측은 "과거에도 목민관이나 지방관, 누각이 조성되는데 기여한 인물이나 그 후손이 현판을 쓴 사례가 있다"며 "중건 책임자로서 시장이 현판을 쓴 결정이나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한국 서예계 큰 어른인 학정 이돈홍 선생께 현판 글씨를 맡기려고 했지만, 2020년 작고해 무산됐다”며 "광주 문화 원류에 대한 강 시장의 관심과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광주광역시=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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