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섬마을에 있는, '앵고'들의 학교를 아십니까
[최늘샘 기자]
남쪽 바다 통영시 한산면 용호도(龍虎島). 육지에서 14킬로미터 떨어진, 하루 세 번 여객선이 오가는 작고 한적한 섬이다. 9월 12일 화요일 오전 7시, 취재를 위해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용호도로 가는 첫 배를 타고 고양이 학교를 향해 출발했다.
용호도에는 용초마을과 호두마을, 두 개의 마을에 26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고 두 마을의 딱 중간 지점에 섬마을 학교가 자리해 있다. 여객선은 두 마을에 차례로 정박하고 어느 마을에서든 20분쯤(1.2km) 걸어가면 이 학교에 갈 수 있다.
지난 9월 6일 국내 최초의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가 이곳에 문을 열었다. 1943년 개교해 학생 수 감소로 2012년 폐교된 이후 방치되어 있던 한산초등학교 용호분교가 일명 '고양이 학교'로 탈바꿈한 것이다.
▲ 통영시 한산면 용호도 국내 최초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 고양이학교 전경 |
ⓒ 최늘샘 |
기존의 동물보호센터와 어떤 점이 다르기에 '국내 최초'라고 말하는 걸까. 2023년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운영하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전국의 동물보호센터는 211개이다. 유기동물보호소, 동물복지센터, 동물병원, 보호협회, 입양센터 등의 형태로 존재하는 공공형 동물보호센터는 다양한 동물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대다수는 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 고양이학교의 고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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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에서 고양이 학교에 대한 논의는 2010년대 후반부터, 고양이와 동물을 사랑하는 시민들로부터 시작됐다. 초기에는 일본 세토내해의 아오시마(あおしま: 青島) 사례를 참고해 '고양이 섬'을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고양이에 의한 섬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미국 하와이 제도 라나이섬의 고양이 보호구역(Lanai Cat Sanctuary)을 모델로 한 '고양이 학교'가 현실화되었다.
▲ 고양이학교가 위치한 용호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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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상남도 주민참여예산 공모사업에 선정된 후 사업이 본격화 되었으며, 통영시 섬 지역의 여러 폐교들을 후보로 두고 논의된 뒤, 섬 주민들과의 오랜 협의를 거쳐 용호도 용호분교로 위치가 결정됐다.
▲ 고양이학교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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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학교 내부 모습. 용호분교의 교실이 고양이 보호소로 바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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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통영시 농축산과 동물복지팀 박양진 팀장에게 고양이 학교의 운영과 개소 후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질문했다.
▲ 통영시 공공형 고양이보호분양센터 운영 담당자, 통영시 농축산과 박양진 동물복지팀장 |
ⓒ 최늘샘 |
용호도 호두마을에서 13년째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박미자씨에게 고양이 학교에 대한 섬 주민들의 반응을 물었다.
"우리가 처음에는 반대했지. 왜 하필 앵고(고양이의 방언) 섬이냐?! 생소했으니까. 폐교되고 학교 건물 활용에 대해서는 전부터 여러 얘기가 있었어요. 호텔을 짓겠다, 리조트를 만들겠다는 사람도 있었죠. 주민들은 어쨌든 학교가 놀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죠. 앞으로 잘 운영됐으면 좋겠고, 덕분에 용호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서 마을에 등산로도 생기고, 여객선 운항도 좀 늘어나면 좋겠어요."
▲ 용호도 호두마을 박미자 부녀회장. 그는 말했다. “우리가 처음에는 반대했지. 왜 하필 앵고(고양이의 방언)섬이냐?! 생소했으니까." |
ⓒ 최늘샘 |
▲ 고양이학교에서 바라본 바다와 섬들. 좌측이 한산도, 우측이 추봉도, 멀리 다리 너머 보이는 섬은 거제도이다. |
ⓒ 최늘샘 |
통영에서 '고양이회관'이라는 이름의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김미진 작가는 고양이 학교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전했다.
"한국에서는 캣맘, 캣대디 이슈가 크고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사랑과 증오로 분열되어 있는데, 고양이 학교를 통해서 반려동물을 펫 숍에서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전파하고, 길고양이와 어떻게 공존할지 함께 고민할 수 있을 거예요."
▲ 용초항에서 호두항으로 가는 여객선에서 바라본 고양이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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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학교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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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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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학교의 고양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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