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계로 확산된 전미車노조 동시파업…"트럼프·바이든 둘다 싫어"

정현진 2023. 9. 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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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문 시사에 "억만장자 선출 안돼"
부품업체 50조 피해 전망…장기화 우려도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디트로이트 빅3 자동차 제조업체를 상대로 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전례 없는 동시 파업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9일(현지시간) 양측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며 파업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 업체는 물론 관련 부품 업체까지 피해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미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파업 현장을 방문한다 밝히는 등 미 정계에서 적극적인 개입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대선 정국에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UAW측은 자칫 파업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행정부, 양쪽 모두의 개입을 막고자 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건에 있는 포드 공장 앞에서 전미자동차노조 소속 직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노조원 임금 인상률 40% vs 20%…격차 좁힐까

19일(현지시간) 전미자동차노조 파업으로 입구에 바리케이드가 쳐진 스텔란티스 공장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게재한 영상을 통해 노조원들에게 "이번 주 금요일 정오까지 중대한 진전이 없다면 더 많은 지역에 작업을 멈추고 파업에 나서라고 요청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필요한 곳에서 계속해서 기업을 공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페인 위원장은 일부 공장에서 먼저 파업을 시작해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파업은 미시간주 웨인에 위치한 포드 브롱코 조립공장과 오하이오주 털리도에 있는 스텔란티스 지프차 조립공장, 미주리주 웬츠빌의 제너럴모터스(GM) 픽업트럭 조립공장 등 세 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UAW 전체 노조원 15만명 중 1만2700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주말 내내 진행한 협상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양측은 20일 또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노조 측은 이번에 빅3 회사가 최근 4년간 큰 수익을 거두고 최고경영자(CEO)들도 막대한 보상을 받아 갔다면서 노조원의 임금 최대 40%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주 32시간 근무제 도입, 퇴직연금 인상, 복리 후생 개선, 신입 사원 임금 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에 세 업체는 노조가 요구한 수준의 절반 정도인 임금 20%의 임금 인상을 제안했지만, 페인 위원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 등을 고려할 때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파업현장 방문시사…정계 핵심 이슈로 비화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현재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 주자 2차 토론회 대신 파업 현장으로 가서 노동자들과 면담을 하겠다 밝히면서 파업 여파가 미 정계의 핵심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앞서 전날 AP 통신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27일 열리는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에 불참하는 대신 격전지 중 하나인 미시간주를 방문해 파업 노동자들을 면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 보이콧을 공식 선언했고, 이틀 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1차 토론회에 불참한 데 이어 2차 행사도 생략하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업 현장 방문은 지난 집권기간 주요 표밭이었던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 민심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백인 노동자 계층의 이해를 대변해주는 '전사'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면서 러스트 벨트 유세에 집중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전기차가 중국에서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 노동자들은 어떤 일자리도 얻지 못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을 거세게 공격했다.

이에따라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정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번 파업은 유력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친(親)노조 행보를 보여왔던 바이든 대통령은 파업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당장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는 않다. 당초 파업 초기인 이번 주 초 진 스펄링 백악관 고문과 줄리 수 노동장관 대행을 디트로이트로 급파하려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페인 위원장이 "이번 싸움은 대통령이 관련된 것이 아니다"라며 백악관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일축했고, 일부 민주당 의원도 백악관의 개입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업 노동자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지만, UAW는 아직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페인 위원장은 또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로의 전환 정책이 노동자에게 타격이 되고 있다며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파업은 노조 지지와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미 행정부 의제 사이의 충돌을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UAW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페인 위원장은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 "우리 노조는 트럼프와 같은 사람을 부유하게 만드는 억만장자 계층, 경제와 싸우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다"며 "우리는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고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전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억만장자를 계속해서 선출할 순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부품업체 50조 이상 매출 타격…장기화시 소비자 피해로 연결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정계 움직임과 별개로 전례없이 발생한 미국 거대 자동차업체 동시 파업에 미국 경제는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자동차 분석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UAW의 부분 파업에 따른 하루 차량 생산 손실을 약 3200대로 추산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번 파업으로 공급망이 위축하면서 해고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자동차 생산 자체가 막히면서 이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파업이 확대될 경우 세 업체 모두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들의 매출 380억달러(약 50조5000억원)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블룸버그는 추정했다. 세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상장업체가 최소 76개이며 그중 21개는 매출의 4분의 1 이상을 이들 3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CNBC방송에 "파업의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파업이 확대, 장기화하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며 파업이 미국 전역 25개 공장과 UAW 조합원 14만6000명으로 확대되면 이번 분기 국내총생산(GDP)에 1.7%포인트 정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파업으로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타이슨 조미니 부사장은 폭스뉴스에 "파업이 4~6주 정도 지속되면 어떤 브랜드의 소비자든 더 높은 가격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 자동차 가격은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 당시 정점보다 약 4% 낮은데, 파업으로 다시 이 가격대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선 확대 막아라"…포드, 加 노조와는 막판 합의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 자동차 업체는 타격을 최소화하면서도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세 업체 모두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노조와 교섭을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

특히 세 업체는 미국뿐 아니라 동시에 캐나다에서도 현지 노조인 유니포와 임금 협상을 진행해왔는데 견해차로 파업에 직면할 위기에 놓이자 전선이 북미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그중 하나인 포드가 먼저 막판에 합의점을 도출했다.

포드는 이날을 기점으로 임금 교섭 결렬에 따른 파업 수순에 들어가려 했던 유니포와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마감 시한을 하루 연장해 밤새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노조원 5600명을 대표하는 유니포는 "노조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파업권을 활용했다"며 이를 통해 이번에 임금 인상과 연금 혜택 개선, 근로자 지원 확대라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유니포 노조원의 최종 비준 투표를 통해 합의안은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또 포드와 유니포가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협상 마감 시한이 연장돼 왔던 GM과 스텔란티스도 포드의 합의를 토대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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