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사측과 단협한 노조 "한화오션은 진짜 사장 역할 다하라"

윤성효 2023. 9. 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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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한화 본사 앞 찾아가 기자회견... 470억 손해배상소송 취하 등 요구

[윤성효 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20일 한화 본사 앞 기자회견.
ⓒ 이김춘택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18개 사내하청업체와 올해 단체교섭을 타결지은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을 향해 "진짜 사장의 책임과 역할"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청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아래 조선하청지회)는 20일 한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화오션 하청 노-사는 지난 13일 단체교섭 잠정합의를 하고, 19일 조인식을 가졌다. 양 측은 상여금 50% 회복과 고용·상여금 등 현안을 논의할 노사협의체(TFT) 구성 등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조선하청지회는 "형식과 내용 모두에 있어 조선소 하청노동자 노사관계에 작지만 소중한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한 해 전에는 장기간 파업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었다.

조선하청지회는 "2023년 단체교섭은 내용 면에서도 작지만 소중한 성과를 만들었다"라며 "작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51일 파업투쟁 이후 윤석열 정부는 이른바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말로 현실을 호도하고 노사상생협약으로 화려한 말 잔치를 벌였지만, 결국 앞뒤가 전혀 안 맞는 정책을 늘어놓았다"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에 대해, 이들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하청노동자보다도 더 낮은 임금(최저임금)을 받는 이주노동자가 노동시장 외부에서 대거 유입되는데, 어떻게 하청노동자의 저임금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고용에 있어서도 '상시적인 업무에 물량팀 사용을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는 물량팀을 프로젝트 협력사로 이름만 바뀌었다"며 "그 결과 조선업은 호황을 맞았지만 한화오션에는 상용직 숙련노동자가 아니라 사외업체, 아웃소싱, 물량팀 등 다단계 하청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재차 주장했다.

이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지금 한화오션에서는 상용직 본공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오히려 다단계 하청고용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그 결과 한화오션에서는 단기적인 이익을 좇아 우후죽순 생겨난 사외업체, 아웃소싱 업체들이 하룻밤 사이 폐업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며 임금체불 등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470억 원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하라"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20일 한화 본사 앞 기자회견.
ⓒ 이김춘택
 
상여금 50% 회복 합의와 관련해, 이들은 "2016년 이전 하청노동자의 상여금이 연간 550%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50% 회복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도 "비록 50%일지라도 다시 상여금이 회복된다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상여금 50% 회복은 회복으로 가는 작은 발걸음이다. 상여금 원상회복에 대한 하청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은 더욱 크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사 협의체(TFT) 구성에 대해 "2022년 단체교섭 합의사항이었으나 그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라며 "이번 단체교섭에서는 하청 노사가 참을성 있게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노사협의체 구성의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1일간 파업에 사측이 낸 470억 원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첫 재판이 21일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열린 것과 관련해, 이들은 "재판 결과가 어떻든 한화오션이 주장하는 470억 원의 변제가 전혀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라며 "오히려 재판을 하면 할수록 수억 원의 법률비용이 계속 필요하게 되며, 그 법률비용조차 보전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라고 했다.

이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실익이 전혀 없고 오히려 큰 비용이 발생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한화오션이 계속 유지한다면 그 목적은 오직 하나,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 3권을 박탈하기 위함이다"며 소송 취하를 요구했다.

조선하청지회는 한화오션에 대해 "하청업체의 단체협약 합의를 존중하여 상용직 숙련노동자 고용구조를 강화, 확대하기 위한 노사협의체 운영을 적극 지원하라", "노사협의체가 마련하는 하청노동자 임금, 고용, 복지, 원하청 차별 개선 방안을 적극 수용하라", "직접 교섭에 나서라", "손해배상소송을 즉각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동성 금속노조 부위원장, 김혜진 노동조합법2.3조개정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차헌호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공동소집권자 등이 함께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20일 한화 본사 앞 기자회견.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회견문을 한화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한화 측 사람이 나오지 않자 비에 젖은 기자회견문을 유리문에 붙였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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