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강릉원주대 통합, 재고해야 한다
[김일곤 기자]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구성원이 대학 통합에 찬성하면서 고등교육 공공성이 급격히 약화될 우려가 커졌다.
두 대학은 9월 14일부터 15일까지 대학 통합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강원대는 평균 73.8%가 대학 통합에 찬성했다. 강릉원주대도 85%의 구성원이 대학 통합을 찬성했다.
강원대 교수는 총선거인 993명 중 871명이 투표에 참여해 629명이 찬성(72.22%)했고 반대는 242명(27.78%)에 그쳤다. 강원대 직원은 999명 중 789명이 참여해 529명이 찬성(67.05%)을, 260명(32.95%)이 반대했다. 강원대 학생은 대의원 방식으로 투표에 참여해 전체 147명 중 140명이 투표해 115명이 찬성(82.14%), 25명이 반대(17.86%)했다.
강릉원주대는 교수(365명)는 90.75%, 직원은 73.25%, 학생은 91.32%가 각각 대학 통합에 찬성표를 던졌다.
대학 통합에 찬성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원대 삼척, 도계 캠퍼스 구성원들은 이번 대학 통합 찬반투표가 졸속이라며 반대의견을 밝히고 있지만 뚜렷한 방안은 없어 보인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가 대학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표면적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글로컬 대학 사업 선정을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학령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대학 존립 위기를 타개하는 방안이다.
윤석열 정부의 글로컬대학 사업 선정을 위해 대학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선 강원대 김헌영 총장은 대학 통합 찬반투표를 앞둔 9월 12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강원대가 글로컬 대학 사업에 지정되면 정부의 지원으로 대학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씩 대학 통합을 경험한 두 대학의 과거 사례를 보면 대학 통합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강원대는 2005년 당시 산업대인 삼척대와 대학 통합을 밀어붙였으나 2009년 국정감사에서 강원대와 삼척대와 통폐 결과는 총체적 실패라는 지적을 받았다.
강릉원주대 역시 학령인구 감소 시기 대학 위기를 극복하고 대학의 변화와 혁신을 주기 위해 2006년 당시 전문대인 원주대와 통합을 성사시켰으나 통합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 차례씩 대학 통합의 쓴맛을 경험한 강원대와 강릉원주대가 다시 대학 통합을 밀어붙인 건, 지난해부터 지방대학의 충원율이 감소하면서 대학 위기가 한층 거세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라는 대학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 통합'을 선택했다는 것은 대학 위기의 원인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실책으로 판명 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지방대학 위기는 지난 수십 년간 역대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고등교육 재정 또한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지원되면서 지방대학의 위기가 가속화된 측면이 크다.
정책과 재정의 수도권 집중으로 대학 서열이 수도권 대학을 정점으로 지방대학으로 수직적으로 고착화되었고, 지방대학 학생의 취업이 불리해지면서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와 지방대 학생 감소로 이어진 것이 지금의 지방대학 위기의 본질이다.
따라서 지방대학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등교육 정책과 재정을 수도권 중심에서 지방대학 중심으로 바꾸고, 대학 서열화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제 정책을 수립하고,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대폭 감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관련 기사 : 한경대·한국복지대 통합, 이의있습니다!).
대학 위기의 원인이 이처럼 명확한데 강원대와 강릉원주대학의 통합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은 마치 병든 몸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근시안적인 처방을 내리는 것에 불과하기에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통합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두 대학이 통합을 완성하면 춘천, 원주, 강릉, 삼척, 도계 등 캠퍼스만 5개다. 2005년 강원대와 통합한 삼척캠퍼스 구성원들이 강원대와 삼척대 통합이 20년 가까이 되지만 삼척캠퍼스가 소외당해 왔다고 주장하듯이 새로운 통합대학의 5개 캠퍼스가 균형 있게 제대로 운영될지도 의문이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해지는 추세를 반영하면 수도권인 춘천과 원주 캠퍼스를 제외하고 강릉, 삼척, 도계 캠퍼스는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으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 경우 강원대 삼척캠퍼스가 위기를 겪으면 삼척시의 존립도 위험할 수 있다. 강원대 삼척캠퍼스 교수, 직원, 학생 등의 비율은 삼척 인구수 6만3000여 명의 10% 가까지 차지해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해 결단 내린 대학 통합의 결과로 지방 소도시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까지 감수해야 한다. 대학 위기의 원인을 고려하지 않은 강원대·강릉원주대 통합,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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