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브레인 2023]정기영 교수 "치매 예방 위해선 잘 자는 것 중요"

김철현 2023. 9. 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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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양, 질, 타이밍 중요
잠은 심혈관질환·치매 위험 줄여

정기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수면은 노쇠나 치매와 연관이 있으며, 뇌 건강에는 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20일 아시아경제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3 굿브레인 콘퍼런스’에서 건강한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수면과 뇌 과학'을 주제로 강연을 한 정 교수는 "수면 부족은 뇌졸중, 인지 저하, 치매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잠자는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라고 여겼지만 1953년 '렘수면'의 발견 이후 수면의 이 같은 기능과 중요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기영 서울대병원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굿브레인 2023 콘퍼런스'에서 수면과 뇌 건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렘수면'의 발견은 잠을 잘 때 뇌가 죽은 상태가 아니며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수면 상태는 렘수면과 비(非)렘수면, 각성 상태로 나눌 수 있게 됐다. 정 교수는 "하룻밤에도 90분 주기로 비렘수면과 렘수면, 각성 상태가 3~4번 반복된다"며 "이 세 단계가 조화를 이뤄야 건강한 수면을 이룰 수 있다. 주로 새벽에 렘수면 상태에서 깨는 것은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정 교수는 수면의 다양한 기능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자지 않고는 피로에서 회복할 수 없고, 수면 중에 생합성이 활성화돼 수선 기능도 한다"며 "잠을 자면서 '시냅스'는 새로운 빈 공간을 만들고 이로써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기억 강화 기능도 있다. 밤에 자면서 기억을 연습하고 강화해주는 것이다. 동시에 불필요한 정보를 잊는 망각 기능도 한다.

정 교수는 무엇보다도 잠을 제대로 자는 것은 뇌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활동 중에 뇌에 부산물과 독성 물질이 쌓이는데 수면 중에 뇌 대사물을 청소하는 '글림프시스템'이 가동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렘수면은 꿈을 꾸면서 기억과 연관된 팩트는 남기고 감정을 씻어내는 등 감정 기억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숙면을 취하고 수면의 질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숙면과 꿈의 중요성 중의 하나는 창의성이다. 거북선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이순신의 꿈이라는 기록은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 교수는 "창의성을 위해선 잠을 잘 자야 하고 렘수면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과 기능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수면' 건강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정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한국인은 수면 시간이 7시간 미만인 사람이 44%, 수면 문제로 진료를 받는 이들이 100만 명이 넘는다"며 "수면 문제가 있는데 병원에 오지 않는 이들까지 생각하면 200만~3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영 서울대병원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굿브레인 2023 콘퍼런스'에서 수면과 뇌 건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그렇다면 건강한 수면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정 교수는 양과 질과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충분히 필요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정 교수는 "수면 부족과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봤을 때 7시간일 때 가장 낮았고 너무 부족해도 안 되고, 너무 많아도 문제가 있었다"며 "역시 수면 시간이 7시간일 때 치매 위험도가 낮았고 부족하거나 많은 경우 위험이 증가했다"고 했다.

수면의 질에 관해서는 이른바 '코골이'인 수면무호흡증을 사례로 설명했다. 그는 "수면무호흡증은 혈관에 영향을 미쳐 뇌졸중과 치매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심한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뇌혈관 질환, 심혈관 질환, 치매 발병 위험률은 물론 사망률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양과 질뿐만 아니라 규칙적인 수면 습관도 중요하다. 정 교수는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보면, 교대 근무자의 경우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증가했다"며 "장기 추적해보니 치매 발병 위험도 30% 이상 늘었다"고 했다. 비단 교대 근무자의 경우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불규칙한 수면 습관도 동일한 문제를 야기한다. 수면 시간이 충분하더라도 불규칙하다면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 교수는 "수면 부족은 대부분 본인 탓"이라며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수면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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