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아양母 "딸 죽인 사람 변명을 왜"…스쿨존 참변 징역 15년 구형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덮쳐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간 전직 공무원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지난 4월 8일 스쿨존에서 인도를 덮친 만취운전자 차량에 배승아(9)양이 숨진 대전시 서구 둔산동 탄방중 앞 인도에 배양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대전지법 제12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직 공무원 방모(67)씨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5년을 구형하고 자동차 압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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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에서 어린이 4명 치어

방씨는 지난 4월 8일 오후 2시20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108% 상태(만취)에서 SM5 승용차를 몰고 가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스쿨존에서 인도로 돌진, 배모(9)양 등 4명을 들이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배양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고 당시 승용차 속도는 시속 42㎞로, 법정 제한 속도(30㎞)를 초과했다. 그는 이날 낮 12시30분쯤 대전 중구 태평동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 뒤 사고 지점까지 5.3㎞가량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8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대상으로 속도 제한 규정 완화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의 스쿨존에 '가변속도 제한 구간' 표시가 적혀있다. 뉴스1

검찰은 이날 “피해자 어머니와 오빠는 장이 끊어지는 고통(단장지애), 눈이 멀 정도의 슬픔(상명지통)보다 더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사고 현장을 목격한 다른 피해자 역시 우울함과 외상 후 스트레스(PTSD) 등을 호소하며 1년 이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경각심 일깨워줘야"
이어 “지금도 음주운전 범행이 계속되는 데 입법부와 행정부가 막지 못한다면 결국 사법부만 남은 것”이라며 “국민이 다시는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씨 변호인은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변론을 생략할까 고민하기도 했다”며 “반성한다는 말도 변명이 될 수 있음을 알지만,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죄드릴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고 변론했다.

지난 4월 14일 대전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배승아 양의 사고 현장을 찾아 배 양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피고인 방씨는 최후 변론을 통해 “죽을죄를 지었다. 평온한 삶에 고통을 드린 피해자 가족과 피해자에게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공감하며 사고 이후 죄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고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사죄했다. 그는 “지는 죄(값)를 달게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숨진 배양 가족 "엄벌에 처해달라" 호소
반면 배승아양 가족은 방씨가 사죄했음에도 엄벌을 호소했다. 배양 오빠는 “피고인은 감형을 받기 위해 반성문을 제출하고 지금도 사죄문을 읽으면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사죄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으며 엄벌에 처해지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배양의 모친은 “이 자리에서 딸을 죽인 사람의 변명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떠한 사과와 변명도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배양 측은 방씨의 공탁금 수령도 거부했다. 방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10월 20일 오후 2시 대전지법에서 열린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