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배승아양 숨지게 한 전직공무원 징역 15년 구형
검찰이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으로 고(故) 배승아양을 숨지게 한 전직 공무원에게 징역 15년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대전지검은 21일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나상훈) 심리로 열린 방모(66)씨에 대한 3차 공판에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방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위험운전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배양 가족들의 삶이 여전히 사고 당일에 멈춰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 역시 크게 고통받고 있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023년 4월 8일은 누군가에게 기억조차 남아 있지 않은 하루였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하루였다”며 “고사성어 중 자식을 잃어 장이 끊어지는 고통을 단장지애(斷腸之哀), 눈이 멀 정도의 고통을 상명지통(喪明之痛)이라고 한다. 배양의 엄마·오빠는 창자가 끊어지고 눈이 머는 것보다 힘든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사고를 당한 상해 피해자들도 상태가 심각하다. 피해가 가장 경미한 한 학생은 2주간의 상해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정신감정 결과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때문에 1년 이상의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며 “아무 잘못 없는 피해자들이 끔찍한 고통을 겪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 잊었을 시기임에도 가족들과 피해자들은 여전히 4월 8일에 갇혀서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비극적인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은 그동안 음주운전 가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강조했다.
검찰은 “이런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 인식하는 정보가 ‘분노스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정도까지이고, 가해자가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았다는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 국민들이 다시는 음주운전을 해선 안된다는 경종을 울려달라”고 말했다.
피고인 방씨는 최후진술에서 준비해 온 사죄문을 읽으며 ‘죽을죄를 지었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피해자 가족들의 상처와 고통,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한다. 사고 이후 죄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며 “피해자 가족들을 직접 찾아 뵙고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리는게 도리이지만 갇혀 있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맞바꾸고 내가 대신하고 싶다. 죄송하고 숨쉬는 것조차 견딜 수 없이 송구스럽다”며 “피해자 가족들께 평생 사죄의 마음으로 살겠다. 피해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배양의 가족들은 방씨의 사죄가 ‘악어의 눈물’에 불과하다며 그가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은 방씨의 공탁금 수령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양의 오빠는 “감형을 받기 위한 악어의 눈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공판에서 내가 ‘사죄없는 반성문 제출은 2차 가해’라고 진술했음에도 지금도 반성문만 제출하고 기망을 하고 있다”며 “사죄문을 읽으면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어머니와 나에게 또 가해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배양의 어머니도 “왜 이 자리에서 내 딸을 죽인 사람의 변명을 들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힘들게 버티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감히 죽을죄라고 하는가. 어떠한 사과도 변명도 듣고싶지 않다.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20일 내려질 예정이다.
방씨는 지난 4월 8일 오후 2시20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스쿨존 인근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다 배양 등 어린이 4명을 차로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배양이 숨지고 함께 길을 걷던 어린이 3명이 크게 다쳤다.
당시 방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수준을 웃도는 0.108%로 나타났다. 그는 사고 직전 대전 중구의 한 노인복지관 구내식당에서 지인 8명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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