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 냉장고에 액상대마가...한국 경찰이 미군 4차례 압색 왜

최모란, 황수빈 2023. 9. 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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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미군 부대 캠프 험프리스. 미 육군범죄수사대(CID)와 파란색 상자를 든 평택경찰서 수사관 20여명이 미군들이 거주하는 막사를 덮쳤다. 미군 관계자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보인 이들은 막사 내 냉장고에서 갈색빛의 액체가 담긴 플라스틱병이 나왔다. 액상 합성대마였다.

지난 5월 동두천에 있는 미군부대 캠프 케이시를 압수수색한 경찰이 합성 대마를 흡연한 미군을 체포하고 있다. 사진 평택경찰서


군사우편을 이용해 합성대마를 밀반입한 미군과 이를 미군들에게 판매한 유통책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을 적발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CID와 함께 미군 부대를 4차례 압수수색했다. 평택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미군 A(24)씨 등 22명을 적발해 이들 중 필리핀인 B(33·여)씨와 한국인 C(27·여)씨를 구속했다. 적발된 이들 중 17명이 미군 소속(평택 캠프 험프리스 14명, 동두천 캠프 케이시 3명)으로 파악됐다. 나머지도 미군과 관련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지난해 2월~지난 5월 주한미군 군사우편으로 미국 본토에서 합성대마를 밀반입한 뒤 미군에게 판매하고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택시에 탑승한 미군이 택시 안에서 유통책에게 합성 대마를 건네받아 구매하는 장면. 평택경찰서


경찰 조사 결과 평택 캠프 험프리스 소속 미군 A씨는 육안으로는 액상 합성대마가 전자담배 액상과 구별이 쉽지 않은 점을 이용해 플라스틱 통에 합성대마 350㎖를 담아 주한미군 군사우체국을 통해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 군사우체국에 반입되는 물품은 주한미군지위협정 등에 따라 금지 물품으로 의심된다고 해서 바로 개봉 검사할 수 없고, 미국 우편당국과 합의 없이 우편 경로에서 분리할 수도 없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를 합성 대마의 공급책으로 특정했지만, 그가 이미 국내 다른 경찰서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미군에 구금된 상태라 불구속 입건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밀반입한 합성대마를 유통책인 필리핀인 B씨와 한국인 C씨를 비롯한 판매책 7명을 거쳐 평택 캠프 험프리스와 동두천 캠프 케이시 소속 미군 등에게 판매했다. B씨는 미군과 결혼했다 이혼한 전력이 있고, C씨는 미군 부대 상점에서 일하고 있어서 미군들과 친분이 있었다. B씨는 A씨에게 10㎖당 60달러에 산 합성대마를 미군 등에겐 같은 용량을 170달러에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전달책 3명을 통해 마약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들에게 마약을 구매한 미군 등은 미군기지 내부나 유통책의 주거지 등에서 전자담배 액상에 합성대마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흡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압수한 합성 대마 등 압류품. 평택경찰서

이례적으로 평택·동두천 미군기지 4차례 압색
경찰은 CID 측으로부터 미군기지 주변에서 합성대마가 유통되고 있다는 내용의 첩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5·6·7·8월 4차례 걸쳐 평택과 동두천 소재 미군기지에 진입해 용의자의 막사와 신체를 압수수색했다. 그 결과 경찰은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A씨 등 22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마약 판매대금 1만2850달러(1670만원 상당)와합성대마 80㎖, 혼합용 액상 4300㎖, 전자담배 기기 27대 등을 압수했다. 합성대마 80㎖는 50여명이 동시에 흡연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경찰이 대마 유통책에게서 압수한 현금. 평택경찰서

경찰은 미국 본토에서 합성대마가 발송된 경위 등 밀반입 경로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대부분이 미군이라 이례적으로 미군부대를 압수수색하고 현장에서 검거도 이뤄졌다”며 “미국 본토에서 발송한 합성대마의 밀반입 경로를 확인하고 합성 대마 취급 혐의자를 추가 검거하기 위해 CID와 공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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