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회복? 교사 위협하는 환경부터 바뀌어야"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화환이 학교 앞에 놓여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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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서이초 교사의 49재가 되던 지난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교육현장의 뜨거운 목소리를 직접 전했다. 교육부는 엄벌 카드를 내세웠지만 교사들의 열기를 꺾을 수는 없었다. 교사에게 가르칠 환경을 학생에겐 성장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할지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 장세웅 교장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은빛초 교장실에서 진행됐다.
▲ 서울 은빛초 장세웅 교장 선생님 (사진 : 박은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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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교육현장이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인데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교사들이 느끼고 있었던 불안감, 공포 그리고 본인들이 겪어왔던 온갖 복잡한 심정들이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터져 나오는 거 같습니다. 선생님들은 그 일을 한 선생님의 개인적인 죽음이 아니라 본인과 동일시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나에게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거의 비슷한 경험들이 갖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뜨거운 뙤약볕 아래 아스팔트 열기를 다 맞아가면서 집회가 계속되고 '공교육 멈춤의 날'을 하루 앞둔 3일에는 국회 앞에 30만이 모인 건 이번 일을 교사들이 나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 문제가 해결돼야 된다는 강렬한 의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 실제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전반적으로 교사 사회에 흐르는 기운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교사들은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교육에 관한 열정을 갖고 헌신해 왔는데요.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확 꺾인 느낌입니다. 슬픔과 분노, 좌절과 무력감 등 부정적인 분위기가 교사 사회를 덮고 있는 건 아닌가 해서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이건 단지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교육이 죽어간다는 거고 우리 사회 미래가 죽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니 심각한 위기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장으로서 '우리 이런 거 해보자'고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고 이런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래도 은빛초는 학교 공동체가 비교적 튼튼하고 교사 공동체, 학부모 공동체가 서로 신뢰와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함에도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죠."
- 교사들이 위축되어 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최근에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갈 때 스쿨버스가 아닌 전세버스를 타는 건 불법이라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있었어요. 그랫더니 학교 현장에서는 '그럼 우리는 못 가네' 하면서 다 취소를 했죠. 지금처럼 교육 현장이 부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면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하고 좋은 시간을 보낼지 방법을 찾느라 분주했을 거예요. 하지만 사회가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교사들은 더 이상 헌신하고 열정을 발휘할 수 없는 거죠."
- 굉장히 소극적인 자세로 학교현장이 운영될 수밖에 없겠네요.
"이런 분위기가 올해 들어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니에요.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수정해주고 이끌 고자 했던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몰리면 교사들은 그럼 그냥 이 아이를 못 본 채하라는 말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교사의 긍정적인 훈육과정 마저 정서적 학대로 몰고 교사를 위협하게 되면 소극적인 자세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이들이 불안하면 공부하기 어려운 것처럼 교사들도 불안하면 가르치기 어렵다는 걸 알면 좋겠어요. 교사의 교육 활동도 안전한 환경에서 지지받을 수 있을 때 열정을 다해 가르칠 수 있으니까요.
아동학대로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경찰이 출동하고 지방공무원하고 바로 조사가 들어가요. 교사들은 이 때부터 무너져요. 학부모는 우리 아이랑 교사랑 분리해 달라고 요청하면 교사는 바로 직위해제 되는 거죠.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죄가 있는지 없는지 상관없이 분리조치 한다면서 직위해제를 시키죠. 학교장도 그게 깔끔하니까 '그냥 잠깐 쉬고 있어' 이런 방식을 택하지만 그 순간에 교사의 자존감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죠. 하소연을 할 수도 방어책을 마련할 수도 없는 상황을 만나게 되는 거죠." - 지금 보도되는 사례들을 보면 굉장히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이런 사례가 일부인건지, 실제로 많은 건지 궁금합니다.
"중요한 건 교사 본인이 이런 상황을 당하지 않더라도 동료 교사가 어려움에 처하는 걸 보면 두렵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어떤 갈등이 시작되면 선생님들은 얼어버려요. 모든 학부모님들이 그런 건 아닌데 교실에서 이런 문제가 하나라도 생기면 선생님들은 이런 상황을 치명타로 느끼고 자존감이 많이 꺾이죠. 그러면서 '내가 뭐 하려고 이러는 거지'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제 주변에서도 명예퇴직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알게 됐죠. 다들 비슷한 문제로 속앓이를 하다가 버티지 못하고 명퇴를 했더라고요. 친한 교사가 그래요. '그냥 못 본 척 할 걸' 그랬다고요."
- 그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서 그 부모하고 이야기를 하면 학생에게 도움이 될 거 같았대요. 그런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 부모와 관계가 나빠지고 오해는 쌓이고 학생 상태도 안 좋아지더랍니다. 교사와 부모가 서로 신뢰하면서 아이를 잡아줘야 하는데 그 신뢰가 없으면 오히려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거든요. 그러다 혹시 이 학생 가방에도 녹음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자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명퇴를 신청했다고 해요. 제가 볼 때 명퇴 신청하시는 분 중 70~80%는 아마 이런 문제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 학교현장에서 이 문제를 쉽게 풀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떠나는 것일 텐데요. 왜 이렇게 교육현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된 건가요?
"아동 인권을 지키기 위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이제는 교사를 위협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 버렸어요. 그래서 지금 교사들이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거고요. 우리사회가 법화사회로 가면서 학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요. 일상의 영역까지 법으로 규제하는 사회가 되면 교육의 자발성과 책임 의식이 붕괴되는 거죠. 특히 교사들은 법률적인 방어기제도 부족하고 취약하니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거죠."
▲ 초중고 교장 803명 성명서 |
ⓒ 은평시민신문 |
장과 교육공동체 회복을 바라는 초중고 교장 803명'의 성명서가 발표되었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학교 관리자인 교장과 교감도 힘이 없다는 점에서 변명할 말은 있어요. 그럼에도 교사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고 선생님들은 혼자 감당해야 했죠. 법률 소송이 들어와도 민원이 들어와도 학교에서는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밖으로 커지지 않게 하려고 교사가 먼저 고개를 숙이길 바랐죠. 이런 걸 지켜보는 교사들은 어디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었고요. 교사들의 동료의식, 튼튼한 문화가 있었다면 서로 이야기하면서 해소하는 과정도 있었을 텐데 코로나 기간 동안 그런 문화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학교 관리자라고 할 수 있는 교장이 교사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보호해주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요.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교장은 앞으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자성적인 반성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는 선언이죠.
그런 면에서 교사 혼자 짐을 지게 하지 않겠다, 학교 차원의 민원대응시스템을 마련하겠다, 학교장이 학부모와의 소통에 앞장서겠다, 교육 공동체 회복을 위해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교육 활동을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더라도 그에 따른 예산과 인력이 없다면 어떤 실효성도 없을 겁니다."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 선생님들의 죽음이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일어났어요. 교실에서 홀로 아이들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되고 모든 민원을 혼자 감당해야 되는 거예요. 중학교만 되어도 교과 선생님들이 함께 학생들을 관찰하고 담임교사가 문제로 생각하는 내용에 다른 선생님들도 공감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죠.
그래서 초등학교는 교사 공동체가 더 중요해요. 교실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환경이 상당히 취약한 거죠. 은빛초는 그래도 동학년 간의 교육과정 협의, 공동연구가 활발해서 학생들 생활지도 문제 등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조금 더 건강한 편인 거 같아요. 하지만 보통 학교들은 교실에서 혼자 업무보고 또 바쁘니까 고립문제가 심각해지는 부분이 있죠."
- 초등 교육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겠네요.
"다양한 선생님들이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교사 공동체가 형성되면 그 속에서 해결점을 찾아가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어요. 문제는 예산과 인력이죠. 지금 교육부에서 내놓는 대책을 보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잘 안 보이는데 오히려 교사수를 줄여버리려고 해요. 도시는 학급당 아동수가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전국 평균으로 치면 OECD 평균 정도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지역별 편차가 굉장히 심해요. 과거처럼 아이들을 집단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활동 중심, 개별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면서 학급당 아동수가 늘어나면 교육의 질은 어떻게 될까요."
-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은빛초는 임시휴업을 했는데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도 어려웠을 거 같은데요.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학교장은 임시휴업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학사일정조정도 해야 하니까 그에 따른 학교운영위 심의도 필요하겠죠. 공교육 멈춤의 날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선생님들과 몇 차례 회의를 했어요. 교육부에서 학교장 파면·해임 얘기까지 나오니 선생님들이 걱정을 많이 했지만 9월 4일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긴급하게 임시휴업을 결정하고 긴급 돌봄 신청 받고 방과후 활동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돌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했습니다."
- 임시휴업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학부모님들이 선생님들을 응원한다는 편지를 많이 보내주셨고 집회 나가는 선생님들 힘내시라고 간식도 챙겨주셨어요. 아버지회에서는 당일에 얼음물을 준비해 주셨고요. 선생님들이 학부모님들한테 굉장히 고마워했죠. 감동받고 힘을 얻었고요. 이런 과정을 함께 하면서 우리 교육 공동체들의 연대감이 조금 더 강해진 거 같아요.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우리 스스로 똘똘 뭉쳐서 서로를 지켜냈다는 뿌듯함 이런 거요.
학부모 회장님은 학부모님들한테 학교 상황을 알리는 연락을 했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는 자세한 상황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보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안 한 거 같더라고요. 물론 각 교실에서 선생님들이 충분히 설명을 하셨지만 교장으로서 아이들에게 학교장 편지를 보냈어요."
- 힘들지만 교육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겠네요.
"며칠 전에 교사 연수를 진행했어요. '원작품 읽기와 문해력 키우기' 연수였는데 지금 이 시기에 이 연수가 맞을까 고민이 많이 됐죠. 다행히 다들 집중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마칠 수 있었어요. 우리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언제까지 슬픔과 부정적인 감정에만 묻혀 지낼 수는 없잖아요. 더 긍정적으로 교사들의 연대의식을 키우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동체를 만들고 교사의 전문성이 강화되는 쪽으로 나가야 할 거 같아요. 그게 결국 교사들의 힘이지 않을까요"
- 초등학교에 꼭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초등학교에는 상담 교사가 없어요.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은 많은데 그런 부분을 전문적으로 맡아 줄 전문 상담사가 없는 상황입니다. 은빛초는 다행히 전문 상담사가 있어서 진짜 많은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 은빛초 담벼락에 선생님들을 위한 응원글이 빼곡히 붙어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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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빛초 담벼락에 선생님들을 위한 응원글이 빼곡히 붙어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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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들을 응원하는 현수막과 간식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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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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