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거짓 회계' 차바이오텍, 주식 투자자 손실 전부 배상해야"
"거짓 공시를 믿고 회사 주식을 샀다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들이 코스닥 상장사인 차바이오텍과 임원진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사측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차바이오텍은 차병원과 차의과대학 등을 둔 차병원그룹의 지주사격인 회사다. 이번 판결은 바이오 기업의 회계 처리 및 거짓 공시와 관련한 투자자의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정찬우)는 투자자 4명이 차바이오텍과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낸 총 2억원가량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와 당시 대표 2명, 공시담당자가 공동으로 투자자에게 개인당 청구금액인 425만~1억7000만원씩을 전부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같은 취지로 투자자 12명이 20억원 상당을 청구한 소송에서도 차바이오텍 등이 청구금액 전액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부 피해금액 산정에 오류가 있는 원고를 제외하면 각 피해자가 청구한 금액 전액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많게는 7억8000여만원까지 배상책임이 인정됐다.
앞서 차바이오텍의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2018년 3월 차바이오텍의 2017회계연도와 관련해 한정 의견을 냈다. 이는 재무제표상 일부 항목이 잘못 작성돼 재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차바이오텍이 대규모 연구개발비를 '무형 자산'으로 처리한 부분을 두고, 삼정회계법인이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차바이오텍은 2014년 이후 4개 사업연도 연속 적자를 낸 기업이 됐고,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그해 3월23일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통상 신약 개발은 신약후보 물질 발굴, 임상시험, 허가 검토·승인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최소 15년이 걸려, 연구개발비를 비용과 자산 중 무엇으로 처리할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그해 금융감독원도 차바이오텍을 비롯한 바이오 기업 10곳에 대한 회계감리에 착수하며, 이 사건은 바이오 업계의 '회계논란'으로 이어졌다. 문제가 된 공시를 보고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차바이오텍이 2017년 반기 및 3분기 보고서상 영업이익 관련 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했다. 자산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개발비를 자산화하는 방식으로 거짓 내용을 공시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거짓 기재'를 인정하고 투자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차바이오텍은 당시 기술적인 실현 가능성과 미래경제적 이익 창출 방법 등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 차바이오텍이 소송이 제기되고 4년이 지날 때까지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만큼, '거짓 기재'가 아니라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3분기까지 넉넉하게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었으므로, 합리적인 투자자로서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험은 배제하고 주식투자를 했을 것이다. 거짓 기재가 밝혀진 이튿날 주가가 폭락했으므로, 자본시장법상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삼정회계법인 및 이사 반기 및 3분기 보고서에 서명하지 않은 이사 1인 대한 투자자들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다른 투자자 48명이 낸 총 28억5000여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내달 12일 선고 예정이다.
이번 소송에서 투자자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평안 관계자는 "거짓 기재의 여부, 거래와 손해의 인과관계 등 치열한 법리 다툼 끝에 나온 판결"이라며 "향후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의미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지대 등 소송비용 문제로 우선 손해액의 절반가량만 청구했는데, 법원이 손해액 전액에 관해 차바이오텍 및 그 대표이사 등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항소심에서 청구 취지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차바이오그룹 관계자는 "재판부가 금감원의 사후적 권고 지침에 기반해 '거짓 공시'라고 판단한 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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