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에 술렁이는 경찰…“인력 구조 개편도 병행돼야”

유병돈 2023. 9. 20. 07: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근 부서를 축소·통폐합하고 순찰 인력을 9000명 늘리는 내용의 경찰 조직개편안이 지난 18일 발표된 뒤 경찰 내부 여론은 엇갈렸다. 현장에 출동하는 지구대·파출소 인력부터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정보 등 일부 기능 축소 우려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직 개편이 효과를 내려면 근본적으로 경찰 인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승객들을 공격하며 난동을 부린 남성이 체포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술렁이는 일선 경찰관들= 이번 개편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경찰 조직을 철저하게 치안 중심으로 구조 개편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경찰 내부 반응은 엇갈렸다. 경찰서 내근직은 인사이동 가능성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서울 한 경찰서 A경정은 "인력 재배치 대상이 내가 될 수 있다며 불안해하는 내근직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서 경무과 B경위는 "외근직으로 옮긴다고 해서 현장 근무에 대한 인센티브를 기대할 수도 없고, 불만을 표시할 수도 없다"고 털어놨다.

이번 개편의 직격탄을 맞은 정보 담당 경찰관들의 불만도 많다. 전국 259개 경찰서 중 197곳의 정보과가 없어지고 시도경찰청으로 통합된다. 경기 지역 경찰서 정보외사과 C경사는 "경찰 입직 후 정보만 담당했는데 다른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현장 치안을 강화한다지만 범죄 예방이나 외국인 범죄 관리 측면에서 정보·외사 기능을 축소하는 게 정답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경찰서 D경위는 "정보 기능은 집회 관리뿐 아니라 지역 내 치안 위해 요소를 미리 살피는 역할도 하는데, 이런 활동이 시도청에서 광역 단위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일선 지구대·파출소 직원들은 현장 강화라는 개편안 취지에 공감하면서 추가적인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부산 시내의 파출소에 근무하는 E경위는 "지구대나 파출소에 부족한 인원부터 정원에 맞춰 배치한 뒤 남는 인력으로 기동순찰대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지역 파출소 F경사는 "지역 경찰은 사건이 나면 함께 출동할 직원이 1명이라도 더 필요하다. 지구대와 파출소에 1명씩이라도 먼저 인력을 보강해줘야 현장 출동이 빨라질 것"이라고 반겼다.

◆"예고된 수순…인력 구조 개편 시급"= 이처럼 경찰 조직 개편안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현장에 중점을 둔 경찰 조직 변화는 필수적이라고 본다. 다만 단순한 인원 증가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효율적 업무 배분을 위한 인력 구조 자체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적 의견이다. 경찰 직무별 전문성이 다른 만큼 단순히 내근직을 현장으로 돌린다고 치안 업무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내근직을 외근 순찰 인력으로 돌리는 것으로 끝나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스토킹이나 흉악범죄, 가정폭력 등 시민이 불안해하는 특정한 범죄에 대한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인력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도 "각 지구대·파출소는 물론 경찰서, 나아가 시·도경찰청마다 치안 상황과 수요가 제각각"이라면서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현장 인력의 의견을 수렴하고, 실정에 맞는 인력 배치로 업무 효율을 향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중간간부급이 많은 ‘항아리’형 경찰 인력 구조의 개편 필요성도 제기된다. 축소할 직무는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하고, 현장 치안을 담당한 인력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기준 경찰 계급별 현원을 보면 순경(1만7020명)·경장(2만3604명)·경사(2만2682명) 등 실무 인력은 총 6만3306명으로, 간부급인 경위(4만915명)·경감(2만4906명) 6만5821명보다 적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경찰은 범죄자를 잡아야 한다는 인식을 고려하면 이번 개편안의 전체적인 방향은 옳다"면서 "다만 현장 인력을 지금보다 더욱 많이 배치해야 시민이 치안 수준 향상을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는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순경, 경장, 경사가 전체 인력 중 다수를 차지하는 ‘피라미드형’으로 경찰 인력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찰 조직 개편안은 행정안전부 협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적용된다. 경찰청은 조직개편에 맞춰 경무관 이상 고위직 인사를 조만간 단행할 계획이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