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청구 2개월만에 라덕연 5개 법인 해산 명령…법조계 "이례적 속도"
핵심인물 임원에 이름 올리고 있어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핵심 라덕연 일당의 10개 법인에 대한 해산 명령을 청구한 지 두 달 만에 법원이 이 중 절반의 해산을 명령했다. 법인 해산은 재산 해체와 관련한 심리인 만큼 검토할 자료가 많아 통상 시간이 오래 걸려 이 같은 속도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서울남부지검이 해산 명령을 청구한 호안에프지 등 라 대표 일당의 10개 법인 중 5개에 대해 지난 14일 해산을 명령했다. 해산명령 청구 건에 대한 심리는 각 법인의 소재지 관할 법원에서 진행하고 있어 나머지 법인들에 대해서는 북부지법 등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청구 당시 "범죄를 저지른 자연인뿐만 아니라 공익을 저해한 법인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부과하고 법인이 범죄에 재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법인의 해산명령은 상법 176조에 명기돼있다. 법원은 사유가 있다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해, 혹은 직권으로 회사의 해산을 명할 수 있다. 조건은 ▲회사 설립 목적이 불법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설립 후 1년 이내에 영업을 개시하지 않거나 1년 이상 영업을 휴지할 때 ▲이사 또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는 사원이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배해 회사 존속을 허용할 수 없는 행위를 했을 때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단성한)와 공판부 공익소송팀은 지난 7월13일 라 대표 일당의 법인 28개 중 ▲통정매매 등 범행을 은폐, 범죄수익을 은닉할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운영(설립 목적 불법) ▲범죄수익 취득을 속이기 위해 허위 매출을 만든 것 이외에 아무 영업을 하지 않은 경우(1년 이상 영업 휴지) ▲법인의 대표이사, 임원이 공범인 경우(법인 임원의 법령·정관 위반 행위) 등을 검토한 후 10개 법인에 대한 해산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은 해당 법인들이 존속할 경우 라 대표 일당의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를 위해 만들어진 법인들이기 때문에 빨리 없어져야 하고, 법인이 살아 있다면 자칫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해산명령된 법인 5개 중 상당수는 자금 세탁용으로 쓰였다고 알려진 법인들이다.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라 대표 일당은 8개 주식종목의 시세조종 혐의와 함께 미등록 투자일임업으로 취득한 1944억원의 부당이익을 이들이 관리하는 법인 또는 음식점의 매출 수입으로 꾸미거나 차명계좌로 지급받아 범죄수익을 세탁·은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해당 법인들은 라 대표와 투자유치 및 고객관리를 총괄한 조모씨(41), 재무 및 범죄수익 관리 총괄 장모씨(36), 전직 프로골퍼 안모씨(33), 라 대표의 최측근 변모씨(40) 등 주요 핵심 인물들이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등록 유사 투자자문사로 알려진 법인도 해산명령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법인해산 명령을 청구하는 일도 드물지만, 통상 법인 해산에 따질 게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속도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이 2019년 6월 '1조원대 투자사기' 사건과 관련해 IDS홀딩스 법인에 대한 해산명령을 청구했는데, 당시 '제2의 조희팔 사건'이라 불릴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음에도 해산이 결정되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이 회사의 김성훈 대표는 월 1~10%의 배당금을 주겠다고 속여 2011년부터 1만2000여명으로부터 1조원 넘는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2017년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이번 라 대표 일당 법인의 해산명령 청구 과정에서도 검찰이 법인 임원의 진술, 법인 명의 계좌거래 내역, 세무 관련 자료 등 다수의 자료를 검토한 만큼 법원의 인용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법조계의 중론이었다. 정병원 원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법인 해산의 경우 타인의 재산을 해체하는 사안인 만큼 많은 근거가 필요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두 달 만에 처리가 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해산 명령이 떨어진 법인의 경우 범죄 소명이 잘 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법인들이 해산 명령 조건을 충분히 충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유가 명백한 경우에는 해산 명령을 조기에 내릴 수 있다"며 "유령 회사를 만들었다고 할 경우에는 사실상 세무 당국에서 거래 내역 등을 살펴보면 금방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법인이 범죄에 다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해산명령을 청구한 만큼 검찰은 나머지 5개 법인에 대한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청구한 법인에서 일하다 퇴직했다는 이유로 부정하게 실업급여를 수급한 직원들이 있다는 사실도 파악해 노동청에 이를 통보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법인은 검찰의 청구가 부당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져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권 교수는 "법인의 존재가 범죄 목적이거나 법인이 1년 이상 영업을 하지 않는 경우 해산명령 대상인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반박하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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