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명감으로 이끈다" 방문진료 3년…의원 참여율 1.3%뿐
김주형 전 아주대 의대 외과학교실 교수는 지난 2월 환자 집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문 진료(왕진) 전문 의원인 ‘집으로의원’을 경기도 성남시에 열었다. 광주·용인 등 병원 30분 이내에 있는 지역까지 찾아간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다세대 주택 등에 사는 고령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그를 주로 찾는다고 한다. 김 원장은 “의사 생활을 30년 하고 있는데 지금이 가장 보람 있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방문 진료는 필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의사가 집에 오는 방문 진료, 의원 참여율 1.3%
김 원장이 하는 진료를 ‘일차 의료 방문 진료’라고 한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방문 진료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정부는 거동 불편자를 대상으로 의사·한의사가 가정을 방문하는 관련 시범사업(‘일차 의료 방문 진료 수가 시범사업’)을 3년째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 참여율은 1%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방문 진료 시범사업의 의원급 참여율은 1.3%로 조사됐다. 시범사업이 시작된 2019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사업에 공모한 의료기관은 3856곳(의원 930곳·한의원 2926곳)이다. 이 중 방문 진료 서비스를 실제로 제공한 뒤 의료비를 청구한 의료기관은 638곳(의원 194곳·한의원 444곳)으로 파악됐다. 공모한 의료기관 중 16.5% 정도만 방문 진료를 했다는 얘기다.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이 총 4만9507곳(의원 3만4958곳·한의원 1만4549곳)인 걸 따졌을 때 방문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전체 1.3%(638곳)인 셈이다.
지난 3년간 이뤄진 시범사업에서 방문 진료한 의사·한의사는 지난 6월 기준 총 722명(의사 250명·한의사 472명)으로 집계됐다. 서비스를 받은 환자는 1만4242명으로, 방문 건수는 7만9938건에 이른다. 의사가 살핀 주요 질병은 치매·고혈압·당뇨·욕창이었다. 한의사는 등 통증이나 중풍(뇌졸중) 후유증 등을 주로 진료했다. 적은 의사 수 대비 높은 진료 건수에 “방문 진료 전담 의원 5%가 전체 95%를 사명감으로 이끄는 상황”(김주형 원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복지부는 일차 의료 방문 진료 수가 시범사업을 운영하는데 지난 3년간 22억 원가량을 썼다. 지난해 12월 3년 연장하기로 해 오는 2025년까지 84억 원을 더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개시하며 이 사업과 연관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당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어르신이 병원·시설보다 집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방문 진료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도권에 쏠린 사업…“대안 마련해야”
시범사업 참여 의사의 절반가량인 49.2%(355명)가 서울·경기 지역에 있어 사업이 수도권 위주로 진행된다는 것도 한계점으로 거론된다. 65세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25.4%)이지만 이 지역의 시범사업 참여 의사는 13명(의사 1명·한의사 12명)에 그쳤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현 방문 진료는 도시와 농촌 간 대상자 격차가 발생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가 인용한 추계에 따르면 거동 불편이나 의료기관 접근성을 이유로 방문 진료가 필요한 농촌 주민은 113만2858명이었다. 입법조사처는 방문 진료에 “농촌 지역에 대한 원거리 교통비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교통비가 방문 진료 수가(진료비)에 포함돼있다.
방문 진료에 대한 지침이 모호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건세 대한재택의료학회 회장(건국대 의전원 교수)은 “처방전을 발행하기 위해서 무선 프린트기도 필요하고 진료비 결제를 위한 카드 단말기도 필요하다”면서 “어떤 물건을 챙겨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적용할 지침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원이 의원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가정에서 적절한 의료·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방문 진료는 의료기관에 못 오지만 처치가 필요한 고령 환자 등에게 필요한 서비스로 장기적으로 사업 활성화 방안을 찾아가겠다”며 “그간 사업의 실적을 바탕으로 현실에 맞는 모형을 짜가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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