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주인 대신 HUG 낸 전세보증 2조…노조 "이러다 망해"
전세 사기 여파 등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8월 말 기준 전세보증 대위변제액이 사상 처음(연간기준)으로 2조원을 넘었다. 전세보증 대위변제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셋값을 돌려주지 못해 HUG가 대신 갚아준 것을 말한다. 대위변제 규모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HUG 노동조합은 “회사가 망한다는 소문이 돈다”며 HUG 사상 초유의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사태 까지 우려하고 있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대식(대구동구을·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HUG의 전세보증 대위변제액이 지난달 3536억원을 기록, 1~8월 누계 2조48억원을 기록했다. 년간 기준 전세보증 대위변제액이 2조원을 넘은 건 사상 처음인데, 전세 사기와 빌라(다세대·연립)를 중심으로 ‘역전세난’이 확산한 여파다.
지난해 HUG의 전세보증 누적 대위변제액은 9241억원이었지만, 올해는 8개월 만에 지난해의 2배를 넘었다. HUG가 집주인 대신 전셋값을 돌려주는 금액은 계속 쌓이지만, 회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대위변제 회수율은 1~8월 누적 14.4%에 불과하다. 지난해 24%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더 큰 문제는 HUG가 취급하는 보증상품이 ‘전세보증’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HUG의 개인 보증사업은 임대인 동의 없이 임차인이 가입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민간임대주택 등록임대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등 크게 두 가지다.
올해 임대보증금보증의 대위변제액 역시 개인(4051억원), 법인(320억원) 등 4371억원에 달한다. 결국 8월까지 전세보증과 임대보증을 합해 2조4400억원에 달하는 대위변제가 이뤄진 것이다.
특히 개인임대사업자 보증의 대위변제 누적 회수율은 지난달까지 2%에 그치고 있다. 대위변제액 회수가 대부분 경매로만 이뤄지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전세 사기 등으로 빌라 기피 현상이 겹치면서 경매를 통한 회수가 어렵다.
이런 가운데 HUG 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이러다 회사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이 이미 돌고 있는데도 경영진이 쉬쉬하며 공론화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현재 추세대로 보증 이행이 급증할 경우, 올해 대위변제액은 공사가 추정했던 3조원을 훌쩍 넘은 4조5000억원, 당기순손실 또한 (공사의 예상인) 1조7000억원이 아닌 3조5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초까지 예정된 정부 출자 1조800억원이 충당되더라도 자본 부족이 발생하고, 초유의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HUG는 “노조의 예측치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을 못 하고 있다. HUG가 강대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전세보증 대위변제의 경우 올해 누적 3조1902억원으로 추정했지만, 임대보증은 “추후 주택경기 상황, 금리 변동 등에 따라 정확한 추정이 어렵다”고만 했다.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누적 개인보증(전세보증 임대보증) 대위변제액은 노조의 주장에 근접하는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태 HUG 사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전셋값이 정점을 기록한 2021년 계약 물건의 만기가 돌아오는 올해 하반기가 전세 보증사고 우려가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보증 배수(자기자본금 대비 보증액·현재 54.8배) 상한을 70배까지 늘리기로 한 주택보증기금법 개정안이 이달 중 시행 예정이라 당장의 ‘보증 중단’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HUG도 “기금운용계획 변경으로 올해 안에 자본 3839억원이 충당되고, 내년 정부 예산안에 (자본 충당금) 7000억원이 반영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HUG가 앞으로 도래할 손실에 대해 제대로 예측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강대식 의원은 “서민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주택도시기금이지만, 대위변제액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어 보증업무에 대한 미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서 “향후 안정적인 보증업무를 위해서라도 자본추정치, 추가출자 필요 비용 등 보증 여력을 면밀히 살펴 각종 보증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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