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작심 비판 "안보·경제는 보수가 낫다? 조작된 신화"

이경태 2023. 9. 1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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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첫 현정부 정책 전반 비판... "진영외교로 균형 잃으면 안보·경제서 더 잃어"

[이경태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면 남북관계는 파탄났다."
"오히려 재정적자는 현 정부에서 더욱 커졌다."
"지나치게 진영외교에 치우쳐 외교의 균형을 잃게 되면 안보와 경제에서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안보·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경제 정책 전반에 대해 작심 발언을 내놨다. 퇴임 후 처음 나선 공식석상에서 현 정부에 대한 분명한 '우려'를 표명한 것.

문 전 대통령은 먼저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난 지금의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면서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역대 정부의) 이어달리기는 장시간 중단되곤 했다. 그럴 때면 남북관계는 파탄나고 평화 대신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박정희 정부의 7.4 공동성명,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정부의 6.15 공동선언,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 문재인 정부의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대화는 물론 평화의 틀을 만들고자 했던 역대 정부의 '이어 달리기'를 현 정부에서 '냉전적 사고'로 단절시켰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9.19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체결된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파기를 정부·여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다시 파탄을 맞고 있는 지금도 남북군사합의는 남북 간의 군사충돌을 막는 최후의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남북한 모두, 관계가 악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군사합의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준수하여 최악의 상황을 막으면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의 모든 경제지표들이 현 정부보다 좋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문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가치 외교' 기조를 비판하면서 외교 실패는 곧 경제 실패로 이어진다고도 지적했다. "역대 정부를 거시적으로 비교해보면, 이어달리기로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의 경제성적이 그렇지 않았던 시기보다 항상 좋았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구체적인 경제지표 비교도 곁들였다. 문 전 대통령은 "실제로 우리 경제의 규모, 즉 GDP가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뿐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규모는 세계 13위를 기록해 10위권에서 밀려났다"며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에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천불을 넘었는데, 지난해 3만2천불 대로 국민소득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 이유를 환율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환율이 높아졌다는 것 자체가 우리 경제에 대한 평가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것을 뜻한다"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CDS 프리미엄지수(국가부도위험지수)가 가장 낮게 떨어져 국채발행 금리가 마이너스였던 사례까지 있었는데 지난해 CDS 프리미엄지수가 다시 큰 폭으로 올라갔다"고 비판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그 밖에도 수출 증가, 무역수지 흑자 규모, 외환보유고, 물가, 주가지수, 외국인 투자액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며 "국가부채를 많이 늘리는 적자재정의 효과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이전 2년 동안 사상 최대의 재정흑자를 기록한 바 있고, 적자재정은 다른 모든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기간 동안 국민 안전과 민생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진영외교 치우쳐 균형 잃으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무엇보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평화로운 가운데 주변 국가들과 균형 있는 외교를 펼칠 때 코리아 리스크가 줄어들고 수출경제도 활기를 띠기 마련"이라며 '균형외교' 복원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지나치게 진영외교에 치우쳐 외교의 균형을 잃게 되면, 안보와 경제에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며 "동맹을 최대한 중시하면서도 균형 있는 외교를 펼쳐나가는 섬세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한 마디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 좋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안보는 보수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연설을 마무리 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기념식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입장', '감사원의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주장에 대한 입장' 등 현안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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