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업계 15년 숙원 풀린다…‘납품대금 연동제’ 내달 4일 시행
기업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다음 달 시행된다. 중소기업계에선 ‘15년 숙원’을 이뤘다고 하지만, 일부에서는 실질적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 시행에 앞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납품대금 연동과 관련한 약정서 기재사항 등을 구체화하는 내용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1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법 개정안을 공포한 데 이어 이날 세부 내용을 확정함에 따라 납품대금 연동제는 다음 달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만 남은 중소기업계 15년 숙원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 간 거래 시 약정서에 ▶연동 대상 물품 ▶연동 대상 물품의 주요 원재료 ▶연동의 조정 요건 ▶주요 원재료 가격의 기준 지표 ▶납품대금 연동의 산식 ▶원재료 가격의 변동률 산정을 위한 기준·비교 시점 ▶연동 조정일, 조정 주기, 반영일 등을 써야 한다.
계약서에 이런 조건을 명시하지 않으면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거래 기간이 90일 이내인 단기이거나 납품대금이 1억원 이하인 소액 계약은 예외다. 다만 소액 거래가 주를 이루는 업종 등 거래의 특성을 고려해 중기부 장관이 다르게 고시할 수 있다.
납품대금 연동과 관련한 탈법 행위가 적발되면 1차 3000만원, 2차 4000만원, 3차 이상 5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개정안에는 위탁 기업이 대금을 연동하지 않게끔 강요하거나 유도하면 벌점 5.1점, 쪼개기 계약 등 그 외 탈법행위를 하면 벌점 3.1점을 부과하는 내용도 담았다. 3년간 누적 벌점이 5점을 넘으면 공공조달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된다. 시정 명령 불이행 시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합의 시 미연동 ‘예외사항’ 우려도
현재 자율적으로 연동제를 추진하는 ‘납품대금 연동제 동행 기업’에는 4208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중기부는 제도 안착을 위해 올해 말까지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중소기업계는 2008년부터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그동안 시장 질서 왜곡 등에 대한 우려로 좌초됐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중소기업계는 시행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합의 시 미연동이 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에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반신반의하기도 한다. 이종건 중소기업중앙회 상생협력실 부부장은 “예외사항에 대해 중기부 장관이 별도 고시할 수 있게 보완했지만 잘 시행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처벌보다 인센티브 강조해야”
대기업·중견기업계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더 크다. 류성원 한국경제인협회 산업혁신팀장은 “다음 달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상황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최대한 자세한 FAQ(자주 묻는 질문)를 제공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유예기간 3개월은 짧아 보인다”며 “인력과 자금이 대기업만큼 풍부하지 않은 중견기업은 형식을 갖추는 데 대한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환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서로 위험을 회피한다는 상생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런 만큼 처벌보다는 인센티브, 관리보다는 지원을 강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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