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도는 북극해…러 "의장국 왜 안넘기냐" '바렌츠 이사회' 탈퇴
러시아가 바렌츠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북극 연안 국가들의 소통·협력 채널 역할을 하는 '바렌츠 유럽-북극 이사회'(BEAC)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북극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BEAC의 (현재) 의장국인 핀란드가 순회 원칙을 위반해 올해 10월 러시아에 의장직을 이양할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탈퇴를 발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BEAC는 1993년 1월 설립된 협의체로, 냉전 시대 군사적 대결 지역이던 바렌츠해 연안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의장국은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러시아가 2년마다 돌아가면서 맡는데, 현재는 핀란드가 의장국이다. 핀란드가 올 가을 의장직을 러시아에 이양해야 하지만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협력을 중단한 상황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일본, 캐나다가 옵서버(참관) 국가로 참여 중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 BEAC 서방 참여국들의 잘못으로 조직이 사실상 마비됐다"며 "국제 바렌츠 사무국과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대표에게 탈퇴 통지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바렌츠해는 노르웨이 북부와 러시아 국경이 접한 폭 1046㎞의 바다로, 북극해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인도로 가기 위한 신항로를 찾다가 이 바다를 항해한 16세기 네덜란드 탐험가 빌럼 바렌츠의 이름을 따왔다.
러시아 북부 함대가 주둔한 무르만스크 항이 있어, 러시아 해군의 심장부라 일컫는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 해군은 이곳을 유럽에 진출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여기고 있어, 2차 세계대전 때도 러시아(당시 소련)가 포함된 연합군이 독일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지난 2020년 미국과 영국 함정이 1980년대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이곳 바렌츠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서방 진영과 러시아 간 신냉전 대립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18일 북극 바렌츠해 영공에 미국 해군 P -8A 포세이돈 초계기가 접근해 자국 미그(MIG)-31 전투기를 출격시켜 국경 침범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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