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LG엔솔…30대기업, 현금 20조 증발 와중 투자 10조 늘렸다
빚 갚거나 투자 늘려 현금 줄면 긍정적
기업들, 어려워도 미래투자 확대
국내 30대 기업이 상반기 현금 20조원이 줄어드는 와중 투자를 10조원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기업(금융투자사인 미래에셋증권과 사업보고서를 안 낸 중흥건설, 부영, 호반건설 제외) 지난 6월 말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91조7146억원으로 작년 말 212조2327억원보다 9.7%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114조7836억원에서 97조999억으로 15.4% 줄었다. POSCO홀딩스(8조531억→6조3051억원, -21.7%), LG에너지솔루션(5조9380억→4조8602억원, -18.2%), GS칼텍스(3조3611억→2조4226억원, -27.9%)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현금 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기업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투자 여력이 약해지고 빚 갚을 재원이 부족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회계 학계는 통상적으로 기업 현금이 줄어드는 이유로 ▲실적 감소에 따른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 증가 ▲단기차입금 감소(상환) ▲투자 증액 등을 꼽는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느는 것은 불황이어서 기업들 현금 여력이 약해지는 상황으로 통상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인다. 매출채권은 제품을 팔 때 현금이 아닌 외상으로 받는 것을 말한다. 100원어치를 팔아도 즉시 100원을 현금으로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매출채권이 증가하는 것은 현금 도는 속도가 느리다는 뜻이다. 제품 경쟁력이 낮아지거나 업황이 나빠질 경우 매출채권 회전율이 낮아진다. 재고자산 증가는 업황 부진으로 고객사와 소비자 수요가 감소해 물건이 팔리지 않아서 창고에 쌓이는 제품이 는다는 이야기다.
반면 단기차입금이 줄거나 투자가 늘어서 현금이 주는 것은 긍정적 의미로 풀이한다. 기업 현금이 줄었다고 일방적으로 경기 악화,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 약화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보다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차입금과 투자금 증감 여부를 두루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30대 기업 상반기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은 늘었지만 영업이익 감소 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30대 기업 매출채권은 작년 말 96조6241억원에서 상반기 98조2059억원으로 1.7% 늘었다. 재고자산은 같은 기간 140조387억원에서 145조8546억원으로 4.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5조2506억원에서 14조3884억원으로 77.9% 급감했다. 실적이 대폭 줄어든 것에 비하면 매출채권, 재고자산 증가 폭이 크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현금 감소가 꼭 실적 악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대폭 늘어난 투자 수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30대 기업 투자액은 작년 상반기 50조9602억원에서 상반기 60조2139억원으로 18.2% 증가했다. 단기차입금은 64조3470억원에서 66조27억원으로 2.6% 늘었다. 여기서 투자액은 1년 이상 설비, 부동산 등에 투입하는 돈을 의미한다. 단기차입금을 빌려서 투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금이 모자라 차입금을 쓰더라도 약정 만기가 12개월(1년) 이상인 장기차입금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단기차입금을 무리하게 빌리지 않고 30대 기업이 상반기에 20% 가까이 설비투자를 늘렸다는 이야기다.
설비투자를 많이 늘린 기업은 삼성전자(20조2519억→25조2593억원, 24.7% 증가), POSCO홀딩스(6조8594억→12조7505억원, 85.9% 증가), 현대자동차(3조179억→4조4580억원, 47.7% 증가), LG에너지솔루션(2조6977억→4조1742억원, 54.7% 증가) 등이었다. 한국대표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갑을 열고 더 많은 투자금을 꺼낸 것이다. 국제회계사연맹(IFAC) 회장을 지냈던 주인기 연세대 명예교수는 "설비투자가 늘어서 현금이 줄어든 것은 기업과 한국경제에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기업이 향후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자산을 투자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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