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이균용,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대법원장 후보
[이충재 기자]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8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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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보면 역대 이토록 문제가 많은 대법원장 후보가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비상장주식과 자녀 국외재산 신고 누락, 땅 투기와 농지법 위반 의혹, 배우자의 증여세 회피 의혹 등 손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의혹 해명 과정에서 "법을 몰랐다"는 핑계를 대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라는 꼬리표는 가뜩이나 위태로운 삼권분립 훼손 우려를 더욱 짙게 합니다.
비상장주식 재산신고 누락, 공직자윤리법 위반
이 후보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의혹은 재산 부실 신고 논란입니다. 이 후보자는 2010년 첫 재산공개를 할 때부터 지금까지 보유 중인 처가 가족기업의 비상장 주식 10억 원을 재산 내역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는 관계법령이 바뀌면서 비상장주식이 신고대상이 됐다는 걸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그 이전부터도 신고대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재산신고 누락은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거짓이나 중과실일 경우 해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돼있습니다. 일반공무원도 아닌 사법부 수장으로서 법 위반 행위는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이 후보자는 외국에서 활동 중인 자녀 해외재산도 신고하지 않았는 데 이 역시 공직자윤리법 위반입니다. 이 후보자 아들이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김앤장에서 인턴으로 활동한 것을 놓고 '아빠 찬스'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성착취 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오를 당시 이 후보자가 성폭력 범죄 사건에서 다수의 감형판결을 내린 것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57개 여성단체는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 후보자는 법원노조가 실시하는 다면평가에서 대부분 최하위권 점수를 받는 등 법원 내 평가도 좋지 않게 나타났습니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장 후보자가 이렇게 재산과 관련된 잡음이 많았던 전례는 없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더구나 해명과정에서 법에 대한 왜곡과 거짓말이 드러난 점이 비난을 키우고 있습니다. 고위법관이라고 믿기 힘든 공직윤리를 보여온 이 후보자에 대해 대법원장 자격이 없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옵니다. 법과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를 이끌 수장으로서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불투명합니다. 대법원장의 경우 재적의원 과반인 150명 출석에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임명동의안이 가결됩니다.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하면 국회 인준안이 부결될 수 있습니다. 실제 1988년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찬성률 47.6%로 부결된 사례가 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2017년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가까스로 턱걸이 인준(53.7%)을 받았습니다. 역대 최저치 찬성률이었습니다.
정치권에서 최근의 정국 상황이 이 후보자 인준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으로선 윤석열 정부의 야당에 대한 강공 드라이브에 제동을 거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임명 동의 표결 자체가 늦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는 지명된지 110일이 넘도록 임명이 미뤄지다 인준 표결에서 낙마한 사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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