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원하면 언제든” 김기환 프로가 골프백 멘 이유
"기술적인 부분 강조, 좋은 정신력도 갖추게 지도"
LPGA 투어에 활약 중인 ‘핫식스’ 이정은6(27, 대방건설)이 모처럼 국내 무대에 참가했다.
이정은은 지난 17일 인천 영종에 위치한 클럽72 하늘코스에서 열린 2023 KLPGA 투어 ‘OK금융그룹 읏맨 오픈’에 참가해 최종 합계 5언더파 211타를 적어내 공동 40위로 대회를 마쳤다.
LPGA 투어에서의 지속된 강행군으로 심신이 지친데다 시차 적응 등의 이유까지 고려하면 선전을 펼쳤다는 게 중론이다. 그리고 대회가 열린 3일 내내 이정은을 곁에서 지켜준 이가 있었으니 바로 코치를 맡고 있는 김기환 프로(팀 로직 아카데미)다.
대회장을 직접 찾는 코치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선수들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며 기술적인 부분을 점검해주고, 때로는 멘탈을 부여잡기 위해 상담까지 나서야 하는 등 역할의 비중이 상당하다. 때문에 일부 선수들에게는 코치가 아예 골프백을 메고 캐디로 나서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김기환 프로 역시 제자인 이정은을 위해 기꺼이 골프백을 메고 경기에 나섰다. 이정은이 누구인가. KLPGA 투어에서만 6승을 따낸 이정은은 2017년 한국 여자 골프를 지배했던 최강자다. 그리고 LPGA 투어로 향한 그는 2019년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에 몸담고 있다.
이정은은 이번 대회 참가에 앞서 “김기환 프로께서 직접 골프백을 메기로 했다.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스승의 소감은 어떨까. 지난 16일 대회 2라운드가 끝난 뒤 김기환 프로를 직접 만났다.
김 프로는 이정은의 골프백을 책임지게 된 이유에 대해 “사실 지난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을 다녀왔다. 일주일간 머물며 대회 마지막 날까지 갤러리로 따라다녔는데 실수가 나올 것 같을 때 바로바로 짚어주지 못해 답답했다. 그래서 대회가 끝난 뒤 한국이든 미국이든 언제 한 번 캐디를 해주겠다고 말했다”라며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직전 연락이 왔다. 캐디해줄 수 있냐고. 그래서 모든 스케줄을 빼고 달려왔다. 선수가 잘 치는 게 나의 숙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캐디 해주기를 잘했다. 1라운드의 경우 ‘네가 원래 하듯 쳐보자’라고 했는데 전체적으로 호흡이 빠르고 텐션(긴장감)도 올라가 있어 농담을 많이 건네며 긴장을 풀어줬다. 미국과 많이 다른 코스 컨디션에 적응시키기 위해 그 부분만 손을 봐줬다. 이게 맞아 떨어지다 보니 2라운드부터는 샷감이 좋아졌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컨디션이었다. 김기환 프로는 “시차 적응도 안 되니까 경기 중간에 갑자기 말이 없어지더라. 정은이가 원래 피곤해하면 말이 없어진다. 그래서 시원한 물도 주고 챙겨뒀던 상비약도 언제든 줄 수 있게 준비해뒀다”라고 밝혔다.
김기환 프로는 제자들을 위해 기꺼이 골프백을 메는 지도자다. 하지만 프로 골퍼의 캐디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와 똑같이 하루 2만보 정도를 걸어야 하며 어깨에는 10kg이 훌쩍 넘는 골프백을 걸쳐야 한다. 그리고 코스를 분석하고 샷의 방향을 짚어줘야 하는가 하면 때로는 대화 상대도 되어 주어야 한다.
김 프로는 “올해 두 차례 캐디를 했었다. 김민선7과 남자 대회 출전 중인 이수민이다. 물론 그때는 한 라운드만 메었다”라며 “이번 대회도 괜찮겠지 했는데 이곳 골프장의 땅이 좀 물러 푹신푹신하다 보니 힘들었다”라고 웃었다.
보람은 상당하다. 김기환 프로는 “선수들이 좋아한다. 뭐랄까, 투정 부리고 싶을 때 받아줄 수 있으니. 그리고 피드백도 곧바로 해줄 수 있어 선수들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더라”라면서 “그래도 코치로서 해줄 수 있는 부분만 해준다. 모든 부분을 챙겨주다 보면 자립할 수 없게 된다. 골프는 어차피 혼자서 하는 운동이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김기환 프로는 많은 현역 선수들의 코치이자 멘토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정은을 비롯해 김민선7, 이승택, 박준홍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주 KPGA 투어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을 우승한 김찬우, KLPGA 투어 OK금융그룹 읏맨 오픈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정소이도 김기환 프로의 손을 거치고 있다.
김 프로는 제자들에게 어떤 지도자로 비춰질까. 그는 “선수들이 불편할 때 언제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그렇다고 너무 친구처럼 지내는 것은 곤란하다.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골프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강한 정신력을 소유해야 성공에 도달할 수 있는 스포츠다. 김기환 프로는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가르침과 동시에 좋은 정신력을 갖출 수 있게 지도한다”라고 강조한 뒤 “사실 레슨 받는 프로 선수들의 경우 골프가 잘 될 때는 조언해줄 게 많이 없다. 그런데 맞지 않기 시작하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한다. 그때 기술적인 부분을 분석하고 지적해주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계속해서 심어준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기환 프로는 최근 아마추어 선수 육성에도 나섰다. 김 프로는 “가르치고 있는 선수들의 대부분이 정규 투어에서 뛰는 프로들이다. 3분의 1 정도가 1부 투어에 몸담고 있는 중이며, 나머지는 2부 투어를 뛰는 20대 초중반 선수들이다. 다만 주니어 선수를 못 가르쳤는데 최근 1명의 선수를 지도하기 시작했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주인공은 바로 한효리(서문여중 3학년). 한효리는 최근 열린 'KLPGA-삼천리 투게더 꿈나무 대회 2023'에서 중등부 우승을 차지, 떠오르는 유망주다.
김기환 프로는 “지도하기 시작한지 2년 정도 됐는데 성장세가 남다르다. 처음 가르쳤을 때에는 80대 중반을 쳤다. 그리고 이번 대회서 첫날 7언더파, 다음날 1오버파, 그리고 마지막 날 8언더파를 치면서 우승했다. 아직 국가대표도, 상비군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크게 될 자질을 갖췄다. 많이 아끼고 있다”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김기환 프로는 앞으로도 제자들이 캐디를 맡아 달라 요청하면 언제든 골프백을 멜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선수들이 요청한다. 이제는 코칭이 필요한 선수들만 해줄 생각이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한편, 김기환 프로는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을 우승한 김찬우에게도 축하의 말을 잊지 않았다. 김 프로는 “올해부터 가르쳤다. 워낙 공을 때리는 힘이 좋은 친구라 스윙 시 손목 움직임만 조절해주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가르칠 때에도 손목의 견고함을 강조했다. 우승을 축하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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