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예·적금 쏟아지는데…중개 플랫폼의 민망한 '공회전'

김효숙 2023. 9.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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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지정 25곳 중 1곳만 참여
'3분기 출시'라더니 감감무소식
과한 머니무브? 머쓱해진 '기우'
은행 모바일 플랫폼 이미지.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공언했던 예·적금 중개 플랫폼이 석 달 넘도록 공회전만 하고 있다. 허가를 받은 20여개 금융사들 중 단 한 곳만 관련 서비스를 내놨고 이마저도 제대로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규모 머니무브를 걱정했던 금융당국으로서는 민망한 처지가 됐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연 4% 예금이 재등장하는 등 수신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손품을 팔며 혜택 좋은 상품을 직접 찾아야 하는 불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실정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온라인 예·적금 중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수 있게 허락해준 금융사 25곳 중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21일 마이데이터를 이용해 예·적금 비교추천 서비스를 출시한 상태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휴처가 예가람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등 2곳뿐이고, 1금융권 상품은 신한은행을 제외하면 없다.

예·적금 중개 플랫폼은 온라인에서 여러 금융사 예·적금 상품의 금리와 특징을 비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이데이터를 통해 개인별 맞춤 상품을 추천받고 바로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좋은 금리 혜택을 찾아 일일이 검색하던 소비자의 수고를 덜고 은행권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취지였다.

금융당국이 이 서비스를 본격 가동시킨건 올해 6월부터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시장의 반응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신한은행·뱅크샐러드·NHN페이코·줌인터넷·깃플·핀크·비바리퍼블리카(토스)·네이버파이낸셜·씨비파이낸셜 등 9개 업체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예적금 중개를 허용해줬다. 이어 올해 6월 카드사를 포함한 19개 업체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추가 지정하면서 예적금 중개 서비스가 가능한 플랫폼은 25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사와 핀테크는 등은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았거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전부터 제공하던 단순 금리 조회 서비스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대다수 핀테크사는 올 3분기까지 해당 서비스 출시를 약속했지만 현재로서는 연내 출시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큰 대출 중개 사업에 우선 집중하고 있는데다 상품을 제공할 은행들이 적극 제휴에 나서지 않아 서비스 준비가 지지부진하다는 설명이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대환대출 인프라와 예적금 플랫폼을 동시에 준비해야하는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대출 중개 사업에 둘 수밖에 없고 다른 핀테크사 사정들도 마찬가지"라며 "서비스 개발은 마쳤지만 은행과 저축은행 등 상품 공급자들과 제휴가 쉽지 않아 출시가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애당초 금융당국은 예·적금 중개 사업을 준비하면서 과도한 머니무브를 우려했다. 금융당국이 단순 추산한 예·적금 중개 시장은 연간 50조~60조원 이르는데 이런 자금이 고금리 상품으로 한꺼번에 몰려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이 때문에 한 플랫폼에서 금융사 상품 판매 비율을 제한하는 등 규제도 마련해뒀지만 기우에 그친 꼴이 됐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에서 연 4%대 이자율의 예금이 재등장하는 등 고금리 예·적금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중개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이로 인해 조달 비용이 확대되자 은행들은 잇따라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19개 은행이 금리를 공시한 36개 상품 중 6개의 최고 금리가 4%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최근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를 각각 4% 이상으로 올렸다.

지난해 판매한 고금리 예금 만기까지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금리 경쟁은 더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올 9월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한 예금 규모가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서비스 출시 초기 단계라 평가하기는 이르다"면서도 "대환대출 플랫폼은 개인이 대출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개인의 의사결정으로 가능하지 않은 부분을 정부가 인프라로 마련한 것이지만 예·적금 중개는 하고 싶다는 업체들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기 때문에 제휴처 독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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