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 '세제 물' 주고 "토하면 민폐"…日긴자맛집 혐한 논란

하수영 2023. 9. 19.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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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손님에게 표백제가 든 물을 내줘 혐한 논란이 일어난 일본 도쿄 긴자의 음식점 메뉴판. 사진 JTBC 캡처

일본 도쿄의 음식점에서 내준 표백용 세제가 들어간 물을 먹고 한국인 손님이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발생했다. 음식점 측은 “직원의 실수였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피해 한국인 측은 “한국인인 것을 알고 일부러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며 음식점을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16일 야후재팬 등 일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도쿄 번화가인 긴자의 한 백화점 내에 위치한 고급 음식점에서 지난달 31일 발생했다. 가장 비싼 점심 코스 가격이 1만엔(약 9만원)이 넘으며, 도쿄뿐만 아니라 오사카·교토·후쿠오카 등 일본 각지에 지점을 둔 유명 맛집이다.

이날 한국인 여성 강모 씨는 남편이 직접 예약한 이 음식점에 오후 6시경 방문했다. 목이 말랐던 강씨가 여성 직원에게 물을 요청했는데, 물을 마신 강씨는 염산으로 추정되는 이상한 냄새를 느꼈다.

야후재팬에 따르면 강씨가 점장과 물을 가져온 여성 직원에게 “이거 이상해요”라고 외쳤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직원이 강씨에게 줬던 물컵을 말없이 버리려 해 강씨가 물컵을 빼앗아 돌아왔다고 한다.

같은 날 강씨 남편이 주방에 가서 여성 직원에게 따졌더니, 이 직원은 설거지통 옆에 있던 스테인리스 물병에 든 표백 세제를 물컵에 넣은 것을 인정했다.

이후 강씨는 “목이 타는 것처럼 아프다”고 하면서 인후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통증을 참지 못한 강씨가 구토를 하려 하자, 다른 직원이 다가와 “여기서 (구토를) 하면 민폐니까 화장실에서 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고 야후재팬이 전했다. 결국 강씨는 도쿄의 한 병원에 이송됐고 ‘급성 식중독’ 진단을 받았다.

일본 도쿄 긴자의 음식점에서 한국인 손님에게 표백제가 든 물을 내줘 혐한 논란이 일어났다. 해당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얼음물이 든 스테인리스 물병과 표백용 세제가 든 물병 비교 사진. 사진 JTBC 캡처, 강씨 제공

식당 측은 이 사건에 대해 “직원의 착오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식당 측 관계자는 야후재팬에 “스테인리스 물병에 텐쯔유(튀김 소스)를 넣어두는데, 세척을 할 때는 업무용 표백제를 물로 희석해서 한다. 여성 직원이 그걸 잘못 챙겨서 컵에 부은 뒤 갖다 준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은 지역 보건소로부터 나흘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문을 닫았다. 아울러 사과문을 통해 “식중독에 걸린 고객과 가족에게 큰 고통과 불편함을 끼쳐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위생과 관련된 모든 작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식당은 영업정지 처분 기간이 종료된 지난 13일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강씨 측은 음식점이 강씨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고의로 저지른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해당 음식점을 경찰에 업무상 중과실 상해 등으로 신고한 상태다.

강씨는 JTBC 인터뷰에서 “고급 레스토랑이어서 (손님이 오면) 의자를 다 빼주는데, 나는 안 빼줬다. 생김새나 말하는 억양에서 내가 한국인인 걸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강씨는 “남편이 주방에서 확인해보니 마시는 물이 든 물병과 세척용 세제가 든 물병이 구분돼 있었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지 않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현지 경찰은 음식점의 고의성 여부 등을 포함해 수사 중이다.

한편 일본 음식점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문제가 있는 음식을 제공했다는 논란이 벌어진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긴자의 한 유명 초밥집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고추냉이를 잔뜩 넣은 초밥을 제공해 공분을 일으켰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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