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층에 거꾸로 매달려 "살려주세요"…그 순간 달려온 영웅 정체

하수영 2023. 9. 18. 2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쉬는 날 시민들의 목숨을 구한 남기엽 소방위(왼쪽), 김태용 소방장. 사진 전북소방본부 자료

근무를 하지 않는 날 쉬고 있던 소방 공무원이 아파트 베란다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20대 여성을 무사히 구조했다.

18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도소방본부 119안전체험관 소속 남기엽 소방위는 비번 날이던 지난 16일 오전 6시 50분경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의 한 아파트에 공터에서 주민들과 함께 도서관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주변에서 들려온 "살려주세요"라는 한 여성의 목소리를 들었다.

알고 보니 20대 여성 A씨가 같은 아파트 16층 베란다 밖에 거꾸로 매달려 몸이 밖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A씨는 깨진 유리에 부상을 입은 듯 피를 흘리고 있었고, 집 안쪽에서는 A씨가 떨어지지 않도록 누군가 그의 다리를 꽉 붙잡으며 버티고 있는 듯 보였다.

급박한 상황에 남 소방위는 아파트로 뛰어 올라가 초인종을 눌렀지만, 열리지 않았다.

이에 남 소방위는 곧장 아랫집으로 내려가 상황을 설명한 뒤 베란다 난간을 타고 16층으로 올라가 매달려 있던 A씨를 집 안으로 밀어 넣어 구조했다. 이후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A씨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 소방위는 2008년 1월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15년간 근무해 온 베테랑 소방관이다. 그는 지난 2021년 순창소방서에서 근무하던 당시 퇴근길에 전주 완산 칠봉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목격하고 119에 신고한 뒤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과 함께 불을 진화하기도 했다.

남 소방위는 "오랫동안 높은 곳에서 거꾸로 매달린 상태로 버티는 것은 어려운 데다 그 모습이 매우 위험해 보여 무조건 빠르게 구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다시 생각해보면 상황이 아찔하긴 하지만,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10시 50분경에는 휴가를 내고 탁구대회에 참석했던 소방관이 심정지 환자를 살리기도 했다.

이날 탁구 경기를 하던 60대 B씨가 쓰러졌는데, 이때 현장에 있던 익산소방서 팔봉119안전센터 소속 김태용 소방장이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B씨는 호흡과 맥박이 없는 심정지 상태였다. 이에 김 소방장은 현장에 있던 원광대병원 직원과 가슴압박을 교대로 실시한 뒤 체육관에 비치된 자동심장충격기를 이용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김 소방장의 빠른 응급처치로 현장에서 의식을 되찾은 B씨는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소방장은 2009년 8월 화재진압대원으로 임용된 뒤 인명구조사 2급과 잠수기능사 등 자격증을 취득해 구조대원으로 근무 중이다.

김 소방장은 "같은 상황을 목격한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달려가 응급처치를 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어디서나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