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요일마다 다른 인격 '인간 7부제'…그럼에도 사랑해 '네가 있는 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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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그러다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환경 부담금'을 낼 재력이 있는 사람만이 온전한 신체를 가질 수 있다는 설정 속에서 결국 사랑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믿음을 전한다.
"난 어제 말했어. 너한테 불리한 거래라고." 그렇게 말하는 강이룬의 표정은 차분하고 건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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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환경 파괴와 식량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7부제’가 시행되고 있는 미래를 그린다. 인간 7부제란 하나의 몸을 일곱 사람이 공유하는 것. 요일별로 자신의 몸을 사용하고, 나머지 엿새 동안은 가상 현실 공간 ‘낙원’에서 생활한다. 몸을 공유하는 '보디메이트'는 대개 비슷한 성격끼리 지정되지만, 두 주인공은 철천지원수 사이. 만취한 상태로 몸을 넘겨 받거나, 빗물 젖은 길바닥에서 눈을 뜨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다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환경 부담금’을 낼 재력이 있는 사람만이 온전한 신체를 가질 수 있다는 설정 속에서 결국 사랑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믿음을 전한다.
이후 수요일마다 오프라인에서 눈을 뜰 때면 울림은 매번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었다. 낯선 아저씨들과 합석 중인 술집 테이블. 빗물로 젖은 길바닥(에 누운 채로 눈을 떴다). 일본 오사카 국제공항의 출발 게이트 앞(비행기 탑승 시간이 세 시간이나 남아 있었지). 빈방이 하나도 없는 경주의 어느 하우스 입구. 지리산 장터목 대피소. 장대비가 내리는 날 택시 호출도 안 되는 웬 시골 폐가. 클럽 화장실, 술집, 오물로 범벅이 된 벤치 위……. 그중 절반은 술을 잔뜩 마신 상태였고, 두세 번은 눈을 떠 보니 이미 수요일 오후가 되어 있었다. 강지나가 술에 취해 잠들기 직전 혼을 바꾼 탓이었다. - p.32~33
최 사장 같은 옛날 사람들이 여전히 ‘현실’이라 부르는 이 세계가 굴러가는 법칙은 간단했다. 노력은 쉽게 틀어지고 간절한 바람은 가볍게 짓밟힌다.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것은 찰나의 순간. 사랑하는 것에도 반드시 끝은 있다. - p.61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을 한 인공지능이 계속 이상한 소리를 이어 갔다.
“현울림 님께서는 긴급 브링 오일을 사용해 공유 신체에서 혼만 빠져나왔으며, 낙원 시스템으로 돌아온 지 50시간이 지났습니다. 현울림 님의 사망 소식은 여섯 명의 다른 보디메이트에게 공지되었으며, 그분들에게는 곧 새로운 신체가 배정될 예정입니다.”
“내가 …… 죽었다고?”
빗물이 고인 웅덩이를 보는 울림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 p.79
“난 어제 말했어. 너한테 불리한 거래라고.” 그렇게 말하는 강이룬의 표정은 차분하고 건조했다.
“대체, 부탁할 게 뭔데?” 입에 팝콘이 가득 든 채로 울림이 웅얼거렸다. 이어 강이룬의 낮은 목소리가 울림의 불안한 마음을 흔들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질 수 있도록 도와줘.” - p.177
“아니? 무재는 여울시에서 잘 사는 것 같던데? 불쌍할 이유가 없지.”
“그럼, 대체 왜.”
울림이 제 발끝을 한번 내려다보고는 떨리는 숨과 함께 고개를 들어 이룬을 보았다.
“강이룬 네가 거기 있으니까. 네가 있는 요일에 나도 매일 있고 싶으니까.” - p.421~422
울림은 이룬이 피식 웃는 소리를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룬은 울림을 꽉 안았고, 멈추지 않는 떨림은 서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몸을 빼앗기고 기억을 잃어도, 너와 나는 틀림없이 서로를 알아보고 어김없이 서로를 사랑하게 될 거야. - p.430
네가 있는 요일 | 박소영 지음 | 창비 | 436쪽 | 1만6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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