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2건 쏟아진 백제 무령왕릉, 1500년 만에 ‘3년상’ 다시 보니
지난 2021년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을 맞아 성대한 회고전을 열었던 국립공주박물관이 2년 만에 다시 무령왕릉 특별전을 연다. 백제 제25대 임금 무령왕(재위 501∼523)의 서거 1500주기를 기념하는 ‘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의 장례’다.
19일부터 공개되는 이번 전시는 기존 무령왕릉 관련 전시와 달리 장례를 주도한 아들 성왕(재위 523∼554)의 시선으로 꾸몄다. 부친의 3년상을 치르며 새 백제왕으로서 권위를 드높이고 선왕의 ‘갱위강국’(更爲强國, 다시 강국이 되다) 선언을 계승한 성왕의 의지가 무덤을 수놓은 도교·유교풍의 상장례 유물에 반영됐다는 관점이다. 최근의 서울 석촌동 고분, 하남 감일동 유적, 부여 왕릉원 4호분 등에서 출토된 의례품 등 관련 유물까지 총 126건 697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1971년 7월 배수로 공사인부의 삽날 끝에 무덤 벽돌이 걸리면서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무령왕릉은 조성연대가 명시된 묘지석을 비롯해 국보 12건(17점)이 쏟아진 한국 고고학사의 쾌거다. 이번 전시에선 그간 학술 성과를 바탕으로 무령왕릉 출토 유물에 대한 재해석 작업도 이뤄졌다. 예컨대 당시 봉분 동남쪽 둘레돌(호석·護石) 부근에서 절반 깨진 채 출토된 굽다리접시를 두고, 예전에는 온전한 형태로 복원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젠 장례 절차 속에 의도적으로 깨뜨린 ‘훼기(毁器) 그릇’으로 보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부장 위치가 특정되지 않았던 유리구슬도 죽은 이의 입 속을 채우던 반함례(飯含禮)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시를 기획한 김미경 학예연구사는 18일 언론 공개회에서 “그간 유물의 기능에 치중해 소개해오던 것을 백제 왕실 장례문화 전반과 연결시켜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백제 상장례 문화를 알릴 실질 유물이 희귀하고 연구도 많지 않은 편이라 이 같은 일설을 뒷받침할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1년 9월부터 6개월간 열린 50주년 전시는 무령왕릉 출토 유물 전체를 아우른다는 기획으로 136건 5283점이 한데 모였고 11만3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2년 만에 찾아온 이번 전시는 다양한 인터랙티브 설치물과 조명·영상 등으로 관람 경험의 ‘시각화’에 힘쓴 모양새댜. 지난 50주년 전시의 테마였던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며’에 걸맞은 새 반세기 첫 전시가 될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겠다. 전시는 12월10일까지.
공주=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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