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창업시대]"전복으로 20억 매출 비결요? 정답은 디테일입니다"
선물하기 입점하며 고급화 전략 추구
판로 확보에 품질 향상·신제품 개발 집중
편집자주 - 국내 소상공인 수는 720만명. 인구 10명 중 1명은 본인의 이름이나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한다. 작은 가게 주인들 대부분은 사는 게 고달프다. 작년 소상공인 10명 중 거의 4명(36.2%)이 적자를 냈다. 10명 중 6명(63%)은 빚이 늘었다(소상공인연합회). 하지만 연매출 100억원을 기록한 동네 정육점 주인, 전남 완도에서 키운 전복으로 한해 20억원어치를 파는 어민 등 믿기 힘든 성공스토리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비대면·디지털 환경에 적응한 사람들이다. 온라인 플랫폼 활용이 창업 성공의 전제조건이 됐다. 이제 소상공인은 온라인 플랫폼과 적대적인 관계를 뛰어넘어 플랫폼의 자본력과 인지도, 기술력을 적극 활용해 고객과 만나는 '스마트 창업'을 해야 할 시기다. 스마트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비결을 현장에서 들어봤다.
"저는 전복을 팔지만 동종 업계와 경쟁하지 않아요. 해외 명품 향수나 핸드크림과 경쟁합니다."
선물은 소중한 사람에게 주는 물건이다. 내 마음의 표시인 만큼 값이 싸다고 해서 무조건 사지 않는다. 귀한 이에게 주는 선물일수록 심사숙고해서 고른다. 선물을 받은 사람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도 해본다. 가끔은 상대방이 내게 줬던 선물과 비슷한 금액대의 선물을 주기도 한다. 아무리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지만 100년, 200년 후에도 사람들은 선물을 주고받을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 하나면 간편하게 선물을 고르고 결제한다. 내가 상대방의 집 주소를 몰라도 선물을 보낼 수 있다.
전남 완도에서 전복 양식업을 하는 심수홍(37)씨에게 '선물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위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가 선물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다. 그는 2021년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판매업체로 입점하면서 선물의 개념부터 다시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 있는 대기업 L사에서 홍보·마케팅 업무를 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그는 3년 전 고향으로 내려와 할아버지 때부터 30여년째 지속해온 전복 양식업(유진수산)을 이어받았다. 전남 땅끝에서 여객선을 타고 40여분 더 가야 나오는 넙도에 심씨가 운영하는 어장이 있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배가 뜨지 못할 정도로 외진 곳이다. 내륙과 멀고 수심이 깊은 청정한 바다에서 신선한 먹이를 먹여 품질 좋은 전복이 자란다.
전복은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관하기 어렵고, 다른 해산물에 비해 단가가 높은 편이다. 그만큼 안정된 판로 확보가 중요했다. "어민들은 대체로 자부심이 강하고 보수적이죠. 판로 개척을 위해 디지털 기업과 손잡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젊은 패기만으로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판매를 시도한 결과, 고급화된 전복 세트가 가장 좋은 반응을 보였다. 그중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2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탄탄한 판로로 자리매김했다. 심씨는 "전복이 선물로서 가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품 사진(썸네일)부터 디테일하게 신경을 썼다.
"상품 수량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인데 일반 오픈마켓은 상품 사진이 전부 다 똑같은 걸 볼 수 있어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선 실제 이미지와 동일하게 각각 촬영했습니다. 최대한 고급스럽고 먹음직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촬영, 소품까지 꼼꼼히 준비했어요." 심씨는 같은 전복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하지 않는다. 가격대가 비슷한 명품 향수, 화장품, 핸드크림 등과 겨룬다고 했다.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게끔 고급스럽고 가치 있어 보이는 게 포인트였다. 촬영을 위해 자그마한 스튜디오를 만들었고 푸드 스타일리스트 경력이 있는 직원도 채용했다. 상품의 상세페이지에는 전복 레시피, 손질·보관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가격에 매몰되지 않는 '선물하기' 특성 덕분에 다양한 시도도 가능해졌다. 심씨와 합을 맞추고 있는 황철용 카카오톡 선물하기 MD는 "선물하기는 다른 e커머스에 비해 가격 경쟁이 심하지 않다"며 "가격보단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어서 파트너사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상생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한 선물하기에 판매 데이터가 쌓이면서 추석과 같은 명절이 돌아오면 필요한 물량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안정된 판로를 확보한 심씨는 품질 향상,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실시간 피드백, 별점으로 소비자의 냉철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품질 개선에 더욱 노력한다"고 "어민 후계자로서 전복 양식업을 후대에도 물려줄 수 있도록 새로운 유통 채널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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