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민방공 경보 때 가장 먼저 할 일은…국가적 재난 대처법 배웠죠

성선해 2023. 9.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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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3일 오후 2시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민방위 훈련이 진행됐어요. 1975년부터 정기적으로 실시한 민방위 훈련은 비상사태와 다양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국민과 정부, 군이 함께 참여하는 국가방위전략이에요. 나와는 먼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전쟁·재난 등 각종 국가적 비상상황에 대비해 알아야 할 행동요령과 생활밀착형 안전교육 등을 익히는 기회이기에 청소년에게도 필요한 훈련입니다. 이번 민방위 훈련에도 초·중·고생을 포함한 전 연령대의 국민이 참여했죠.

추승찬(왼쪽)·유은서 학생기자가 서울 용산구 비상대비체험관을 찾아 국가적 비상사태 발생 시 대처 요령을 배웠다.

올해 민방위 훈련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공습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피와 대응 요령을 익히기 위해 공습 경보발령, 경계 경보발령, 경보해제 등 민방공 경보 발령과 함께 20분간 진행됐어요. 민방공 경보란 적의 침공으로 전국 또는 일부 지역에 적의 공격이 예상되거나 실제 공격이 있을 경우에 이를 신속하게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발령하는 전국적인 경보체제예요. 호우·폭설·태풍·지진·해일 등 중대한 재난이 발생했거나 발생이 예상될 경우에 발령되는 재난경보와 민방공 경보를 합해 민방위 경보라 부르죠. 재난경보는 태풍·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접해봤을 테지만, 민방공 경보는 다소 생소하죠.

국가적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비상대비체험관을 찾았습니다. 김지은·김연호 안내강사가 유은서·추승찬 학생기자를 맞아 민방공 경보부터 차근차근 알려줬어요. 민방공 경보는 다섯 가지로 나뉩니다. 적의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하는 경계경보, 적의 공격이 임박하거나 공격이 진행 중일 때 발령하는 공습경보, 적의 화생방 공격이 확인됐을 때 발령하는 화생방 경보, 적의 핵 공격이 임박하거나 공격이 진행 중일 때 발령하는 핵 경보, 적의 추가적인 공격이 예상되지 않을 때 발령하는 경보해제가 그것이죠.

김지은(맨 왼쪽) 안내강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민방공 경보의 종류와 경보가 울렸을 때 대처하는 법을 강의했다.


최근 민방공 경보로 우리나라가 떠들썩했는데요. 지난 5월 31일 서울시 경계경보 오발령 소동이 그것이죠. 같은 날 오전 6시 32분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6시 29분)에 따른 경계경보가 발령되자 서울시가 대피하라는 내용의 위급재난문자를 보냈고, 이를 본 서울 시민들은 혼란에 휩싸였죠. 은서 학생기자가 "민방공 경보가 실제상황인지 오발령인지는 어떻게 구분하나요?"라고 물었어요. 김연호 강사가 "민방공 경보에 오발령이 있다면 방송·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정정경보가 발령돼요"라고 답했어요. 실제로 서울시 경계경보 오발령 당시에도 '서울시의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는 문자가 22분 뒤에 시민에게 전달됐죠.

서울시의 경계경보 오발령 사태 이후 국가적 비상사태 행동요령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요. 많은 시민이 경계경보가 울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1953년 6·25전쟁 휴전협정을 맺은 휴전국이며, 2010년에는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이 발발했고, 이후에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지속해왔음에도 말이죠. 비상대비체험관에서는 연평도 포격전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어요. 북한이 연평도 내 군부대와 민간 거주 지역을 향해 170여 발의 포탄을 퍼부으면서 섬이 불길에 휩싸이는 장면은 충격적이었죠. 김연호 강사가 "연평도 포격전은 우리나라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체감하게 한 사건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비상대비체험관에 설치된 태블릿 PC에서 안전디딤돌 앱 사용방법을 배웠다.

승찬 학생기자가 "민방공 경보가 울렸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어요. 김지은 강사가 "평소 비상대비물품을 준비해 놓고 경보가 울리면 비상용 가방을 챙겨 신속하게 인근 대피소로 가야 해요. 이를 위해 미리 지도 앱이나 국민재난안전포털 등을 통해 집·학교와 가까운 대피소 위치를 알아놓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했어요. 주변에서 비상대피소를 찾지 못했을 때는 가까운 지하철역, 지하 주차장, 큰 건물의 지하공간 등 대피소 표지판이 표시된 지하시설로 대피합니다.

스마트폰에 재난별 국민행동요령, 응급의료센터·민방위대피소·이재민 주거시설 등 안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안전디딤돌 앱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전시 준하는 비상사태 외에도 태풍·홍수·침수·강풍·해일·폭염·지진 등 자연 재난, 감염병·미세먼지·해양오염사고·철도 및 지하철 사고 등 사회 재난 등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비상상황에 대한 국민행동요령과 관련 시설 정보를 쉽게 알 수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비상대비체험관의 태블릿 PC를 통해 안전디딤돌 앱 사용법을 익혀봤습니다. 앱에서 대피소 조회를 클릭해 현재 위치를 입력하자 근처에 있는 대피시설들이 지도 위에 표시됐죠. 다급한 상황에서 대피하면 가족이 뿔뿔이 헤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대비해 평소 주변 대피소와 친척집 등 최소 두 곳을 가족 구성원끼리 공유해서 숙지해야 합니다.

■ 비상용 가방(Go Bag) 안에는 무엇이 들어가야 할까

「 재난경보와 민방공 경보 등 비상상황을 알리는 경보가 울리면 대피해야 하죠. 이때 바로 들고 나가야 하는 비상용 가방에는 어떤 것을 챙겨두는 게 좋은지 알아봅시다.

통신용품: 조명탄, 야광봉, 구조용 호각, 휴대용 라디오, 각종 건전지

생활용품: 여분 옷, 휴지, 물티슈, 마스크, 방독면, 다용도칼, 세면도구, 양초, 성냥, 손전등, 비상약품

보온용품: 침낭, 간이담요, 응급보온포, 우의, 핫팩, 보온모자, 장갑

비상식량: 생수, 에너지바, 초콜릿, 통조림, 라면, 국수

비상대비용품은 집에 비치할 것과 손에 들고 가야 할 것으로 나뉩니다. 먼저 집에 비치할 것부터 살펴볼까요. 식량은 가구별로 15~30일분 정도를 준비해야 하며, 라면·통조림 등 쉽게 상하지 않는 음식이 좋아요. 정부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양곡을 충분히 비축하고 있으며, 필요시 식량 배급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식량을 사재기할 필요는 없어요. 또 가스·전기가 끊길 상황을 대비해 버너와 부탄가스, 여분의 담요와 따뜻한 옷, 화재 발생에 대비한 가정용 소화기를 확보합니다. 또한 어린이는 가족과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이름과 가족비상연락망이 적힌 카드, 어른은 주민등록증·여권 같은 신분증과 통장·보험증서·계약서 등을 찾기 쉬운 위치에 보관하는 게 좋아요.

비상용 가방을 평소에 미리 준비해두면 위급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손에 들고 가야 할 것은 최소 며칠간 생존하기 위해 비상용 가방(Go Bag)에 넣어두어야 할 물건을 뜻하는데요. 비상식량·음료수·손전등·건전지·성냥·라이터·휴대용라디오·여분의 옷·속옷·화장지·수건·비상약품·귀중품 등이 해당합니다. 또 중요한 서류는 방수가 되는 비닐에 보관하고, 편안한 신발과 가벼운 우의, 얇은 담요, 가족 연락처, 비상시국민행동요령이 적힌 수첩 등도 구비하면 좋아요. 이런 물건들은 비상용 가방 안에 담아두고, 경보가 울리면 바로 가지고 나가야 합니다. 가능하면 가족 구성원의 숫자대로 생존 가방을 준비하는 걸 추천해요. 이렇게 비상대비용품과 비상용 가방을 평소에 준비해 두면 민방공 경보가 울릴 만한 상황 외에도 태풍·지진·홍수 등 자연재해와 화재 등 사고 발생 시에도 빠르게 대피할 수 있죠.

비상대비체험관에 전시된 비상용 가방 물품을 살피던 은서 학생기자가 "민방공 경보를 듣고 대피할 때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나요"라고 궁금해했어요. 아파트 등 건물 안에 있을 때는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을 이용해 움직입니다. 전기가 끊기거나 예상치 못한 고장으로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으면 그 안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버스를 비롯한 자동차 안에 있는 경우에는 가까운 공터나 도로 오른쪽에 정차 후 내려서 대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비상시에는 군대·정부 등 국가기관 차량 외 모든 개인 차량 운행이 통제되기 때문이에요. 또 대피소로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낮은 곳에 최대한 엎드려 몸을 숨깁니다.

방독면 착용법을 알면 화학·생물학·핵공격에 노출됐을 때나 지하철·건물 내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도움이 된다.


밖으로 대피할 때는 화재로 인해 연기가 발생할 수 있어요. 또 액체·가스 등 화학공격, 탄저균·페스트 등 병원균을 이용한 생물학 공격, 핵무기 공격 등에 노출될 수 있어요. 이럴 때를 대비해 방독면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법을 알아두면 좋습니다.

이외에 심장박동이 멈추고 숨을 쉬지 않는 사람에게 인공적으로 호흡을 불어넣고 흉부를 압박해 산소가 포함된 혈액을 뇌로 보내주는 심폐소생술(CPR)과 화재를 진압해 탈출 경로를 확보하는 소화기 사용법 역시 비상사태에는 유용하게 쓰이니 학교에서 배울 때 꼼꼼하게 알아두세요. 민방공 경보가 울릴 만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하철·건물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거나, 의식을 잃은 사람을 발견했을 때 유용하게 쓰인답니다.

심장박동이 멈추고 숨을 쉬지 않는 사람에게 실시하는 심폐소생술(CPR)은 여러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민방위 훈련을 하는 이유부터 민방공 경보의 종류, 비상사태 대비 물자 준비 요령, 내 주변의 대피소를 찾는 방법까지 알아봤는데요.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 침착하게 행동하는 요령을 익히면 각종 재난에서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답니다.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기 위해서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평소 학교에서 민방위 훈련 체험을 하면 "왜 하지? 다 알고 엄청 전에 배운 것인데…"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민방위 훈련 체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왜냐하면 만약에 진짜 경보가 울린다면 너무 떨려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학교에서 민방위 훈련 체험을 하면 더 열심히 참여해야겠어요. 비상대비체험관에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하며 국민 의식이 살아있으면 어떤 위험이라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연평도 포격전에서도 만약 군인 아저씨들이 겁을 먹고 도망쳤다면 우리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절대 만들 수 없었을 거예요. 비상대비체험관을 자세하게 안내해주신 강사님들과 우리를 언제나 지켜주시는 군인 아저씨들 감사합니다!

유은서(서울 경복초 4) 학생기자

여러 비상대비 훈련에 대해 알아봐서 좋았어요. 화학 공격이나 생물학 공격, 핵무기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영상을 보면서 배웠죠. 또 핵폭탄이 터지면 그 지역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았고요. 저는 연평도가 2010년 북한의 공습을 받은 줄은 몰랐는데, 비상대비체험관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됐어요. 여러 체험을 하며 화생방 공격을 받았을 때를 대비해 방독면을 쓰는 법을 배웠는데 직접 써보니까 답답했어요. 또 심폐소생술도 해 봤는데 생각보다 힘들고 손이 좀 아팠죠.

추승찬(서울 역촌초 5) 학생기자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유은서(서울 경복초 4)·추승찬(서울 역촌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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