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공매도 논란]②변동성 완화 순기능 vs 先 제도정비 後전면재개

이선애 2023. 9. 1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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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변동성 커져 공매도 전면 재개 목소리 나와
자본시장연구원 "공매도 금지로 주가 변동성·급락 빈도 늘어"
외국인·기관 투자자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등 문제 여전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공매도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전면 금지로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가 부분 재개 이후 일부 축소됐다는 실증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공매도의 순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전면 재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에 앞서 합리적인 시장구조 구축을 위한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주가 폭락 사태 관련 종목 대부분 공매도 금지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주가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은 2020년 3월16일 상장주식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이후 시장이 반등하고 변동성이 완화됨에 따라 2021년 5월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편입된 종목만 공매도를 재개했다.

그러다 올해 일부 종목의 주가 폭락 사태와 테마주 쏠림현상 등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공매도 전면 재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가 폭락 종목들은 대부분 공매도 금지 종목이었다. 지난 6월14일 하한가를 기록한 동일산업·대한방직·만호제강·방림·동일금속 등 5개 종목은 모두 공매도가 불가능했다. 앞서 지난 4월 라덕연 게이트 때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 중에서도 대성홀딩스·세방·삼천리·서울가스·다올투자증권 등 5개 종목이 공매도 금지 종목이었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꾸준히 주가가 오르는 종목에 대해 공매도의 순기능이 작용한다면 과도한 급등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공매도가 전면 허용돼 있었다면 주가 조작 세력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라덕연 게이트 때 8개 하한가 종목 중 공매도가 가능했던 다우데이타와 하림지주는 다른 종목보다 하한가 횟수가 적었고 주가 회복도 빨랐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실제 주식을 매수해 갚는 것을 말한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 판 후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아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공매도는 고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방지하고 적정 가격을 찾아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 투자자는 부정적 정보를 발굴하고 주가에 반영되도록 해서 부정적 정보의 누적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며 "공매도는 주가 급락에 대한 예측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며 공매도 제약을 완화하는 경우 주가 급락 가능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금지, 가격효율성 떨어뜨리고 변동성 확대

코로나19 기간에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로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효율성이 떨어지고 시장 거래도 위축됐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등장했다. 공매도 금지보다 무차입 공매도와 같은 불공정 거래 적발을 강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근거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공매도 전면 금지 전후 각각 120일의 거래 비중 상위 20%와 하위 80% 종목을 비교하는 등의 공매도 규제 효과를 실증 분석한 결과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가격효율성은 측정 지표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변동성과 극단수익률의 발생 빈도는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수익률이 양(+)인 경우의 변동성과 극단적 양(+)의 수익률 발생 빈도에서 증가폭이 크게 나타나 공매도 제한으로 주가의 과대평가가 효과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공매도 금지 이전에는 상위 20% 종목이 하위 80%보다 전반적으로 가격효율성이 높고 변동성이 작으며 유동성이 높았다. 그러나 이후에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줄거나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거래 비중이 컸던 종목은 금지 이후 다른 종목보다 변동성, 극단적 수익률 발생 빈도가 모두 증가했다. 또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때의 변동성과 극단적 마이너스 수익률 발생 빈도가 동시에 증가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재개 종목에서 변동성과 극단적 수익률 발생 빈도가 감소하고 거래회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공매도 제한이 주가의 과대평가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했고, '공매도 금지로 주가 급락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공매도 금지론자의 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 금지가 가격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변동성을 확대하며 시장 거래를 위축시킨다는 결과는 해외에서 보고되는 공매도 규제효과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와도 일관성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순기능 고려 "제도 개선 꾸준히"

다만 공매도 전면 재개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게 전문가 대다수의 의견이다. 국내 공매도 제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는 담보비율, 주식 상환 기간 등 기준에서 개인이 외국인·기관에 비해 불리해서다.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제도를 보완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당국은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담보비율을 140%에서 120%로 인하하는 한편 상환기간 또한 60일에서 90일로 늘리고 만기연장이 가능하게 했다. 외국인·기관의 담보비율은 105~120%다. 그러나 문턱을 소폭 낮춘 것은 무용지물이란 게 개인 투자자들의 입장이다.

공매도 시장 자체는 외국인의 놀이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국인 비중이 절대적이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기 직전 약 14개월(2019년 1월2일~2020년 3월13일) 동안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코스피 57.86%, 코스닥 74.09%였다. 2021년 5월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약 1년간(2021년 5월 3일~2022년 5월 11일)은 코스피 74.81%, 66.94%였다. 같은 기간 개인의 비중은 1~2%대다. 13일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 비중은 외국인 70.87%, 개인 1.41%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 75.47%, 개인 1.06%로 집계됐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은 "(외국인·기관은) 공매도 상환기간이 사실상 무기한이어서 주가가 하락할 때까지 기다리면 무조건 수익을 낸다"며 "담보비율도 개인보다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 전면 금지와 같은 극단적인 접근 방식보다는 기능은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며 "관련 규정 위반 또는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적발·처벌을 강화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인과 기관 간의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고 공매도로 과도하게 가격을 끌어내리는 행위를 감시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공매도는 순기능이 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 등의 문제는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국인과 기관에는 무한대이고 개인에게는 최대 90일로 정해져 있는 공매도 의무상환기간과 같은 역차별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일본은 투자 주체의 담보비율이 똑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개인의 반발 탓에 한발 물러선 상황이지만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공매도 전면 재개는 중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다만 정확한 재개 시점은 시장 상황을 계속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금융감독원 공시·조사 부원장보는 "공매도의 필요성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과 관련된 여러 논란을 잘 알고 있으며, 공매도 재개 등과 관련해 당국도 많은 고민과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도 "불법 공매도가 근절돼야 하고, 투자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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