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공매도 논란]①보유안한 주식 판 10명 중 7명은 외국인..'전면 재개' 언감생심

이선애 2023. 9.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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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불법 거래에서 외국인 비중 절대적으로 높아
대차거래 전산화, 전용 플랫폼서 계약 의무화 등 이뤄져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8일 정례회의를 열고 케플러 슈브뢰가 보유하지 않은 SK하이닉스 보통주 4만1919주를 매도했다고 보고 과징금 10억6300만원을 부과했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라는 판단이다. 이 밖에 도이체방크·맥쿼리은행·노바스코티아아시아은행 등 10개사도 공매도 순보유 잔고 지연 보고와 공시 의무 위반 등으로 총 2억5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 행위 탓이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에도 불법 공매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법 공매도를 일삼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반감이 크다. 이에 따라 공매도 전면 재개 논의는 자취를 감추었고, 불법 공매도 적발을 위한 감시 인프라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외국인 투자자 불법 공매도 기승

불법 공매도는 '무차입 공매도'와 '공매도를 악용한 시장 교란 등 불공정 행위'로 나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주식을 빌린 이후 파는 차입 공매도만 인정한다.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하고 있다. 케플러 슈브뢰의 경우 무차입 공매도를 했고, 나머지 회사는 '공매도를 악용한 시장 교란 등 불공정 행위'를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 공매도로 과징금이나 과태료 조치를 받은 위반자는 2020년 4명, 2021년 14명이었다. 주체는 모두 외국인이었다. 지난해에는 28명 중 외국인이 25명으로 89%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기류에는 변함이 없다. 8월 말까지 집계 기준으로 불법 공매도 위반자는 27명, 이 중 외국인은 19명으로 70% 비중이었다. '불법 공매도=외국인 투자자'라는 인식이 굳어진 배경이다. 특히 최근까지 금감원의 불법 공매도 조사가 활발했던 점을 고려하면 위반자 중 외국인 비중은 더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첫 과징금 조치를 받은 곳 역시 외국계였다. 지난 3월 증선위는 ESK자산운용에 38억7000만원, UBS AG에 21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지난해 각각 보유하지 않은 에코프로에이치엔, SK 주식에 대해 매도 주문을 낸 사실이 적발됐다. 6월에 증선위의 과징금 조치를 받은 곳도 프랑스계 자산운용사 AUM인베스트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0년부터 2022년 4월까지 공매도 관련 불법 행위로 과태료 또는 주의 조치를 받은 건수는 127건(과태료 71건, 주의 56건)에 이른다"면서 "127건 중 외국인에 대한 처분이 119건, 9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공매도 관련 불법행위는 주로 외국인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외국인들의 공매도 거래 참여 비중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불법 행위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부과된 불법 공매도 관련 과태료·과징금은 101억8000만원이었다. 지난해 23억5000만원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에도 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아 공매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6월 공매도 조사 전담 조직을 설치했다.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임상 실패 등 악재성 정보를 이용, 시세조종 등 선물시장 조성자의 헤지 수량을 초과한 공매도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과태료에서 과징금으로 처벌 수위를 높여 제재했다. 그동안 처벌 수위가 낮아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그런데도 불법 공매도가 적발됐다.

다급해진 금감원은 지난 7일 외국계 증권사 준법감시인을 소집해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공매도 주문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와 더불어 임직원 교육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강조했다. 금감원은 조사·검사 과정에서 증권사의 공매도 주문 수탁·처리 과정의 적정성도 엄격히 점검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금융당국의 강수에도 외국인의 불법 공매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더구나 지난 3월 불법 공매도로 첫 과징금이 부과된 ESK자산운용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불복 소송을 낸 것도 변수다. ESK운용은 증선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과징금 부과 결정이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외국계 회사들이 과징금 조치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한던 만큼 ESK자산운용을 필두로 줄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더불어 첫 과징금 사례에서 법적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증선위가 제재를 가할 때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나 소송의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수위 높은 처벌이 이뤄질지 회의적이다.

불법 행위 적발 시스템 강화해야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려면 과장금 부과보다 적발 감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은 이미 상당히 강화됐으니 적발과 처벌이 실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장 모니터링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공매도특별감리단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공매도 대량 주문, 공매도 주문 급증 등 이상호가를 적출하면 즉시 감리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투자회사에 대차계약정보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해 분석한 후 위법 의심 거래가 확인되면 금감원에 통보한다. 금감원은 거래소에서 받은 의심 거래 자료와 자체 조사 등을 바탕으로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다. 지난해 신설한 공매도 조사전담팀은 악재성 정보 공개 전 대량 공매도 등에 대한 기획조사를 하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거래소가 금감원에 통보한 불법 공매도 의심 거래 건수는 80건이었다. 유가증권시장 47건, 코스닥시장 37건(두 시장 모두 위반 사례 포함)이다. 지난해 총 적발 건수는 94건이었다. 의심 거래가 계속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불법 공매도 근절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강화된 과징금 부과로 국내외 금융사의 불법 공매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장에서는 불법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사전에 빠르게 적발해 감시에서 피해 갈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야 하기 때문에 시장 모니터링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는 주식 대차거래의 전산화를 촉진하고 궁극적으로는 대차거래 전용 플랫폼에서의 계약체결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떠오른다.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회사의 공매도 및 대차거래에 관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개선하고 전산화 수준을 높여 무차입 공매도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과태료에서 처벌이 세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불법 공매도에 대한 경각심이 약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 검사는 계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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