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5박6일 러 일정 마치고 北출발…외신 "무기거래 가능성"

박소영, 황수빈 2023. 9. 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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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박 6일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17일(현지시간) 전용열차에 올라 북한으로 출발했다. 김정은은 역대 최장 해외 체류 기간 동안 러시아 내에서 직선거리 기준 4200㎞ 이동하는 등 종횡무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군 비행장 및 해군 기지를 방문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전용 열차를 타고 크네비치 군용 비행장에 도착한 김 총비서가 러시아군 의장대의 환영을 받고 있다. 뉴스1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날 오후 러시아 연해주 프리모르스키의 아르툠-1역에서 러시아 고위 관계자들의 배웅을 받고 북한으로 떠났다. 열차 앞에는 김 위원장을 배웅하기 위한 레드카펫이 깔렸고, 러시아 동부군관구 의장대와 태평양함대 사령부 군악대의 행진이 이어졌다. 또 군악대는 행진곡과 북한·러시아 양측의 국가를 연주했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 등이 환송 자리에 참석했고, 김정은은 이들과 악수를 나눈 뒤 기차에 올라 경례를 했다. 기차가 떠날 때 군악대는 '슬라브 여인의 작별' 행진곡을 연주했다.

아르툠-1역에서 북·러 접경지역의 하산역까지는 약 300㎞ 거리로, 노후화가 심각한 하산~바리노프스키 사이 231㎞ 구간을 감안하면 약 6시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이날 심야에 하산역에서 환송행사를 마치고 북·러 국경을 통과해 18일 오후께나 북한 평양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金, 푸틴과 4년5개월만에 만남…우크라 침공 지지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러길에 오른 김정은은 지난 12일 하산역에 도착해 이날까지 5박 6일 일정을 소화했다. 5박 6일은 그의 역대 최장 해외 체류 기간이다. 김정은의 열차가 북한 평양에서 출발한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하면 러시아 방문에 8박9일을 보냈다.

이번 방러 일정에서 김정은은 우주 및 군사 분야 행보에 집중했다. 지난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의 회담은 2019년 4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 발전을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김정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15일에는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전투기 공장을 방문했고, 16일에는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만나 군 비행장과 태평양함대 사령부를 시찰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선 김정은이 미그(Mig)-31 전투기에 장착된 킨잘 미사일을 어루만지면서 러 공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정은이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군 비행장 및 해군 기지를 방문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뉴스1

외신 "북·러 무기거래 위험" 집중 조명


주요 외신은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뚜렷한 전환점'이라 평가하며, 향후 북·러가 군사 및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더욱 밀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한반도를 중심으로 북·중·러와 한·미·일간 '신냉전' 대립구도가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AP통신은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이번 주 김정은의 군사·기술 현장 방문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수품을 공급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원하는지 암시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주에 기반한 정찰 자산과 미사일 기술 확보"와 "핵 추진 잠수함 등에 대한 첨단 기술을 확보, 러시아와 해군 합동 훈련 시작" 등이 김정은의 야욕이라고 언급했다.

국제사회에서 나란히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김정은의 방러를 계기로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2일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합의를 도출한다면 양측은 훨씬 실질적 관계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CBS 뉴스도 같은 날 "수십년간 냉탕과 온탕에서 복잡한 사이였던 러시아와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한 뒤 서로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이 무기 거래에 합의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양측이 무기거래라는 '위험한 딜'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사실상 정면으로 위반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7일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는 안보리가 선언했지, 우리가 한 게 아니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평등하고 공정한 상호작용을 발전시킬 것이니, 항의는 안보리에 하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샤포시니코프 원수'함을 시찰하고 있다. 뉴스1


김정은의 방러로 인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신냉전 구도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4일 북한이 옛 소련제 무기를 대량으로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패배를 막는다면, 이 역시 중국에 훨씬 유리한 결과라면서 "중국은 북·러의 무기 거래를 이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중·러 간 접촉이 잇따를 예정이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연부 장관은 이날 텔레그램에 러시아와 북한의 정부간 위원회 회의가 오는 11월 북한 평양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8일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열릴 예정이다.

다만 북·중·러 삼각 공조의 향방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NYT는 16일 "북·러가 가까워지면 양측의 중국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고, 결국 글로벌 협상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감소될 것"이라면서 북·러 관계 진전이 시 주석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지난 7월 "중국 내에서는 '북·중·러'라는 프레임에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미국 일각에선 대북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외교 및 국가안보 관련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16일 워싱턴포스트(WP) 칼럼을 통해 "평양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무개입 정책의 결과가 이번 주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나타났다"며 "러시아의 위성 및 로켓 기술 이전은 북한 정권의 핵무기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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