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작가, 500억 대작 ‘무빙’에 담은 따뜻한 소신 [D:인터뷰]

장수정 2023. 9. 17. 12: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착한 이야기를 보고 싶다. 결국엔 악이 승리하거나 염세적인 이야기는 제 취향이 아니다.”

‘무빙’이 원작의 방대한 서사는 물론, 휴머니즘까지 놓치지 않으며 암흑기에 빠져 있던 디즈니 플러스의 구원투수가 됐다. 이는 디즈니 플러스 ‘무빙’의 각본까지 직접 맡은 원작자 강풀 작가의 소신이기도 했다. 500억원이 투입되는 대작의 집필을 맡는 것이 부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20부작’을 조건으로 내걸며 지켜 낸 소신이 ‘무빙’의 인기를 견인하는 비결이 됐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 중인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다. 강풀 작가가 쓴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이에 일찌감치 큰 기대를 받은 작품이었다. 공개 이후 탄탄한 서사에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등의 안정적인 연기력이 어우러져 국내를 넘어 해외 시청자들의 사랑까지 받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

‘이웃사람’, ‘그대를 사랑합니다’, ‘26년’, ‘이웃 사람’ 등 여러 편의 인기 웹툰을 배출한 강 작가지만,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또한 이 같은 대작의 시나리오를 맡는 것에 부담을 느꼈고, 이에 제작사 측에 자신이 쓴 일부의 시나리오를 읽고 난 이후 판단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했다. 그럼에도 분량에 대해서만큼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짧고, 또 빠른 전개에 익숙한 지금의 시청자들을 고려해 분량을 줄이자는 의견도 없지 않았지만,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담기 위해선 20부작의 회차는 필요하다고 여겼다.

“길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20화를 허락하면 하겠다고 했었다. 만화에서 미처 풀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당시엔 매주 연재를 하느라 아쉬움이 좀 있었다. 이번엔 캐릭터에 대해 한 명, 한 명 다 힘을 주고 싶었었다. 내가 만화였다면 못 했을 장면도 쓰게 되더라. 만화였다면 축구장 넣을 것을 족구장을 넣을 때도 있었는데, 이번엔 ‘감독님이 알아서 해 주시겠지’ 맹목적인 믿음으로 막 쓰게 되더라. 오히려 만화를 그릴 때보다 상상력의 한계가 풀렸다.”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완성도 높은 CG로 구현된 ‘볼거리’도 ‘무빙’을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여기에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등 톱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탄탄한 서사는 물론, 여러 요인들이 맞물리며 높아진 완성도가 ‘무빙’을 향한 호평의 이유다. 다만 ‘화려함’에만 방점을 찍은 것은 아니었다. 캐릭터에 어울리면서도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배우들이 모이게 됐다.

“나도 라인업을 보고, ‘이게 진짜인가’ 싶었다. 모든 분들이 다 어디에서도 주연인 분들이 아닌가. 캐스팅보드가 완성이 될 때마다 ‘이게 진짜야’라는 생각을 했다. 기분이 좋았다. 베테랑 배우들이 붙으면서 나오는 시너지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캐릭터들이 다 중요했다. 라인업에 비판도 없지 않지만, 이 역할을 잘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안 믿을지 몰라도 연기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는데, 이뤄지게 돼 정말 신기하고 기뻤다. 이전에도 이런 걸 멀티캐스팅이라고 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는 드물었던 것 같다. 내가 쓴 작품에서 이런 상황이 이뤄져서 너무 기뻤다.”

‘무빙’을 채우는 내용 역시 마찬가지였다.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그들의 활약을 부각하기보단 평범한 일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 히어로가 돼 가족을 지키는, ‘한국형’ 히어로들의 면면이 ‘무빙’만의 매력이 되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

“디즈니 플러스의 소개란에 ‘슈퍼 히어로’라고 표현이 돼 있던데 나는 그냥 히어로라고 생각했다. 영웅의 기준을 ‘지키는 사람’으로 두고 싶었다. 등장인물들의 초능력에 한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지구를 일곱 바퀴씩 돌고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히어로들. 자기 주변과 가족을 지키는 사람이 내가 생각한 히어로였다. 너무 전지전능한 히어로가 되지 않도록 하려고 했다.”

이에 이들의 평범한 일상부터 차근차근 담아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고, 또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시작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무빙’을 시작하면서 슈퍼 히어로가 아닌,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을 보여준 것이다.

“서사가 더 중요했던 것 같다. 하늘을 날고, 이런 설정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을 보여주지 않은 채 초능력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초반이 지루하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가 없다. 온전히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여겼다. 시청자, 독자의 입장에서도 우리가 사는 세계에 누가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하면 뜬금없고 유치할 수 있다. 온전히 보여준다면 받아들여주는 감정이 생긴다고 여긴다. 시간이 길게 걸리더라도 더 많이 개개인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이는 강 작가의 평소 생각과도 닿아있었다. ‘히어로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는 하지만, 착한 사람이 세상을 구하는 어렵지 않은 메시지로 편안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강 작가가 매 작품 추구하는 목표다.

“사실 메시지를 잘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 만화를 볼 때 다른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목표가 있다. 그냥 착한 사람들이 이기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번엔 원작에서 미처 풀지 못한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만화에선 스스로 제약을 두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이번엔 너무나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이것을 구현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다 써봤다. 원작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고 여긴다. 원작도 재밌지만, 드라마도 굉장히 재밌다. 원작보다 낫다는 평을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다. 나는 그냥 착한 이야기를 보고 싶다. 결국엔 악이 승리하거나 염세적인 이야기는 제 취향이 아니다. 이야기의 종류는 워낙 다양하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