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구 챙기기’ 여전... 운용사들, 박스피 버티는 비법은 계열사 찬스?

김혜지 2023. 9. 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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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자산운용사들의 계열사 판매 의존도가 심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침체된 업황 속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 증권, 은행 등 대형 유통망을 판매창구로 활용한 '계열사 찬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증권, 삼성생명보험 등 계열사를 통해 판매한 펀드설정액은 8조591억2500만원으로 전체 비중의 30.18%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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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자산운용사들의 계열사 판매 의존도가 심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침체된 업황 속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 증권, 은행 등 대형 유통망을 판매창구로 활용한 ‘계열사 찬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밀어주기 영업’ 등 평판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기준 주요 운용사별 계열 사의 펀드 판매 비중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증권, 삼성생명보험 등 계열사를 통해 판매한 펀드설정액은 8조591억2500만원으로 전체 비중의 30.18%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지난해 말보다 4.14%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등을 통해 판매한 펀드 설정액이 7조1603억9700만원으로 전체의 39.13%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보다 1.41% 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계열사 판매의존도가 늘었다. 신한자산운용도 신한투자증권, 신한은행 등을 통해 판매된 펀드 설정액이 10조4360억4300만원으로 전체의 43.60%로 집계됐다.

계열사 의존도 심화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 성장세와 무관치 않다. TDF란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목표시점으로 두고 생애주기에 따라 종목 구성을 유연하게 바꿔주는 자산 배분 펀드다.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증권사, 은행 등 대형 유통망을 거느린 계열 판매사의 힘을 빌리는 셈이다. 자사 상품을 편입하는 게 수익률, 관리 측면에서 판매사에 유리하단 점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중소형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든든한 뒷배’를 거느린 운용사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룹의 후광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어 시장 선점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단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특정 상품에 대한 계열사 판매 비율은 비공개처리 한 채 시장 점유율을 높여 홍보하는 경우도 속출한다”며 불만을 표했다.

침체된 업황 속에서 판매사와 운용사간 밀어주기 영업이 작용한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증시부진과 함께 찾아온 불황 속에서 환매 리스크를 잠재우고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들을 판매창구로 활용했단 것이다.

일각에선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평판 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도 지적한다. 특히 금융사와 계열 운용사간 펀드 판매 수치가 비공개로 처리돼 제대로된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만큼 관련 공시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간 자금 위탁운용이나 운용사의 계열사 활용 등은 위법사항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공정거래 이슈 측면에서 평판 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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