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죽음에도 품격이 필요하다

서믿음 2023. 9.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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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여러 문학상을 받은 전작 '참 괜찮은 죽음'으로 삶과 죽음을 성찰했다면 이번 책에선 의사에서 환자로 자리를 바꿔 앉아 지나온 삶을 반추한다.

조력존엄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죽음에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해도 끝까지 그것을 감내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라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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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이 책은 말기 암 환자가 된 의사가 우아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70세 나이로 은퇴한 후 전립선암 4기 판정을 받은 저자가 삶의 끝에서 나다움을 되찾는 여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와 철학, 경제를 공부하다 뒤늦게 의사의 길을 걷다가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온 저자. 여러 문학상을 받은 전작 '참 괜찮은 죽음'으로 삶과 죽음을 성찰했다면 이번 책에선 의사에서 환자로 자리를 바꿔 앉아 지나온 삶을 반추한다. 의료의 미래를 예상해보고, 조력존엄사에 관한 견해를 드러낸다. 오은 시인은 "희망이라는 항구에 도착하는 씩씩한 책"이라고 평했고, 미국 타임스는 "생생하고 위트있고 정직한 회고록"이라고 극찬했다.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자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겼거나 무시했던 질문들,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질문들이 갑자기 매우 중요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꼭 찾지 못하더라도 더 잘 이해해보려는 나의 노력을 담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희망은 의사들이 마음껏 처방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약이다. 생존 가능성이 5퍼센트라고 얘기하는 것은 생존 가능성이 95퍼센트라고 얘기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다. 좋은 의사는 5퍼센트의 가능성에 상응하는 95퍼센트의 사망 확률을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고 낙관적인 5퍼센트를 강조할 것이다. 이것은 판도라의 상자다. 상자 안에 아무리 많은 공포와 병이 있다고 해도 그 안에는 언제나 희망도 함께 존재한다. 희망은 가장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빛이 꺼진다.

희망은 통계적 확률이나 유용성의 문제가 아니다. 희망은 마음의 상태이며 우리 뇌에서 마음의 상태는 곧 신체 상태다. 그리고 우리 뇌는 신체(특히 심장)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정하고 희망적인 태도가 암을 치료한다거나 영원히 살게 해준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인간의 마음은 항상 모든 사건을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려 하지만, 대부분의 질병은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 산물이다. 희망의 유무도 그중 하나다. - 「내 뇌가 노화중이다」 중에서

스스로 선택한 평화롭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돕는 것은 보살핌과 사랑의 행위다. 조력존엄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죽음에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해도 끝까지 그것을 감내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누군가 의무로써 감내한 고통이 이 세상에 어떤 보상을 가져다주는지 나는 모르겠다. 조력존엄사에 반대하는 사람은 세상에 조용히 존재하는 많은 고통과 괴로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 「내가 조력존엄사에 찬성하는 이유」 중에서

암을 진단받은 후로 1년이 흘렀다. 완치는 할 수 없지만 치료는 받을 수 있는 환자군에 속하게 되었는데 그런 환자들의 삶은 의사들에 의해 좌우된다. 무기력함을 느끼며 스캔 결과와 피검사 결과에 따라 마음이 요동친다. 하지만 내 나이를 고려할 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암에 걸리지 않았어도 나는 삶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나는 암으로 죽거나 암이 완치된다 해도 아마 치매로 죽게 될 것이다. 두 가지 가능성 중에서는 암으로 죽는 편이 더 낫다. 암으로 죽어야 한다면, 그리고 죽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거라면 그때쯤엔 조력존엄사가 합법화되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과거, 현재, 미래는 함께 존재한다」 중에서

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 헨리 마시 지음 | 이현주 옮김 | 더퀘스트 | 240쪽 | 1만7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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