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따라하나…김정은,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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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러 막바지 일정으로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직접 확인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북한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주요 과제로 삼아 개발·배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미 실전에 사용되는 러시아 대표 전략무기에 대한 김 위원장의 관심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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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폭격기 아래 선 한미 국방장관 '판박이'
북러 군사적 협력 수위…점차 높아질 전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러 막바지 일정으로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직접 확인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미·일 3국을 겨냥해 전략무기의 위력과 북·러 간 군사협력 가능성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1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인근의 크네비치 군 비행장을 찾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함께 러시아 항공우주군의 주요 장비를 둘러봤다. 지난 7월 전승절 70주년 행사 당시 방북한 쇼이구 장관을 '무장장비전시회'에 초대했었는데, 이번에는 입장을 바꿔 군사적 공조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쇼이구 장관이 김 위원장에 소개한 주요 무기 중 하나는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된 극초음속 미사일인 Kh-47 킨잘 미사일 시스템이었다. 킨잘은 서방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대결을 벌이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미사일로,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공습에 실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전투기에 실려 발사된 뒤 자체 추진체로 가속해 사거리 2000㎞ 내에서 최고 시속 1만2350㎞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속의 10배를 넘는 속도다.
러시아 국방부가 배포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킨잘 미사일을 직접 만져보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당시 이 장관은 메릴랜드주 소재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B-52, B-1B의 능력과 작전운용에 대해 직접 브리핑을 받았다.
이보다 앞선 9월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논의차 미국을 찾은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동일한 기지에서 B-52 전략폭격기의 날개 아래 핵탄두 탑재 부분을 직접 확인하는 모습과도 유사하다.
북한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주요 과제로 삼아 개발·배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미 실전에 사용되는 러시아 대표 전략무기에 대한 김 위원장의 관심을 보여준다. 특히 북·러 간에 전략무기 분야 협력 가능성을 드러내려 한 차원도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해 1월 김 위원장 참관 아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뒤 관영매체를 통해 "1000㎞ 수역의 설정표적을 명중했다"며 성공을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우리 군은 이 미사일이 극초음속은 아닌 것으로 평가했다. 또 북한은 지난 7월 쇼이구 장관이 북한의 '무장장비전시회'를 찾았을 때 과거 화성-8형 이름으로 공개됐던 극초음속 미사일을 '지대지 중장거리 화성-12나형'으로 새롭게 명명해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날 쇼이구 장관은 김 위원장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를 소개하면서, 한 기종에 대해 "모스크바에서 일본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일본을 거론한 것은 폭격기의 단순히 항속거리나 작전반경을 과시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최근 한·미·일의 연대 움직임을 고려한 것으로도 읽힌다.
김 위원장의 일정이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 차관이 서울에서 제4차 EDSCG 회의를 갖고 대북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한 다음날 진행됐다는 점도 북·러가 '미국 견제'라는 전략적 일치를 과시하려는 의도를 방증한다. 한·미 양국은 이번 회의 직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대해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한·미·일의 안보 협력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러 또는 북·중·러의 연합훈련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이 러시아제 전략무기의 '쇼케이스 행사'를 진행하면서 향후 양국 간 군사협력의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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